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갱신제와 의료의 質(질)
2009.05.19 23:00 댓글쓰기
[기획 下]의사협회나 의학계가 면허갱신제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지만 보수교육 강화에 있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현행 보수교육은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의사참여를 유도하고 한국 의료실정에 맞는 보수교육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실정에 가장 잘 맞는 의료면허관리제도는 어떤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주]

한국 의사연수교육은 1951년 당시 보건사회부가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료법에 명시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후 1973년 구체화된 시행세칙이 만들어져 개원의 연수교육을 시작으로 보완, 개정돼 현재 연수교육 체계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현 의학교육과 연수교육체계에 있어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개선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의사면허시험 다단계화·면허 연장제도 도입 검토

대표적인 개선방안으로 ‘의사면허시험 다단계화’와 ‘면허 연장제도’가 논의돼 올해(2009년) 9월부터 의사실기시험이 도입된다.

의사 면허시험 다단계화는 의사 인력의 질 향상 및 의학교육 전체과정을 고려해 졸업 전 의학교육과 졸업 후 의학교육, 평생의학교육으로 나눠 각 단계에 따라 의사면허, 독립진료자격, 면허 및 자격갱신 등 능력평가에 따른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면허시험 다단계화는 타당성 검토와 세부시행방안 연구, 문항개발, 실기시험 센터 지정, 표준환자 개발 등 기반조성과정을 거쳐 기초의학시험 단계와 임상실기시험 단계로 구분된 평가방식 도입이 추진됐다.

또 임상수련을 의무화해 임상의사는 의사면허가 부여된 뒤에도 일정기간에 각급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수련을 받도록 규정하고 개업자격도 임상수행능력을 갖춘 의사에게만 허용하는 등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연수교육 '유명무실'…혁신적 대안 강구

의사면허나 전문의자격을 일정기간마다 시험 또는 교육이수로 면허를 연장하는 면허자체평가체계도입, 면허 재인증 및 전문의 자격 재인증 방안 등이 제시되는 등 의료교육의 정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윤성 회장(서울의대 법의학과 교수)은 “현 연수교육은 유명무실한 제도다. 현실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제도를 도입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윤성 회장이 생각하는 한국의료에 가장 맞는 제도는 ‘교육’이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을 꼽았다.

이 회장은 “현재 엄격하게 다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 것뿐이지 앞으로 철저히 관리한다면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면서 “의사들도 스스로의 자격을 격상시키기 위해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국시원 의사시험위원회 정명인 위원장(연세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역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사면허 재인증 제도 도입은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교육 전담기구 설립…명확한 지침개발 '시급'

현재 발표된 다 편의 논문과 연구자료, 전문가들의 조언 등에 따르면 연수교육 전담 기구설립과 명확한 지침개발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연수교육은 한 두 사람의 실무자에 의해 운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정적인 기구를 설립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

또 이 조직이 유명무실화되지 않도록 수행역할과 명확한 지침개발, 수요분석을 위한 각종 평가 및 프로그램 개발 등 일련의 작업을 연계 운영해야 한다.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지식전달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으나 절대 다수인 강좌형식의 교육에서 탈피해 어떤 형태로든 실기교육의 비율을 높여 실제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강의 1시간 당 1평점의 설정에서 교육내용의 난이도나 교육방법 등에 따라 평점을 차별적으로 운영해야하며,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의사와 특정 일정을 맞추기 힘든 의사들을 위해 사이버교육도 개발돼야할 과제다.

"면허관리 등 전문가기관에 권한 부여해야"

캐나다의 면허관리 기관은 의학회이며 프랑스는 전국의사위원회이다.

즉 전문가기관에서 의료행위의 질 관리와 전문성에 대한 교육, 통제, 의사윤리에 대한 유지 감독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연수교육은 의학회를 비롯한 의사회, 병원 등 전문가집단에서 담당하고 처벌은 행정당국의 역할이기 때문에 실제 행정처분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들은 보수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전문가 집단에 자율징계권 등 처벌 권한을 부여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보수교육 미이수자들의 철저한 관리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및 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할 때 전년도 보수교육 이수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고 있다.

이렇게 전문가 단체나 기관으로 권한과 책임이 이관되면 보수교육으로 인한 의료의 질 향상은 물론 의료 인력이 파악돼 수급에 있어서도 용이하다는 것이 보건의료계 논리다.

보건의료인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전문직인 변호사의 예를 들면, 상황은 다르지만 변호사가 협회를 통해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고 범법행위나 도덕적 결함이 발생할 경우 징계위원회를 거쳐 자체 징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교육 이수율 또한 99%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이렇듯 이미 현행보수교육의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보건의료 단체들도 자정노력으로 여러 가지 방법론적인 대안들을 제시했다.

이제 정부와 보건의료계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현생 보수교육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냉정히 돌아보고 개선책을 모색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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