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의협號 60일·나현 서울시號 90일
2009.06.30 21:50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신임 회장[사진 左]이 취임 60일, 서울시의사회 나현 회장[사진 右]은 90일이 다 돼 간다.

10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료계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전국 지역의사회의 맏형이라 일컬어지면 2만60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서울시의사회의 경만호, 나현 새 집행부는 현재 어려운 의료 환경에 빌미를 제공한 보건의료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 속에 당선의 영광을 누렸다.

지난 5월 1일 취임한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의 본격적인 대외활동은 이보다 앞선 4월 초부터 시작됐다. 4월 중순에는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과 함께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윤석용 의원을 만난데 이어 오후에는 나 현 서울시의사회장과 함께 변웅전 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특히 경 회장은 4월 한달 동안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국회의원 및 주요 정당 정책위의장, 복지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 지식경제부장관, 건보공단 이사장 및 심평원장 등을 만나 당선자로서 상견례와 함께 새 집행부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 참석, 의료서비스 선진화에 대한 발표를 가지기도 했다. 이는 경만호 신임회장에게 회원들이 기대했던 의협의 정치력 복원에 대한 열망을 충분히 반영한 행보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경만호 회장은 청와대에서 가진 행사에서 "글로벌헬스케어를 중심으로 U-Health 및 의료기기,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연구중심 병원 육성이 수반돼야 한다"며 "이를 운영할 핵심 연구인재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제36대 회장 취임식 및 축하연’은 경만호 회장이 후보 시절부터 밝혀온 정치권과의 인맥에 대한 충분한 기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변웅전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의사 편에 서서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앞서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법안과 의료계의 뜻을 받들겠다”고 발언, 한 차례 큰 곤욕을 치른 변 위원장이 “다시 한 번 존경하는 의사 여러분 편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부분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는 시각이다.

의료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소통 부족에 따라 의료계 행사에 첫 참석한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축사도 눈여겨 볼 만하다. 경 회장이 적십자사 부총재직을 겸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활동적인 리더십과 인도주의적인 정신이 꽉찬 경만호 회장이 의료 수급자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선택을 도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회원 기대감 충족시킬 정책대안 마련 절실

경만호 회장은 최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에 한정된 대정부 업무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확대하는 등 외연을 넓혀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국회쪽도 보건복지위원회 뿐만 아니라 주요 정당의 정책위의장, 경제 관련 상임위까지 아우르는 행보를 펼쳐 나가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후보시절부터 “국회의원 몇 명을 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제3의 조직까지도 알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정치권과의 탄탄한 인맥을 자랑해온 경만호 회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약제비 환수법안과 간선제 통과 등 내외적인 현안을 풀어내는 경만호 집행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우려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 내부에서도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안 및 DUR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의협 TFT가 두 차례의 회의를 거치면서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겉돌기식 회의에 머물고 있는 상태로 보는 시각이 크다.

최근 의협에서 열린 TFT와 직역별 보험이사가 참여하는 연석회의는 상견례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회의에 참가한 한 인사는 “TFT에서 기존에 논의한 결과에 비교해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었다”면서 “연석회의라고 하지만 원외처방이나 DUR 모두 집행부의 해법수준을 벗어나긴 힘든게 현실”이라며 수박 겉핥기 식으로 마무리된 회의 분위기를 귀뜸했다.

정기대의원총회 통과로 시작된 간선제 논란도 의협 새 집행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논란 초기 젊은층에서 촉발된 일부의 주장으로 비춰졌다면 지금은 중년층으로 확산되며 정총 절차상의 문제를 삼으며 급기야 소송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경만호 회장은 “집행부가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년 정총에 다시 시도의사회의 직선제 안이 올라올 수 있고 논의를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서 “앞으로 많은 단체나 직역에서 참여,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집행부 임무”라며 논란을 비켜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코드 맞는 두 수장 시너지 or 독선

서울시의사회 나현 회장은 취임에 앞서 밝힌 수익창출과 사무국 개혁 등 대대적 조직정비에 어느 정도 다가서고 있다는 평이다.

나현 회장은 “내부적인 개혁 또한 이룰 수 있도록 3년 임기동안 분골쇄신 해 나갈 생각”이라고 전제하면서 “16개 시도의사회 장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과감한 조직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총괄 1국(1총장·1국장) 체제에서 총장과 국장의 업무가 겹치거나 총장의 역할이 불분명했던 문영목 전 회장 임기 당시 체제를 1총장·2국장(총무국·정책보험국) 체제로 개편, 총장이 제대로 된 '총괄업무'를 맡아 의사회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0개월 전 해임된 이모씨의 복직은 과거를 묻지 않고 원칙대로 돌려놓음으로써 내부갈등을 없앴다. 이모씨는 2005년 입사해 2년 계약이었으나,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업무를 진행해왔다. 이후 갑작스런 해임통보로 계약기간과 관련해 지방노동청과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아울러 나 회장은 후보자 시절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구의사회 사무국의 광역화와 수익사업 창출, 5분대기조 운영, 회원연수교육 강화, 의료봉사활동의 다각화, 기업과의 연대를 통한 재원 마련 등의 사업들에 대해 초석을 다지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신임 회장으로 나현 후보가 당선되자 앞서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경만호 당선자와 함께 의료계 이슈들에 대한 공동대응으로 시너지 효과가 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가하고 있다.

경만호 회장과 나현 회장은 선거기간 당시부터 상호 당선을 위해 사실상 전력투구 해왔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경만호 회장의 낮은 투표율과 지지율을 극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만호 의협회장과 나현 서울시의사회장은 오래 전부터 고난의 한 배를 탄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서울시의사회장과 총무이사로 돈독한 관계를 구축한 두 수장은 지난 2007년 의협 및 서울시의사회 보궐선거에서 각각 출마와 낙선이라는 쓴 잔을 함께 나눠 마셨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의 러닝메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경만호, 나현 후보가 모두 당선됐고 의협과 서울, 경기 회장이 뜻을 모아 의료계 이슈에 공동대처하고 앞장 선다면 앞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경만호 회장과 나현 회장이 회원들의 뜻을 외면한 채 그들만의 뜻과 결정대로 회무를 이끌 경우, 자칫 독선적인 회무 집행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10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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