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평가 거부 서남의대 마침내 '입 열어'
2009.04.15 22:30 댓글쓰기
[기획 上] 서남의대가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전국 41개 의대 중 유일하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의 2주기 의대인정평가(2007~2010년)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의평원은 “WHO(세계보건기구) WFME(세계의학교육연맹)에 국내 의대현황을 보고할 때 의대인정평가를 받지 않은 대학을 제외하겠다”,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자로만 국가면허시험 응시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으로 서남의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카드를 내밀어도 서남의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편집자주]

이미 1주기(2000~2004년) 평가에서 3년 연속 ‘조건부 인정’을 받은 서남의대에 대해 이번에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인정 판정을 받을까봐 아예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서남의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서남의대 박종천 학장은 15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의평원 평가를 1주기 때 받았는데 이는 지금도 상당히 버겁다”면서 “지방대이다 보니 특히 스탭부분 충원이 가장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방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우수 교수진들이 근무를 꺼리는데 다가 95년부터 의예과 신입생을 받은 신설의대여서 아직 배출된 졸업생이 많지 않아 이들 인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100명을 채워야 하는데 지금은 70명 정도밖에 안된다”면서 “그러나 최근 매년 3~4명씩 졸업생이 충원되고 있어 2주기만 좀 봐주면 3주기 때는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교육부 인가조건을 우선적으로 충족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의평원 기준까지 맞출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남의대는 88년 의대설립 인가를 받을 당시 500병상 이상의 부속병원을 짓기로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근 남원에 4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증축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의대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박종천 학장은 “교과부 인가조건에 일단 충실하고 나머지는 점진적으로 해나가자는 게 학교의 입장”이라며 “우리 나름대로 준비하며 교육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의평원이 너무 심하게 언론홍보를 하며 우리를 구석에 몰아 곤란하다”고 말했다.

의대인정평가를 받지 못할 만큼 문제가 있는 부실의대는 퇴출하고 능력이 되는 기관에 신설의대 기회를 주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실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며 “정부기관도 아닌 의평원에서 내린 기준의 평가를 안 받는다고 부실인가. 그보다는 교과부 인가조건도 못 지키는 대학이 더 부실한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교과부 인가조건을 아직 채우지 못한 대학은 성균관대, 가천의대, 관동의대가 해당된다.

그는 또한 “그런 식으로 우리를 부실대학으로 몰고 가 퇴출하자는 건 불쾌하다”며 “정말 교육이 부실하다면 어떻게 학생들이 국시 합격률이 높고 성적이 좋을 수 있겠냐.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실력 발휘를 못한다면 그건 정말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껏 7회 졸업생을 내보냈지만 모두들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잘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우리학교는 타 대학처럼 큰 재단이나 그룹의 지원이 없어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일 뿐인데 자꾸 이렇게 고립시키니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은 ‘언젠가는 실력을 인정해주겠지’하며 묵묵히 있을 수밖에 없어서 특별한 응대를 못하고 있다”며 “부족함이 있어 떳떳하게는 말 못했지만 학교 사정을 이해해 시간을 좀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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