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프리랜서 의사' 기대·우려 교차
2010.01.03 21:31 댓글쓰기
[신년기획 중]의사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진료할 수 있는 이른바 '프리랜서 의사 제도'가 다가오는 경인년(庚寅年)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비전속 진료 제도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지방 개원가 및 대학병원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한목소리로 본 취지에 맞는 제도 시행을 주문했다.

청주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과장은 "폐쇄적인 국내 의료시스템을 전환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랜서 의사 도입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사실 한적한 지방 병원 일부 과에서는 전문의를 일일이 고용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고용이 아닌 계약관계가 설립되면 병원 단위도 아웃소싱이 이뤄져 효율적인 진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요한 진료과 의사가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지역 환자들이 굳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 기타 비용이 절감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으리란 분석이다.

단, 비전속 진료제도가 서울-지방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전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과장은 "서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보완하고, 지역 단위로 동선을 묶을 수 있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약간의 부작용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열린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라북도의사회 방인석 회장은 "전문의들이 전문과 이름으로 개원해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전문 기능이 사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방진료 형식으로 근무할 수 있다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어려운 개원가 현실에 제도가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소위 '잘 나가는' 의사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일을 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개원가가 더욱 위축되지 않겠느냐"면서 "1차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의료전달시스템부터 제대로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소재 일선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비전속 진료가 가능해진다고 해서, 그간 소속병원에서 호흡을 맞춰온 스태프와 장비도 함께 움직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며 "교수 몸만 이동식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치료의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부작용이 있을 것 같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의료분쟁 발생시 책임 소재 불분명…시민단체 문제 제기

시민사회단체는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및 제도가 스타의사 겉포장식 진료로 악용될 소지에 문제를 제기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의료행위 자체가 치료에 들어가기 이전에 상당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영역인데 프리랜서 의사가 환자의 과거 병력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상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프리랜서로 활용하는 마취과 의사만 봐도 해당 수술이 끝나기 전에 떠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프리랜서 의사가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책임지는 진료 풍토가 와해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불투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강 사무총장은 "지방병원에서 일부 스타의사의 이름만 빌려 홍보하고, 실제로 치료행위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프리랜서 활동 시 반드시 관련 보험을 들도록 하는 등 보완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자본가에 종속되는 형식으로 의료계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중견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컨설턴트는 "기회가 위기가 같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의사가 프리랜서로 움직인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안전장치가 없어 취약한 면이 있을 것"이라며 "주체는 자본가가 되고, 의사는 종속된 위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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