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韓·齒·藥·看 부동산 변천사
2009.07.20 11:11 댓글쓰기
[기획 상]부동산이 절대적 자산가치가 돼 버린 요즘, 적게는 50년에서 많게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의료단체들이 ‘부동산’이란 세 글자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회원들의 기금을 모아 마련한 회관이 오랜 세월 끝에 대박을 터뜨린 단체가 있는 반면 십 수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에 가슴을 치는 단체도 있다. 부동산의 운(運)은 역사와 규모와 위상과는 무관하게 의료단체들의 명암을 갈라 놓고 있다. 멋드러진 자체회관은 모든 단체의 숙원사업이지만 적기를 놓치거나 순간의 선택을 잘못했던 단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으로 여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인 단체들의 우여곡절 회관사와 현재의 부동산 가치가 최근 자주 회자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회관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대한의사협회의 전신인 조선의사협회는 1947년 5월 10일 창립총회를 열 당시 보건후생부 차관실에 임시 사무소를 뒀다. 광복과 6.25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 속에 의협은 자체 회관 없이 서울대병원, 보사부 차관실, 보건부 의정국 등을 전전해야 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더부살이 생활을 청산하고 자체회관을 확보한 것은 지난 1955년 11월 서울 종로구 관훈동 옛 의친왕궁을 매입하면서다. 회원들은 거액의 성금을 출연, 자체 회관을 설립하며 종주단체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1960년 관훈동 회관이 예기치 못한 화재로 소실되면서 각종 서류는 물론 비품과 집기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는 불상사를 맞았다. 어렵사리 마련한 첫 자체 회관이 소실되면서 졸지에 길거리에 나 앉아야 했던 의협은 한동안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약사회관 건물로 사무실을 옮겨 또 다시 더부살이를 해야 했다.

약사회관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의협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1961년 1월 14일 관훈동 대지를 매각하고 3월 11일 중구 쌍림동에 새 회관을 매입해 입주했으나 부채 문제가 얽히면서 한동안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매입한 쌍림동 회관은 부채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입주한지 불과 1년 만인 1962년 3060만원에 매각하고 그해 6월 서울역 앞에 있던 구 세브란스병원에 임시 사무소를 얻어야 하는 곡절을 겪어야 했다.

5.16 군사혁명 후 재건총회에서 당선된 의협 임원진은 1963년 초 종로구 관철동에 대지를 매입했고 세 번째 회관 건립에 착수, 4개월 만에 준공식과 함께 입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회무가 점차 늘어나면서 관철동 회관은 점차 협소한 공간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의협은 1969년 관철동 회관을 매도하는 한편 한국수자원개발공사로부터 용산구 동부 이촌동 541평을 1900여 만원에 매입했다.

4년 간의 공사 끝에 1974년 이촌동 회관 시대를 연 의협은 34년 동안 이 곳에서 한국의 의료역사와 함께했다. 하지만 노후된 건물과 대내외적인 정체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새로운 의협 회관 건립에 대한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의료단체 종합회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이 발주되는 등 진척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의약분업 투쟁을 비롯한 의료계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중단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의료계 양대산맥으로 자리잡은 대한병원협회는 위상에 맞지 않게 의료단체 중 유일하게 ‘자체회관 부재’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난 1986년 충무로 미주빌딩에서 서울 마포구 현대빌딩으로 이전한 병원협회는 50년이 지난 현재까지 자체회관을 갖지 못하고 있다.

현대빌딩 이주 당시 서울시로부터 삼성동 서울의료원 근처의 토지매입을 권유 받았지만 교통을 이유로 이를 고사하고 마포에 새둥지를 틀었다.

만약 병협이 삼성동 부지를 매입, 건물을 신축했더라면 지금은 어마어마한 부동산 차액이 발생했을 것이라는게 안팎의 분석이다.

현재 병협은 마포현대빌딩 13~15층을 사용하고 있다. 13층과 14층은 입주 당시 20여 억원을 주고 분양을 받았지만 일부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15층에는 임대로 들어가 있는 상태다.

병협은 그동안 회원병원 증가로 회무가 늘어나면서 업무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특히 전기, 배선, 보일러 등 건물 노화로 인한 수선충담금 등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관리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15층 임대료, 주차비, 관리비, 수선충당금 등 건물과 관련해 병협이 연간 지불하고 있는 순수 비용은 1억7000만원에 달한다.

때문에 병협은 독립건물을 세워 국내 병원들의 대표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충분한 사무공간을 확보해 회무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복안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확보. 현재 회원 병원들의 회비로 꾸려나가는 병협 사정상 회관 설립에 필요한 비용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13, 14층의 예상 매각액이 25억원 정도이고 일부기관과 단체로부터 설립 기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2007년 이사회에서 자체회관 건립안을 통과시키고 50주년인 올해 새로운 회관으로의 이전을 모색했던 병협의 계획은 무기한 연기 상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회관 설립에서 기존 건물 매입 후 리모델링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중이지만 아직까지 병원계에 불어닥친 경기한파로 인해 기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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