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마디 찌르는 속 시원한 독설가 의사
2009.10.05 21:50 댓글쓰기
뉴욕에서 의사하기’ 고수민 http://ko.usmlelibrary.com
‘의료와 사회’ 한정호 http://blog.hani.co.kr/medicine
‘수줍은 느낌의 미소’ 김현구 http://medwon.egloos.com

[화제 상. 닥터 파워 블로거 3인3색]요즘 의한협진(양한방협진)을 개원가에도 허용하려 해서 말이 많다. 현대과학과 지식에 기반한 현대의료와 유사종교인 음양오행설에 기반한 한방으로 함께 진료를 하라? 이게 얼마나 대단한 사기인가!
-2009/07/15 의한협진? 건축사는 지관과 협동으로 집을 지어라?

신현호 변호사가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의료소송을 걸었는데, 그 중 이 사안에 대해 추가를 한다고 한다.(중략) '…인공호흡기를 설치한 것이 과잉진료이다.' 저 따위 말을 하는 변호사나 보도하는 언론이나, 도대체 상식이나 사고력이 있는 사람들인지 이해가 안 된다. -2009/06/25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즉시 사망 안하면 과잉진료?


한겨레와 닥블에서 ‘내과의사 한정호의 의료와 사회’를 운영하는 한정호씨(청주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는 의료계의 소문난 독설가다. 한방의 효력, 광우병 파동과 황우석 사태 등 일련의 사회 이슈에 관해 명확한 주관을 가진 그의 문장은 실로 거침이 없다. ‘의료와 사회’ 블로그 포스트 중 한방의 비과학성을 비판한 글에서 한 한의사가 “같은 의사로서…”라며 논조를 나무라는 댓글을 달자 그는 대뜸 “의사란 이름 아무데나 갖다 붙이지 말라”고 댓글의 댓글을 달았다.

한방의 이침(耳針)론을 신봉하는 수녀에게는 “이침론은 기독교에서 절대 금기시하는 우상숭배가 아니냐”며 ‘딴지’를 건다. 다소 과격한 그의 논조에 반감을 품은 누리꾼이 하루아침에 200개의 악플을 도배해놓은 사건도 있었다. 악플이 사람 잡는 시대에서 그가 ‘싸움닭’을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싸우는 게 아닙니다. 제 블로그를 관전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합리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은 거죠. 학창시절부터 논쟁을 많이 해버릇해서 그런지 문제점의 핵심, 아픈 데를 잘 찌른다는 평을 자주 듣습니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때 별명이 진드기, 독종이었겠어요. 싸울 땐 끝까지 싸우자는 주의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유순해진 거예요.”

한정호씨가 ‘유순해진’ 동기는 생사를 넘나든 삶의 굴곡과 맞물린다. 과격한 학생 운동에 가담해 문제아로 낙인찍힌 의대 재학시절, 본과 4학년 때 당한 오토바이 사고는 그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 사고 자체는 경미한 무릎 부상을 입은 정도였지만 수술 후 예기치 못한 감염과 패혈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49번의 수혈, 4번에 걸친 추가 수술을 받고 3개월 입원, 6개월 목발 신세를 진 후에야 그는 간신히 ‘되살아’났다. 이후로도 3년간 오른 무릎에는 보조기를 달고 다녀야 했다.

“입원해 있을 때, 살아서 퇴원하면 좋은 일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던 그는 얼마 전 자비를 들여 충북도의사회 소속 의사 6명과 함께 중국 길림성에 위치한 중국 내 충북마을 정암촌으로 4박5일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지속적인 의료봉사 뿐만이 아니다. ‘의료와 사회’ 블로그를 면면히 들여다보면 날을 뾰족하게 세운 사회 비판글 못지않게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다수의 수필 형식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한씨 특유의 꾸밈없고 직설적인 문체는 빛을 발한다. 통속적인 병원 다큐멘터리에서는 볼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감동이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싫은 환자는 싫다”고, 병원에서 일어나는 솔직한 에피소드를 덤덤히 적어 내려간 글에서는 피씩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솔직한 비판

볼만한 포스트가 많은 덕에 한정호씨의 블로그는 한겨레 블로그 사이트에서 대표 필진으로 뽑혀 블로그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블로거뉴스 형태로 그의 포스트가 기사화되는 일은 다반사. 이쯤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한씨의 블로그가 한겨레에 소속돼 있다고 해서 그의 논조가 지극히 ‘한겨레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에서부터 미디어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그릇된 기류와 억압을 향한 그의 쓴 소리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한겨레 창립주주로서 기꺼이 진보성향 신문인 한겨레를 지지해 한겨레 주소를 단 블로그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한겨레신문은 진보언론이라고 선동적 구호만 외치지 말고 짱돌 근성부터 버려야 한다”고 과감히 질책할 줄 아는 그다.

“저는 관점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너는 빨갱이야’, ‘너는 우파야’ 이런 단정은 솔직히 좀 우습잖아요. 이런 생각 때문에 때론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에 표적이 되기도 하지만요.” ‘좌우’를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비판과 솔직한 입담은 영양가 있는 읽을거리를 찾아 헤매는 누리꾼들의 발길을 이끌기 충분했다. 이 중 교류가 잦은 몇몇 블로거들과는 서로의 닉네임을 친근하게 부르면서 안부와 의견을 담은 메일을 주고받기도 한다. 블로그의 인기가 치솟아 오르면서 덩달아 높아진 것이 볼만한 글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인기가 생기니까 지속적으로 포스트 건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더라고요. 현실에서의 나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나, 이렇게 인격이 분리되는 느낌이랄까. 일종의 시뮬라시옹이죠. 아마 다른 블로거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여분의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이 지난 저녁을 이용, 꼼꼼히 블로그를 관리해오던 한정호씨는 언제부터인가 사이버 세계에 몰입한 블로거로서의 자신에 회의를 느꼈다. 포스트를 작성하는 시간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순간부터 블로그의 재미는 반감된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한씨는 “원래는 진료실에서도 (인터넷을) 같이 켜놓고 그랬는데 요즘은 자제하고 있다”면서 “아침에 출근해서 회진가기 전 잠깐, 점심시간엔 댓글 관리, 일요일은 접속 안하기 등 나름대로의 원칙을 정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 말고 먼저 밖으로 나가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이러한 ‘업데이트 부담감’과는 상관없이, 요즘도 그의 블로그에는 제목만 봐도 ‘까칠한’ 칼럼들이 속속들이 올라온다. 사회와 제도의 모순에 직언을 날리는 속 시원한 글들이 궁금하다면 ‘내과의사 한정호의 의료와 사회’ 블로그는 필수 방문코스 1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1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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