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연구로 한국 인공심장 세계 최고 수준
2009.06.08 22:05 댓글쓰기
[기획 上] 한해 150~200명 가량의 환자들이 심장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지만 기증자는 3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식할 심장이 없어 수술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환자가 대다수인 것이 국내 의료 환경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기증자를 늘리는 방안이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인공심장의 제품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닐까. 심장뿐 아니라 간, 신장 등 인공장기 개발에 관한 한 국내외적으로 독보적인 지위에 있는 고려대학교 한국인공장기센터를 방문, 그간의 성과와 연구개발 프로세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편집자주].

올해로 개소 6주년을 맞는 고려대학교 한국인공장기센터는 명실공이 인공장기 연구 분야의 산실로 기능해왔다. 국내 유일한 인공장기 연구개발 기관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다양한 인공장기 영역을 포괄하는 전문센터로서 사례가 드문 기관이라는 평이다.

인공장기센터 선경 소장은 “6년째 인공장기 관련 연구 개발을 진행해오면서 이뤄낸 각종 성과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인식도가 높아졌다”며 인공장기에 관한 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센터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냈다.

200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보건복지가족부 첨단의료공학 신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개발 지원을 받아온 인공장기센터는 그간 ‘지원비가 아깝지 않은’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센터를 개소한 이듬해 A4용지의 가로 크기(15*20cm) 밖에 안 되는 전기공압 하이브리드식 휴대형 인공심장 개발에 성공, 전임상 동물실험을 수행했고 이후 이중 박동식 심폐용 혈액펌프(T-PLS), 완전이식형 연속류 심실보조장치 개발에 연이어 성공함으로써 국내시장 확보 및 해외 수출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자체 개발한 체외형 양심실보조장치가 까다로운 미국 FDA 인공심장 임상시험 허가 기준을 통과한 것은 이전에는 유례없던 쾌거다.

지난 2007년에는 세계 최소형 체외 휴대용 인공심장장치(H-VAD)를 개발, 송아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미국 FDA, NIH 권장 인체사용기준인 90일을 넘겨 생존하는 연구 성과를 발표함으로써 국내 인공장기상용화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는 인공장기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문학술지로 분류되는 ASAIO(American society for Artificial internal organs) 최다 논문 소개, 2008년 고대 최우수연구소 선정 등의 결과로 이어졌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무엇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한국인공장기센터를 지탱하는 힘이 돼주는 것일까.

선경 소장은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자 간 융합을 센터의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MD, 전자기기공학박사, 수의사, 생명공학박사 등 인공장기라는 공통주제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가가 한 데 어우러져 이뤄낸 성과라는 설명이다.

선경 소장은 “자기 분야의 확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융합 연구데이터를 낼 수 있는 독특한 시각을 가진 연구원을 임용한다”며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열리는 세미나에서 20여명에 달하는 연구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해 이를 입체적으로 융합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센터운영 방식은 학문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컨버전스(Convergence), 하이브리드(Hybrid), 컨실리언스(Consilience)와 같은 통합 개념이 강조되는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학문적 바탕이 달라 보는 시각도, 사고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연구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화합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선 소장은 “나는 방향만 정해주고 나머지 권한은 위임한 상태”라며 “연구원들끼리 알아서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되,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을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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