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전(Surgeon) 한계 수명 '55→65→70'
2009.03.30 02:50 댓글쓰기
[기획 상]서전의 한계 수명은 어디까지인가. 최근 정년퇴임 이후에도 메스를 놓지 않겠다는 외과의사들이 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간 이식술 전문가인 서울아산병원 외과 이승규 교수(60)와 심장 대동맥 판막수술법으로 유명한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58)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언론을 통해 “70세까지 수술을 계속하겠다”고 밝혀왔다.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장병철 원장(56)은 “70세 넘어서까지 수술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년 전 은퇴하신 홍승록 선배님께서도 70세까지 수술하셨다”며 “나도 정년퇴임 후 10년은 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일병원 목정은 원장(69)도 “기회가 된다면 70대 중반까지는 하고 싶은 게 욕심”이라고 했다.

지난 2월말 정년퇴임한 유명철 전 경희동서신의학병원장(66)은 "70세 넘어서까지도 수술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척추 대가인 석세일 선생님도 78세인데 수술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선 외과의들은 “외과의사는 누구나 끝까지 수술을 하고 싶어 한다”며 “돈을 떠나 정년 이후에도 했던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심은 누구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과의에게 수술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삶 전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끝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냈을 때의 기쁨과 보람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외과와 흉부외과 의사들은 특히 대학병원에 있다가 나가서 마땅히 할 게 없다”면서 “오랜 기간 어렵게 수련해 존경받는 자리에 앉았는데 경험과 실력이 최대로 쌓인 시점에서 이를 내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학병원 의사들은 65세를 기준으로 은퇴를 맞는다. 비록 일에 대한 열정과 전성기 못지않은 체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말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장을 역임한 이경식 분당차병원 명예원장(72)은 “정년이 65세로 정해진 것은 1900년대 초반 독일의 비스마크 때였는데, 당시 평균연령은 60~62세였다”면서 “정년을 정할 때는 단순한 나이보다는 생리적 나이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외과의사의 적정 은퇴 시기는 언제일까. 그동안 외과의는 45~55세를 전성기로 치고 60세 이후로는 점차 체력 및 시력 저하, 손 떨림 등 건강상의 문제로 수술집도에 어려움을 보여 왔다.

평균수명 따라 의사수명도 늘어

하지만 모 대학병원 외과의는 “요즘은 55세까지가 전성기라고 하면 섭섭해 하실 분이 많다”면서 “정년에 가까우신 분들도 7~8시간짜리 수술을 쉽게 하실 정도로 정정하다”고 전했다.

실제 각 대학병원에는 55세 이상의 교수들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5개 병원 스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과 25%(119명 중 30명), 흉부외과 32%(38명 중 12명)가 55세 이상의 서전이었다. 60세 이상은 각각 8%와 12%였다. 대부분 주민등록상 나이보다 신체적 나이가 더 젊다.

전반적으로 의사들의 건강상태가 좋아졌다. 60세 이후에도 어려운 외과 수술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의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과거에 비해 평균수명이 크게 증가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경희의료원 외과 이상목 교수(52)는 “사회적 여건이 좋아져 의사들도 건강해졌다”면서 “주민등록상의 나이는 많아도 육체적으로 젊은 노(老)교수도 많다”고 전했다.

또한 술기와 진단, 치료기구 등이 발달해 예전만큼 수술에 큰 체력이 소모되지 않는 것도 이유다. 목정은 원장은 “요즘은 수술 기법과 기구가 좋아져서 예전만큼의 체력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료기술 발달은 의사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는데도 한 몫 했다. 이상목 교수는 “예전에는 의사들이 수술 스트레스와 합병증 등으로 술과 담배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런 서전이 별로 없다”면서 “과거 큰 수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최근에는 작은 수술에 불과하니까 스트레스가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담낭절제술의 경우, 한나절이 걸리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1시간이면 끝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9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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