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 드리워진 먹구름
2010.01.03 12:40 댓글쓰기
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날이 갈수록 점차 커지고 있다.

말 뿐인 특성화?

지난해 8월경 정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한 지자체들의 경쟁이 거세지자 단일 지역에 집적화시켜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키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을 복수 지정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국 10여 개 지자체들이 모두 뛰어들 만큼 워낙 경쟁이 치열하자 어느 한 곳을 지정하기 곤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30년간 5조 6000억원을 들이기로 한 예산도 반 토막이 나면서 사업의 성공을 위해 충분한 자금 지원도 어렵게 됐다.

정부가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 주지 않는다면 지자체별로 상당부분을 민간에서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선정 이후에도 첨복단지 사업의 노른자위인 ‘신약개발’을 특성화 방안으로 지정받기 위해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던 양 지자체들은 실적(?)을 발표하기에 급급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두 곳 모두 잇달아 국내외 기업을 돌며 유치전을 펼치며 MOU 등을 맺었다고 매일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아직 사업 방향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을 쉽게 점칠만한 상황은 아니다.

여기에 정부가 12월로 예정됐던 특성화 방안 발표도 미뤄버리면서 해당 지자체들의 허탈감은 더욱 배가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첨복단지가 두 곳으로 갈리면서 특성화 방안이 겹치리란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면서도 “사업 초기부터 미루던 일이 잦더니 결국 특성화 방안도 연기돼 허탈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의료산업의 집적화를 통해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일궈내겠다던 정부의 구상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버린 셈이다.

탈락 지자체들 "My way"

대구와 충북으로 확정되는 순간부터 크게 반발해왔던 탈락 지자체들은 최근 들어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첨복단지 유치에 실패한 경기도는 첨복단지와 유사한 ‘바이오밸리’를 화성에 조성하기로 하고 현재 입주업체 모집에 나섰다.

대전 역시 ‘첨단바이오메디컬 단지’란 이름으로 대덕특구에 용지를 마련하고 기업 유치에 뛰어든 한편, 인천도 송도국제도시에 가천길대학과 함께 ‘바이오 리서치 콤플렉스(BRC)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이 밖에도 원주는 ‘의료기기산업 발전 비전 2020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2012 첨복단지와 세종시 연구단지가 완공되기 전에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으며, 전북 익산도 ‘종합의료과학산단’을 조성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회에서 논란을 일고 있는 ‘세종시’ 문제도 여기에 가세하면서 첨복단지 조성사업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행정중심도시로서는 자족기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세종시에 바이오산업을 한 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건희 전 회장이 특별사면 되면서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바이오 사업 분야가 세종시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인근에 자리한 오송의 정체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첨복단지 사업을 맡고 있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첨복단지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의심이 될 만한 상황”이라며 “기업과 연구소 유치 등 첨복단지 성공을 위한 필수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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