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 실기시험 요구·도입·추진까지
2009.09.21 22:30 댓글쓰기
[기획 2]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여러 가지 사회적 논리에 따라 의대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의료 인력의 양적 팽창이 이뤄졌다. 그러나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부실 의학교육과 과잉 배출된 의사들의 임상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우려도 함께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학 교육과정의 변화와 동시에 의사국가시험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국시에 다단계 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실기시험 도입 배경이 된 사건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11월 대통령 직속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전문위원회는 의사인력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의대인정평가제, 학생인턴제 도입과 더불어 의사면허시험의 다단계화를 논의했다.

그 즈음 21세기 다자간 무역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 도하 라운드(Doha Round)가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양허하지 않았던 교육의료법률시청각 등 4개 분야와 통신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엉뚱하게도 시장개방을 염려한 방편의 하나로 실기시험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는 후문이다. 외국의사들에게 국내 의사면허를 따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 의식의 차원이었다는 얘기다.

2004년 11월 한국보건의료인국기시험원(이하 국시원)에 의사 실기시험 추진을 위한 전담반인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추진위원회’가 발족돼 구체적인 추진안이 수립됐다.

그 후 2006년 6월 보건복지가족부는 2010년부터 의사국시에 실기시험을 도입한다고 공표했다. 이는 2005년 12월에 발표된 당초 계획보다 1년 미뤄진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2010년부터 시행하자는 의견이 많아 시행시기를 미루게 됐다”는 것이 당시 복지부 설명이다.

국내 최초로 실시되는 의사 실기시험 도입 여부를 놓고 사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어느 정도 수긍을 하지만 ‘시기상조다’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은 운영면에서 불가능하다’ ‘시험 공정성 확보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등 반대의견도 존재했다.

복지부 공표 이후 분주해진 의과대

복지부 공표 이후 각 의과대학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임상술기를 연습할 수 있는 마네킹, 진료실 등이 구비된 시뮬레이션 센터를 잇달아 개소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지식은 물론 술기 검증에 대한 필요성으로 실시되는 실기시험 준비를 위해 학생들에게 실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학교별로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국시원에서 공지한 시험 문제에 맞게 기자재 및 장소를 활용하고 있다.

서울의대는 2006년도부터 실기 과목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교과 과정에 편성, 학점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꼭 이수하도록 했다.

서울의대 관계자는 “실기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2006년부터 그와 비슷한 과목을 교과목으로 반영해 시행하고 있다”며 “술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표준화 환자와 의사가 서로 역할극을 하거나 2006년부터 실습센터 개소에서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의대도 2006년 실습센터 개소를 통해 보다 체계적인 실습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건국의대 관계자는 “방학 때 실습을 위해 서브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학생들이 실습 술기시험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대구가톨릭의대의 경우 2006년 이후 자체적으로 임상술기지침서를 마련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계명대, 전북대도 표준환 환자와 실습의 기회를 제공하며 실기 교육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었다.

국시원, 실기시험 준비위해 조직 개편 ‘본격’ 돌입

국시원은 이 시기 실기시험 문항을 지속적으로 개발했으며, 문항관리를 위해 전산화 프로그램 개발을 2006년 6월 완료하고 7월부터 문항은행 입력 작업을 시행했다.

김문식 전 국시원장은 당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지속적인 문항개발, 정리작업을 통해 국가시험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며 “현재 의사 실기시험이 시행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고 다른 직종의 실기시험에 대해서도 연구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행시기가 확정되면 3년 동안 유예를 둬 이 기간 예산 확보, 문항 및 각종 교육 교재 개발 등 세부 추진 계획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준비상황을 보고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실기시험과 관련, “신속한 의사 결정 및 제도개선을 위해 조직 보강 및 재원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이듬해인 2007년 3일 국시원은 ‘의사실기시험전담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그동안 문항관리 1국과 시험관리국이 나눠 추진해오던 의사 실기시험 관련 사업을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다.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 체제에 들어간 국시원은 2007년 초 의사 실기시험 문항개발의 기본이 되는 항목개발을 완료했고, 문항개발 작업을 진행했다.

복지부는 2007년 8월 “현행 1회 필기시험으로 완료되는 의사국시에 임상 실기시험을 포함키로 하는 방안을 확정, 의료법 및 시행령 등 개정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의료자원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6월 실기시험을 도입키로 확정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며 “의사는 다른 직능과 달리 지식뿐 아니라 임상적 능력 검증이 필요해서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20일~21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제1회 의사실기 모의시험이 치러졌다. 전국 의대 2곳을 선정해 국시 준비 중인 본과 4학년 76명의 응시생을 대상으로 총 12문제가 출제됐다.

그 후 복지부는 의사 면허시험에 실기시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008년도 9월 5일부터 공포ㆍ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필기시험만 거치면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실기시험까지 통과해야 면허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후 2008년 10월 22일 국시원 내 의사실기시험센터(2개소, 3층 및 지하 1층)가 완공돼 개소됐고, 10월 27일~11월 1일 이곳에서 2차 모의실기시험이 진행됐다.

복지부는 2009년 4월 8일 ‘의사 국가시험의 실기시험 합격자 결정방법 고시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최종 모의시험은 2009년 4월 27일~30일 국시원 두 개 의사실기시험센터에서 시행했다.

이날 모의시험은 시험시간과 출제 문제 수를 비롯해 두 개의 실기시험센터 운영, 표준화 환자의 훈련 및 활동, 의대 교수의 채점위원 동원, 합격선 결정방법 적용 등 실기시험 시행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훈기 국시원 의사실기시험추진소위원장은 “1, 2차 모의시험에 비해 이미 3차에 학생들 변화가 눈에 띄게 있었다”며 “정확한 정보를 환자에게 취득해야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면담기술, 의사소통 기술 등이 많이 향상됐고 본 시험에는 더욱 발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입법예고한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합격자 결정방법 고시 제정안’을 6월 9일 발표돼 합격자 결정방법을 '총점' 및 '통과문제 수'로 확정, 고시했다.

9월23일 실기시험 첫날 국시원, 그 이후

9월 23일~12월 5일까지 50일간 매주 월~토, 공휴일 및 시험센터정비일 등을 제외하고 매일 국시원 내 실기시험센터에서 72명의 수험생이 시험을 치른다. 총 3549명의 수험생이 실기시험에 도전한다.

2010년 1월 19일 국시원 홈페이지를 통해 필기시험과 함께 합격자 발표가 일괄적으로 이뤄져 첫 실기시험 합격자가 배출된다.

국시원 의사국가시험위원회 내 실기시험추진소위원회는 실기시험 시행 시작과 더불어 없어지며, 현재 건의된 사항으로 보면 ‘의사실기시험 운영위원회(가칭)’로 변경돼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1호에서도 볼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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