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들이 관심 더 가졌으면 좋겠다'
2009.07.17 10:40 댓글쓰기
[기획 하]사실 지난 2004년 경부선·호남선 KTX 개통과 함께 지방환자들이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거나 수술을 받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 이 같은 KTX의 ‘빨대효과’로 인해 지방 소재 병·의원의 경영난이 심해졌다는 소리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서울 지역의 총진료비 가운데 타 지역에서 온 환자들이 지출한 진료비는 전체의 34.8%로 금액으로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래서일까. 환자나 보호자들은 대형병원들이 조금 더 나서주면 좋겠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수술을 받은 암 환자들은 같은 병원에 입원해서 이어지는 항암 치료까지 받기를 원한다는 거다. 실제 중중환자의 경우 본인 부담이 5~6인용 병실은 하루 만원에 불과하지만 환자방은 최소 3~4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외국에서는 병원을 지으면서 동시에 숙박 시설도 함께 건립되고 있다.

환자들은 한결같이 병원 안에 암 환자 쉼터를 만든다든지, 약간의 기금을 출연해 병원 근처에 환자방을 대신할 공공쉼터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병원에서는 좀더 상태가 위중하고 긴급한 환자에게 병실을 내줘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필요성을 절감해서인지 건립 논의가 조심스럽게 오고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환자 및 보호자를 위한 ‘레지던스’ 건립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사를 내비치는 병원들이 확인되기도 했다.

삼성 이종철 의료원장은 지난해 6개 기관을 통합 조정하는 의료원 체제로 본격 가동하면서 동시에, 병 수익원 다각화의 일환으로 일원역 근처의 호스텔 건립에 대한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일원역에 호텔 규모의 호스텔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레지던스 사업 추진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2009년 연구소, 기숙사 신축 등을 포함한 ‘AMC플랜’에 따르면 신축 기숙사에 환자 보호자를 위한 공간 마련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

보건복지가족부가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정한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이후 현재까지 병원은 장례식장,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의료기기 임대 판매업 등을 할 수 있다. 실제 종합병원 매출 1위를 기록한 서울아산병원은 주차장과 장례식장, 식당, 서점, 커피전문점 등 부대사업을 수익 창출로 연결시킨 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법적인 제한이 완화될 경우 소위 ‘환자방’ 역할을 병원이 대신해 지방 환자들의 진료 편의를 배려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들이 언제,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미지수다.

지방 환자들이 환자방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경실련 김태현 사무국장은 “지역적으로 왜곡된 의료 인프라의 문제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이나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받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의료 서비스의 질에 대한 판단에 따른 그들의 절박한 선택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문제는 앞으로 의료민영화가 강도 높게 추진되면 지역적 불평등이 한층 심화되고 결국 더 많은 환자들이 서울 대형병원을 찾아 환자방을 전전하는 사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데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이라는 점에서 병원들이 레지던스 형태의 이 같은 사업에 투자를 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유스호스텔 건립에 대한 얘기는 오고가고 있지만 현실화되기에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여인숙 사업이 아니라 의료산업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당초 취지는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사업이지만 국내 환자 보호자들에게도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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