'환자들은 당연히 의사가 하는 줄 안다'
2009.10.07 22:10 댓글쓰기
의료기관 내 임상의사들이 직접 초음파검사에 나서면서 위기감이 팽배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이번에는 방사선사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방사선사들이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X-ray, CT, MRI를 넘어 일부에서는 의사 소견을 필요로 하는 초음파 검사까지 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검진 네트워크’ 등 최근 결성되고 있는 내과의원 네트워크들이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에게는 큰 악재다. 이들 의료기관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초음파에 있어서는 방사선사들을 고용, 전담케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 21개 병원이 네트워크로 있는 내시경 전문 S내과의 경우 원장 등 의사들은 내시경에만 전력하고, 초음파는 대부분 방사선사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A병원에서도 방사선사들이 위장조영술에 이어 초음파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영상의들 사이에서는 과장급 전문의에 제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가 최근 마련한 ‘향후 5년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2013년부터는 초음파 검사를 신규로 보험 적용하는 계획을 담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초음파 건수는 당연히 늘 것이고 영상 질에 따른 차등수가 및 검사자 증명제도가 시행된다면 대형병원 및 건검강검진센터나 의원들에서 행해지고 있는 수많은 무면허 의료행위, 즉 초음파사를 없앨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삭감은 많아지고 병원 측에서도 수입이 늘지 않으면 영상전문의 충원은 고사하고 수익만 운운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영상의학과 개원의는 “현재 암검진 수가가 4만2000원이므로 대형병원이라도 6만원 정도로 수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 가격이라면 방사선사를 동원, 초음파사 제도를 도입하려는 병원이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부 "방사선사 초음파 문제 없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유권해석(2AA-0812-072809, 1AA-0902-005929, 2AA-0902-010415)를 통해 방사선사의 업무범위에 해당하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질의의 답변을 통해 방사선사는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1조 시행령 제2조1항2호에 의해 의사 지도하에 비전리방사선 발생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 및 치료에 참여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

하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문제는 초음파는 일반적으로 방사선사들이 시행하는 X-ray, CT, MRI 등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해당 기계원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은 후 조작법을 익혀서 단순히 결과물을 얻어내는 형태와는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초음파는 질병을 최초 발견하는 일차적 영상진단의 역할을 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한 부위에 대한 판단과 소견을 통해 CT, MRI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역동적인 분야라는 설명이다.

특히 환자는 의사의 영역인 초음파에 대해 방사선사가 하는지, 타 과목 의사가 하는지, 영상의학 전문의가 하는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환자들은 확인도 하지 않고 당연히 의사가 시행하는 줄로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영상의학계 "초음파 특성 모르고 판단"

이에 따라 일부 영상전문의들은 초음파 및 고유 영역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만의 복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구별되는 색상의 가운 또는 피케셔츠를 제작해 착용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는 의견이다.

한 영상의학과 개원의는 “검진 시장이 커지면서 초음파사 및 타과 의사들의 공세를 막는 방법 중 하나로 생각된다”며 “올해 추계 학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와 함께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많은 의료기관에서 방사선사, 임상병리사에 이어 간호사 , 간호조무사들까지 초음파를 실시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의사의 지시에 의한 것일지라도 방사선사와 달리 간호사, 간호조무사, 피부미용사가 초음파, 고주파, 레이저, 적외선 등의 비전리방사선 발생 의료기기 사용은 의료법 제66조 5항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및 제9조 1항,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1항 및 공중위생법 제8조 2항에 의해 위반된다고 해석했다.

다른 개원의는 “내과, 정형외과 등 일부 개원의들의 경우 방사선사가 초음파 업무를 맡아주기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초음파 실명제 도입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사선協 "고유영역으로 문제 없다"

이에 대해 방사선사협회 관계자는 “초음파 검사는 방사선사 고유영역으로 의사 지시에 의해 시행하는 것이지 꼭 영상의학 전문의 지도하에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방사선사들이 시행하는 초음파 업무에는 판독은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초음파의학회 등에서 우려하는 방사선사의 초음파 교육의 경우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의사 영역을 침범하기 위한 수단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1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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