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현행 유지 vs 갱신' 촉발되나
2009.05.17 21:56 댓글쓰기
[기획 上]수년간 거론되고 있는 의료인 면허갱신제 도입에 대해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이 의원입법을 발의할 것으로 보여 관련 단체들의 찬반 논의가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부분 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취득하게 되는 의사면허는 학문적 지식과 독립진료의 능력 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한 차례 필기시험으로 국한된 의학지식을 평가하는 현행제도의 한계점에 대해 그동안 많은 지적이 있어왔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자문기구인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에서 일정기간마다 시험이나 교육을 통해 갱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후 2004년 복지부에서 참여정부 의료발전 5개년 계획에도 포함됐다.

또 2005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성구 의원을 필두로 지난해 국정감사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06년에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면허갱신 공청회를 개최했고 녹색소비자연대는 면허갱신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주장한 바 있다.

2007년에는 의사 출신 안명옥 의원과 치과의사 출신 김춘진 의원도 현행 의사면허제도가 의료 인력의 질을 지속적으로 담보하기엔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면허갱신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렇듯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의학회 등을 중심으로 의료인 보수교육 강화와 면허갱신제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의료인 면허취소 효력 '최장 3년'

특히 의료계 내에서도 학계를 중심으로 현행 종신면허제도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특수한 윤리와 도덕성을 유지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몇 해 전 경남 통영의 한 의사가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상대로 성폭생 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의사 도덕성에 금이 갔다.

실제 진료기록부 허위작성이나 진료비 부당청구 등으로 적발돼 면허 정지 및 취소를 당하는 의사 수가 늘고 있지만 현행법상 3년 간 면허정지에 그치는 효력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법 제65조 면허취소 및 재교부에 대한 규정에 따르면 제1항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 자라도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 강력한 영구 면허취소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 최근 대리출석과 회비 납부만으로 보수교육을 이수하는 일부 의사들이 생겨나 보수교육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않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의사연수교육 미이수자 최근 현황에 따르면 ▲1992년 3550명 ▲1993년 471명 ▲1994년 790명 ▲1995년 1637명 ▲1996년 1263명 ▲1997년 1677명 ▲1998년 885명 ▲1999년 2087명 ▲2000년 4644명 ▲2001년 4296명 ▲2002년 2689명이었다.(이후 분석 자료 없음)

이렇듯 상당수 의사들이 연수교육을 미이수해도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 자격에 있어 아무런 처벌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

이와 관련, 한국의학교육학회 이윤성 회장(서울의대 법의학과 교수)은 “나 같은 경우 진료현장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당장 개원을 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폐단을 지적했다.

이윤성 회장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한국도 유럽의 일부 국가처럼 의사자격과 진료행위 면허를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협은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면허 재등록보다 보수교육을 강화하되 미신고 의료종사자와 사망자 등에 대한 데이터를 위해 관련 규정을 보완,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일부 부적격자 때문에 법을 고칠순 없다"

의협 경만호 회장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보수교육은 이미 갱신제와 같은 의미”라며 “의사들은 대부분 전문의이기 때문에 전공별로 학회나 개원의 연수강좌 등을 통해 꾸준히 교육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만호 회장은 “실력이 있는 의사는 환자가 더 잘 안다. 시장논리에 의해 의사들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경 회장은 "일부 미이수자들 때문에 법을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료계 내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지만 현행 의사면허제도에 대한 경고음은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이처럼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인 의사와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 정부의 의견이 엇갈려 공통된 견해를 이끌어내지 못해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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