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고수하는 학장들 '의학전문대학원 No'
2009.12.27 21:37 댓글쓰기
[기획 3]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으로 전환하지 않은 대학은 14곳이다.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한 15개 대학,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고 있는 12곳을 빼면 전체의 30%를 웃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시한 여러 ‘당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의대를 고수하고 있는 학교들은 계명대, 고신대, 관동대, 단국대, 대구가톨릭대, 순천향대, 울산대, 원광대, 을지대, 인제대, 한림대, 연세대원주, 건양대, 서남대 등이다. 오는 2010년 교과부는 평가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데일리메디는 지난 11월 18일부터 일주일간 14개 대학 학장들에게 의전원으로 전환하지 않은 이유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계명대학교

입시 과열현상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입시준비기간의 연장으로 사교육비가 증가된다. 남자의 경우 군복무까지 포함하면 사회 진출 또한 너무 늦으며 기초과학(이공계) 교육의 부실화가 우려된다. 더욱이 기초의학 연구자 양성에 의전원 제도가 현실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시행한 학사편입제도로 입학한 학생들과 의대 입학생들간 학업 성적의 차이를 볼 수 없어 의전원생이 의대생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더 우수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또한 학사편입 학생들 대부분이 졸업 후 수도권 소재 병원으로 진출했고 기초의학을 선택한 졸업생도 없으며,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등 전공을 선택할 가능성은 의과대학 체제보다 더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까지 의대를 고수하는 학교는 지방 사립의대가 많은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듯이 의전원으로 전환할 경우 현재보다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어렵고 수도권 출신 학생 비율이 증가함 따라 전공의 부족 현상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건의료 증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고신대학교

의예과로 남아 있을 경우 우수한 학생 유치에 유리하며, 의전원에 비해 입학 연령이 낮아 다양한 방면의 진로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의전원 전환 시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 기간 중 대학운영에 자금 압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시설 및 인력 확보를 위한 막대한 경비가 소요된다.





■관동대학교

지방 소재 대학으로 의전원보다 의과대학이 경쟁력이 있다. 의전원은 의사 양성에서 경비나 교육 효과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단국대학교

의전원 4년 과정과 의학과 4년의 교육기간 및 내용에 전혀 차이가 없다. 이미 대학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학교육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성숙한 의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가정에 불과하다. 의예과 2년 과정 동안 의사에게 필요한 봉사정신과 인문학/윤리학적인 소양을 충실하게 가르치는 것이 특화된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해 의전원에 지원하는 학생들 보다 의사로서 필요한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갖춘 의사배출에 더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의전원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의학자보다는 개업 의사를 지망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후학을 키우고 의학연구를 해야 하는 의학자 양성은 의과대학이 담당해야 하는 형편이다. 군복무를 마친 학생들이 의전원에 지원하기 때문에 군의관 수요를 채울 수 없으며 의사 양성기간이 길어지고, 학비 부담도 커진다. 더불어 의전원이 의과대학에 비해 장점이 없어 학제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입시에서 의과대학으로만 몰리는 인재를 생물학 분야로 분산할 수 있다는 의도는 성공할 것으로 보이나, 생물학 분야에 입학한 우수한 학생들이 자기 과외 학문 습득에는 애착을 가지지 않고 의전원 입학 준비에만 몰두하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의전원으로 전환했을 때 국민 교육비의 증가와 고급 두뇌를 가진 생산연령층의 유휴화로 인한 기회비용 손실 등 문제점이 이미 많이 거론됐다. 본교 설립이념과 목표를 달성하는데 나이가 많거나 대학을 졸업한 인력이 유리하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그 반대의 우려가 높았다.

대학은 학문적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과 덕목을 쌓는 곳이고, 특히 의대인 경우 이는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과연 이런 교육 목적을 달성하는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과 이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 중 누가 더 용이할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순천향대학교

교육과정 등 의학교육 측면에서 6년제가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의전원으로 전환할 특별한 사유를 찾지 못했으며, 2004년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투자 확대에 따른 교과부의 지원이 없어졌다.






■울산대학교

설립자인 故 정주영 회장님께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장학제도가 완비된 의학대학을 세워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울산의대는 전체 학생의 92%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으며, 전원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의전원은 일단 대학을 졸업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며, 그럴 경우 설립자의 뜻을 따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기초의학자 양성도 의전원으로 전환한 주요 명분의 하나였지만 울산의대는 졸업생 중 가장 많은 기초의학 전공 교수를 배출했다.


■원광대학교

의전원 전환 시 수도권 대학교 출신 입학률이 높아져 의사인력의 지역 편중, 대학병원 전공의 수급 문제, 남녀 성비율이 더욱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 의전원이 서열화 돼 수도권 학교에 유리해지며, 의과대학보다 더 좋은 의사 양성을 한다는 증거가 명백하지 않다. 의전원으로 전환하다고 해도 기초의학자 지원자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 측면에서도 인재양성을 위한 시간이 연장되고, 경제적 손실과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본다.



■을지대학교

의전원 제도는 명확한 교육학적 근거 없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도입됐다. 정권교체 후 신정권의 개혁 및 개혁성과 홍보수단으로써 졸속으로 도입돼 추진됐음을 의심하게 된다. 의전원 도입 시 교과부는 국립, 사립을 막론하고 상당한 재정지원 혜택을 보장했고, 전환하지 않은 대학에는 BK21 사업 등 대형국책사업에 원천적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가했다. “다양한 학부 전공 배경을 지닌 자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는 주창자들의 도입논리도 허구다. 오히려 의학교육의 고비용화가 가속화돼 빈곤층의 의대진학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졌다. 의사의 사회진출 시기 지연으로 사회경제적 부담도 증가된다. 20여 년을 의학교육 현장에서 종사한 나의 경험으로는 6년제 의과대학 체제에서 배출된 우리나라 의사의 질적 수준이 선진국 의료현장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우수했다고 생각된다.

■인제대학교

의전원 도입에 대한 교육적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 좋은 의사 양성을 위해서는 조금 더 어린 나이의 학생에게 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체제로도 교육비용의 증가없이 좋은 의사를 양성 할 수 있다.






■한림대학교

의전원은 “단순 의료기술자가 아닌 훌륭한 기초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의학 및 바이오 분야를 발전시켜 국민 건강과 21세기 글로벌 의료 경쟁력을 높이는 인력을 양성한다”는 시행 목적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의대와 교육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늦추어진 입시로 인해 시간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2배에 해당되는 수업료 역시 부담이 크다. 더욱이 성숙한 의료인을 양성한다는 순기능적 역할보다는 의료인 양성을 위한 경비가 상승함으로써 계층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의전원을 통해 양성된 의료인은 소요된 경비 회수에 몰두하도록 조장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이들 대학의 대부분이 “앞으로도 의과대학 체제를 계속 고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 의전원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다만 의대 구조와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학에서 ‘좋은 의사’ 양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교육과정 개편, 학사편입제도 도입, 입학전형제도의 개발 및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단국의대는 의예과와 의학과 교육과정을 1학년~6학년으로 통합해 인문학/윤리학/교양과목을 주로 의예과에 배치하되, 의학과 4학년까지도 계속 배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6년 교육의 장점을 살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의학지식/술기/환자와의 접촉 등이 주로 의학과에서 이뤄지나 의예과에서부터 환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 일찍부터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느낄 수 있고 필요한 소양을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 나가고 있다.

계명의대는 교육과정에 전인교육 과목을 확대하고, 입학사정관 제도를 활용해 소신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필요할 경우 다양한 배경의 자질이 있고, 동기 부여된 학생선발을 위해 과거에 존재했던 학사 편입제도도 부분적으로 이용할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을지의대는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전형제도를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을지의대측은 “다양한 전공의 학사이상 출신자에 대한 전형, 지역할당제, 리더십 혹은 봉사활동 우수자 등 다양한 입시전형을 개발하고, 미래사회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수한 의료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순천향의대는 “타 학교의 전환여부와 관계없이 자체 특성화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의전원으로 전환 시 학교의 장래와 관계될 수 있는 상당액의 재정적 지원 혹은 압력이 있다면 전환도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솔직히 답했다.

이외 연세대원주, 건양대, 서남대는 학교 사정에 따라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12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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