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파문 연속…자살하는 영업사원
2009.12.20 21:31 댓글쓰기
리베이트 파문으로 새해 벽두부터 시끄러웠던 대한민국 제약계가 2010년을 불과 얼마 앞두지 않은 지금까지 잡음에 휩쌓여있다. 그동안 제약계 관행으로 굳어져 왔던 리베이트 영업에 대해 정부가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리베이트 없이 영업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직원들과 정부 정책에 맞춰 회사 차원에서 리베이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CEO들. 이 시점에 영업사원은 벼랑 끝까지 몰려있다는게 중설이다.그들이 고민과 아픔이 생각보다 깊고 크다.[편집자주]

골프접대에 불법 리베이트 등 시끌

지난 2월 23일 제약협회에 유통부조리 신고센터가 개설된 이후 신고 첫 사례로 기록된 것은 A사의 골프접대.

A사는 제주도에서 의사 대상 학술행사를 통해 골프접대를 한 혐의를 받았다. 이 같은 골프접대 혐의는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것이다.

제약협회는 지난 6월 19일 제2차 공정경쟁준수위원회를 개최, A사의 골프지원 건에 대해 500만원의 위약금을 부과하며 처리를 끝마쳤다.

이후 제약협회에 추석을 전후로 8개 제약사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또다시 제약사 리베이트가 도마위에 올랐다. 제약협회는 두달 간의 조사 끝에 8개사 가운데 1개사만 '경징계' 처분을 내리고 나머지 7개사에 대해서는 '보류' 처분을 내렸다.

제약사 리베이트가 거론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올 초 시사기획 '쌈'을 통해 K사에 대한 리베이트가 거론되며 수면 위로 불거진 바 있다. K사의 리베이트 건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경찰청을 통해 리베이트 조사가 진행됐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또한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을 통해 제약사 리베이트 조사가 이뤄진 경우도 있다. 조사단은 지난 7월에도 국내 한 대기업 계열 K사와 H사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이고 3개월간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5일 Y사가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긴급조사를 받았다. Y사의 경우 조사단 방문 다음날인 16일 또다시 공정위의 압수수색을 받으며 제약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돈은 쓰지 못하게 하면서 실적 압박

이러한 조사를 받으며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영업사원. 일선 현장에서 직접 영업활동을 진행하는 직원들은 어느 회사에 리베이트 조사단이 떴다하면 하나같이 불안에 떨어야 한다.

리베이트를 줬던, 안줬던 긴장감은 어쩔 수 없다. 실제로 복지부가 리베이트 근절법을 시행한 8월 이후 적지 않은 영업사원들이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지던 불법행위에서 손을 많이 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여전히 실적에 대한 요구를 하기 때문에 최근 다시 불법적인 영업활동이 은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일선 영업사원들의 전언이다.

물론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불법적인 영업행위에 대한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리베이트 제공 등과 같은 불법행위는 직원 개개인의 판단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영업사원들은 회사가 리베이트 등과 같은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금지령을 내렸지만 영업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더욱 심해졌다.

제약계 영업사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방위 압박을 받는 영업사원들이 극단적으로 죽음을 선택,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대기업 계열 L사 대전지점 20대 후반 영업사원과 10월경 P사 과장급 영업사원이 자살했다. L사 직원은 리베이트 관련 서류가 공개돼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고 P사도 일부 사인을 둘러싼 설이 나돌았으나 공론화 되지는 않았다.

이어 H사의 20대에 불과한 영업사원이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살날이 창창한 젊은 사원이 벼랑 끝에 내몰리며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벼랑 끝 내몰리는 영업사원

회사의 압박과 정부기관의 리베이트 조사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영업사원들은 선택의 길이 많지 않다. 회사를 관두거나 자살 등과 같은 극한 선택을 하게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영업사원의 자살 같은 문제는 회사 전체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제약사로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잇단 영업사원 자살로 몇몇 제약사들은 유족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제약사는 극한의 선택을 하는 영업사원이 나타나게 되면 회사 차원에서 무마 등 진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와 함께 특히 제약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회사를 그만둘 경우 내부자 정보에 대한 외부 유출 문제. 실제로 최근 일어난 리베이트 조사의 경우 내부자 고발이 주를 이었다.

내부자 고발이 위험한 것은 그 회사의 속사정을 전부 알고 있으며 장부와 같은 물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제약사들은 영업사원 단도리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직원들 간 마찰로 인한, 또는 직장 상사와 불화가 이유가 된 내부자 고발은 예방하기 어렵다.

실제로 영업사원들도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 이기 때문에 상사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상사와 마찰이 심해지는 경우 회사를 관두는 것 뿐만 아니라 회사자료를 토대로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政, 신고포상제 내걸고 내부고발 유도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의 주요 내용에는 '신고포상제도'가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신고포상제도를 신규 도입, 이를 통해 적발한 리베이트에 대한 과징금을 재원으로 최대 3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신고포상제도'의 경우 제약사들이 예상치 못한 제도로 이는 내부자 고발이 무분별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개별 제약사들도 이번 복지부 약가제도 개선안에서 '신고포상금제'가 포함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업사원들이 상사와의 불화를 이유로 회사를 그만둘 경우 장부를 이용한 내부자고발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물론 제약사들이 리베이트와 같은 불법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을 경우에는 걱정될 점이 없지만 제약사들은 "털어서 먼지않나는 경우가 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즉, 제약사들이 영업사원에게 과도한 매출실적을 요구할 수도 없게 됐다는 한탄이다.

하지만 일선에서 바뀌고 있는 영업환경을 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영업사원들은 이 제도로 인해 회사에서 조금만 덜 실적을 강요하게 된다면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한 영업사원은 "내부자고발이 3억원이라는 포상금을 걸었지만 그것도 최대한의 금액"이라며 "타 업종으로 변경할 생각이 아닌 이상 확정되지 않은 포상금을 믿고 내부자 고발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약 영업환경은 과도기적 성향을 띄고 있는게 사실이다. 예전과 같은 낡은 영업방식은 더 이상 현장에서 진행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사도 영업사원들에게 무조건적인 실적만 강요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업 '툴'을 개발하고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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