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편의성' vs 방사선사 '국민위험'
2009.04.02 01:35 댓글쓰기
[기획 中]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가 기존 방사선사와 치과의사에게만 허용된 파노라마[사진1] 촬영권을 치과위생사에게도 허용해 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치협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와 여기에 반대하는 대한방사선사협회(이하 방협) 의견은 무엇일까. 이를 쟁점별로 살펴봤다.

"경영상 방사선사 고용 힘들어" vs "치과 의사가 직접 찍어야"

치과의사들은 “경영상 방사선사를 따로 고용하기가 어렵다”면서 “만약 방사선사가 고용돼도 하루 촬영 건수가 많지 않아 와서 할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방사선사들은 “치과가 인건비를 줄여 수익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경영이 어렵다면 차라리 치과전문 방사선과의원 제도를 도입해 기계 구입비를 줄이라”고 말한다. 치과전문 방사선과의원은 각 병·의원이 파노라마와 덴탈CT 등 특수촬영을 의뢰하면 이를 전문적으로 찍어주는 의료기관을 칭한다.

하지만 치협은 “만약 환자더러 ‘옆방이 아닌 근처 가까운데 버스타고 가서 찍어오세요’하면 누가 수긍하겠냐”면서 “촬영기계도 예전에는 1억이 넘었지만 지금은 2000~3000만원대 수준이기 때문에 고가 장비가 아니다”고 답한다.

이에 대해 방협은 “방사선사를 고용 못하겠다면 위생사가 아닌 치과의사가 직접 촬영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지만 치협은 “가령 의사가 임플란트 수술하다가 장갑 벗고 가서 셔터 눌러주고 와야겠나, 불필요한 과정이 아닌가”라고 반박한다.

치협은 또한 “구내촬영으로 치아 전체를 보려면 10번을 찍어야 한다. 게다가 필름을 입 안에 넣고 손으로 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불편이 크다”면서 환자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파노라마촬영이 편하고, 이를 치과 내에서 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협은 “구내 촬영[사진2]과 파노라마 촬영의 목적이 다름에도 치과가 진료비를 더 받으려고 피폭량이 큰 파노라마 촬영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치위생사도 교육받아" vs "무자격자 촬영, 국민건강 피해 커"

치과의사협회는 “치위생사도 방사선 교육을 받았다”면서 “일별 방사선촬영 건수가 소량일 경우는 예외로 적용해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방사선사협회 입장도 단호하다. 방협은 “방사선사는 3~4년 동안 오직 방사선 진단검사와 치료, 방사선에 대한 안전관리에 대해 공부하고 국가에서 면허를 취득한 방사선 전문 의료인력인데 반해 전국대학의 치과위생사 교육과정에서 방사선 교육을 받는 것은 3~6학점 이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치협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치협은 “방사선사도 파노라마 기기 자체에 대해 배우는 것은 적지 않는가”라며 “더구나 파노라마는 촬영법이 용이해 전문인이 아녀도 찍을 수 있다”고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기자가 모 치과의원을 방문해 직접 촬영을 시도한 결과, 파노라마 촬영이 구내 촬영에 비해서는 작동법이 쉬웠다. 구내 촬영이 환자의 입 안에 필름을 넣고 각도와 자세를 조절해야 하는데 반해, 파노라마 촬영은 환자의 신장에 맞게 높이를 조절하고 셔터만 누르면 됐다. 선량 조절[사진3]은 소아와 성인을 구분할뿐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방사선사들은 “방사선촬영검사는 단순히 방사선을 환자에게 조사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방사선 발생장치의 특성과 성능을 잘 이해하고 검사목적에 맞게 영상이 나오도록 전 과정에 걸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소량 피폭, 위험하지 않아" vs "인공방사선에 안전한 선량은 없어"

방사선사들이 주장하는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해 치과의사들은 “이게 정말 DNA를 손상하고 세포가 파괴될 정도로 심각한 피폭량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덴탈 파노라마의 피폭량(10~23μSv)은 우리가 하루 동안 받는 자연방사선(7μSv)과 비슷할 정도로 아주 적다”고 주장한다.

그럼 방협은 치과의사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방협은 “방사선촬영 조건을 80kV, 14mA, 14.1s로 준 경우, 뇌하수체에서의 흡수선량은 430μGy, 침샘의 하나인 턱밑샘은 415μGy, 갑상선 좌우 각각 213, 221μGy로 보고돼 있다”면서 “파노라마 촬영검사는 촬영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식약청에서 권고한 340μGy를 초과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진료과정에서 추가촬영을 한다면 이는 매우 주의해야 할 많은 양이 될 수 있다”고 정면 반박한다.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국민 방사선 위해도 평가’를 통해, 의료상 피폭은 인공방사선 피폭의 가장 큰 분포를 차지하는 만큼 그 선량에 대한 정보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2004년 연간 진단방사선 진료 빈도를 살펴보면, 일반진단 76%에 이어 치과 X선이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각 의료행위별 진료 빈도수를 적용해 살펴보면, 치과 X선의 경우에는 진료빈도수에 비해 낮은 집단선량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두고서도 양측의 의견은 엇갈린다. 치협은 “이 정도로 위험성이 적다”고 보는 반면 방협은 “안전한 선량이란 없기 때문에 선량을 최소로 줄이는 노력이 절대적이다”고 말한다.

여기에 치협은 “미국, 캐나다, 스웨덴, 독일 등 선진국은 치과의원에서 방사선사진 촬영업무에 대한 자격 기준을 독립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 국가에서는 치과위생사 혹은 간호조무사 촬영업무에 대한 자격기준을 별도로 설정해 일정기간 경력을 거치고 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취득하면 촬영권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치협은 “물론 각각의 의료기사마다 자기 영역이 있어 방사선촬영은 방사선사가 하는 게 옳으나 외국 사례 등을 봤을 때,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해줄 수 있지 않냐”는 입장이고, 방협은 "치협이 방사선사의 고유 업무범위를 강탈하고 보건의료 직종간 업무범위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강력히 맞서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대한치과의사협회 민원을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가 복건복지가족부에 해당 법률의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그리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치협과 방협의 관계자들을 불러 위 내용을 조사했다. 그 결과는 다음 호에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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