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좁은 '인공장기'…문제는 '쩐(錢)'
2009.06.09 21:51 댓글쓰기

[기획 上]융합연구로 한국 인공심장 세계 최고 수준


[기획 下] 한해 150~200명 가량의 환자들이 심장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지만 기증자는 3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식할 심장이 없어 수술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환자가 대다수인 것이 국내 의료 환경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기증자를 늘리는 방안이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인공심장의 제품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닐까. 심장뿐 아니라 간, 신장 등 인공장기 개발에 관한 한 국내외적으로 독보적인 지위에 있는 고려대학교 한국인공장기센터를 방문, 그간의 성과와 연구개발 프로세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편집자주].

한국인공장기센터의 인공장기 개발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공장기 개발의 목적이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무대를 국내에 한정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센터는 다양한 해외 연구기관과의 공조 체제를 구축, 인공장기 공동 개발 및 연구에 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 국립순환기센터에 이환성 박사를 연구원으로 파견해 막형 산화기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 베를린 심장센터의 Mueller 박사와 인공심장 연구를, 네덜란드 Maastrict 대학의 Massen 박사와는 이중 박동식 심폐용 혈액펌프(T-PLS)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선경 소장은 이를 ‘전략적 연합관계’라고 표현한다. “아무래도 일본과는 미묘한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과의 협력은 요원하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견해고요. 인공장기 개발에 관한 실질적 협력은 거의 유럽 쪽과 하고 있습니다. 유럽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독일과 MOU를 체결한 상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경쟁자적 입장이지만, 전략적으로 융합하는 것이죠.”

일례로 2007년 센터가 세계 최소형 체외 휴대용 인공심장장치(H-VAD) 개발에 성공하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독일이었다.

독일 연구소에서 특허권을 팔라는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선 소장은 이를 거절했다. 선진국 업체가 공동개발을 요구한 이면에는 개발한 장치가 자사 경쟁제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품을 사장시키려는 의도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적절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되 개별 사안에 따르는 실익을 잘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긴장 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게 전략적 연합관계의 특성이기도 하다.

선 소장은 “아직 국산 브랜드를 내세우기에는 신뢰도가 낮은 게 사실”이라며 “국내시장을 열기 위해서라도 외국과의 공조체제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뛰어난 실적에도 임상진행 비용 없어 '상용화' 먼 길

그러나 한국인공장기센터는 우수한 연구 성과와 개발 실적에도 불구하고 인공장기 실용화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돈’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세계 최소형 체외 휴대용 인공심장장치(H-VAD)도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할 후원자를 찾지 못해 개발한지 2년이 지난 아직도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선경 소장이 제시한 개념이 정부가 주축이 돼 움직이는 ‘메디 클러스터’다. R&D→임상→시장에 이르는 단계마다 부딪히는 높은 진입장벽을 어떻게 뚫을 수 있을지는 정부의 역할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R&D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복지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밤낮으로 연구해 10만개의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임상시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기술 위주의 R&D는 그래서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기술개발단 박소라 단장 또한 최근 전체 바이오산업을 지원해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보건복지가족부가 수행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선 소장의 견해와 맥락이 닿는 주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체외 휴대용 인공심장장치는 과연 업계와 정부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세상에 신고식을 마칠 수 있을까.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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