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vs 방사선사 '사생결단' 돌입
2009.03.31 22:25 댓글쓰기
[기획 上]치과의사와 방사선사 간 이해관계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한창이다.

이들의 다툼은 치과진단용 엑스선 발생장치인 파노라마[사진 下]의 촬영업무를 누가 맡을 것인가를 두고 일어났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지난해 10월 “치과의원에서 파노라마 촬영만을 위해 방사선사를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현재 치과위생사들이 파노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관련 규정을 개선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치과 의료기관의 85.9%(1만1855개)가 파노라마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촬영하기 위해 고용된 방사선사는 79명인 0.6%에 불과하다.

치과의 파노라마는 위·아래 턱뼈와 안면골 병소 및 외상을 보기 위한 X선 촬영 장치로, 방사선 발생의 위험 등을 이유로 방사선사와 치과의사가 찍게끔 돼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치과에선 치과위생사가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간호조무사가 방사선촬영을 맡는 경우도 있다.

현행법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방사선촬영을 하는 것을 모두 금하고 있으며, 치과위생사에게는 구내촬영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내진단용 방사선촬영의 범주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2조 6항은 “치과위생사는 의료법 안전관리기준에 적합하게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를 설치한 보건기관 또는 의료기관에서 구내진단용 방사선촬영업무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96년 법 개정 당시, 구내방사선촬영법을 지칭했다. 이를 두고 방사선사들은 필름을 구강 내에 물고 촬영하는 방식에 국한된 개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치과의사들은 구강을 촬영하는 파노라마 촬영도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구내진단용 개념의 모호성은 정책 집행에서도 혼선을 빚어왔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시행령 위반을 이유로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들에 대한 자격정지 및 치과의료기관에 대한 보험급여 환수처분을 실시해왔다.

파노라마 촬영을 둘러싼 민원이 이어지자 치협은 관련법 개정을 요구했고 방사선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방사선사협회(이하 방협)는 “방사선촬영은 본래 방사선사 고유의 업무영역”이라면서 “치과위생사가 파노라마 촬영을 하는 것은 명백히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무자격자에 의한 방사선촬영은 피검자에게 약 45배에 달하는 불필요한 방사선을 조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장치의 특성, 방사선영상의 원리를 알지 못하는 무자격자가 잘못 관리해 발생하는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방사선 촬영을 둘러싸고 치과의사와 방사선사가 갈등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여년 전에도 치협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치위생사에게 구내촬영을 허용해줄 것을 방협과 복지부에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때까지 금지돼있던 치위생사의 방사선촬영은 96년 4월 법 개정이후 구내촬영에 한해 허용됐다.

그러다 최근 치협이 파노라마촬영까지 치위생사에게 허용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한데 대해, 방협이 반대하면서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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