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버린 '진료영역' 무너진 '성역(聖域)'
2009.07.23 03:21 댓글쓰기
[기획 1]경기 침체와 의료계 내외부의 치열한 경쟁에 의사들이 힘든 시절을 맞고 있다. 더군다나 '진료 성역(聖域)'까지 무너져 의료계 내부는 물론 외부 직역과도 싸움이 한창이다. 이른바 진료영역 넘나들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생존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피아가 구분없는 아귀다툼도 자주 목격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벌이는 점입가경의 영역 넘보기 현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경기 침체와 의료계 내외부의 치열한 경쟁에 의사들이 힘든 시절을 맞고 있다. 더군다나 진료 ‘성역(聖域)’까지 무너져 의료계 내부는 물론 외부직역과도 싸움이 한창이다. 이른바 진료 영역 넘나들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자신의 전공을 포기하고 특정과목이 아닌 여러 과를 내세운 ‘△△의원’들이 눈에 띄고 있다. 이러한 몇가지 사례들을 짚어봤다.

몇 해 전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개명하면서 내과와의 다툼이 치열했다. 또 정신과의 경우도 ‘정신건강과’나 ‘자문정신의학과’ 등으로 바꿔 부르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일부 산부인과의원에서 ‘여성의학과’로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이 일면서 분만과 같은 고유의 진료에서 여성과 관련된 모든 질환과 케어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제 일선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여성의원으로 간판을 내걸고 산부인과 진료는 물론 여성비만, 노화방지, 성형, 피부 케어 등의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반발하고 있다.

또 요실금치료와 관련해서도 산부인과와 비뇨기과가 대립하고 있다. 쌍꺼풀 수술은 안과와 성형외과, 수지접합수술의 경우도 성형외과와 정형외과, 신경과 등에서 서로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등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모발이식은 두피관리 측면에서 피부과의 대표적인 진료과목 중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성형외과와 일반외과, 신경외과에서도 진료를 내걸고 있다.

척추와 관절 치료 역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가 서로 자신의 진료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가장 흔한 감기 역시 내과와 이비인후과에서 진료가 겹치고 있다.

이런 진료영역 넘나들기가 일반화 되면서 최근에는 힘든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딴 전문의 보드를 포기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어 총성만 없을 뿐이지 의사들 간에 사투를 벌이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의료기관 현황을 살펴보면 전문 과목을 표기하지 않는 의원이 2006년 4308개 기관에서 2007년 4459개, 2008년 4655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등록된 1차 의료기관 2만 6528개(2008년 12월 기준) 중 미표시 의원이 4655개 기관이라는 것은 의원 5곳 중 1곳은 자신의 전문 과목을 포기하는 것으로 전문의 배출이 가장 많은 내과(3662개 기관) 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의사와는 CT와 MRI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IMS 침시술 및 침 성형 등으로 인한 충돌, 치과계와는 안면윤곽성형, 피부 관리를 놓고 피부과 의사와 피부관리사, 안마사들과의 대립이 팽팽하다.

이와 관련, 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운영하는 피부 관리실이나 의료기관이 고용한 피부관리사의 행위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이 임상적 피부 관리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유권해석까지 받아냈다.

하지만 피부관리사회측은 “의료계는 피부미용은 절대 다룰 수 없고, 피부 진료를 위한 클렌징만을 허용한 것인데 유권해석을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피부과의 간판에 에스테틱·피부미용·피부관리·스킨케어 등의 표기는 전부 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한의계와도 역시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침의 자극을 이용한 가승성형 등으로 끊임없는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치과계는 안면윤곽성형에서 가장 큰 핵심이 부정교합이라고 내세우며 성형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강남의 일선 개원치과에서는 필러성형과 보톡스, IPL과 같은 고주파를 이용한 피부 관련 시술을 하고 있으며 실제 이를 언론 등에 적극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들은 불황을 극복하고자 어렵사리 취득한 전문의 자격도 포기한 채 서로의 고유 진료영역을 침범 내지는 넘나들고 있다. 이들의 영역 파괴를 자세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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