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시장엔 영원한 적군도 아군도 없다
2009.07.14 03:24 댓글쓰기
최근 경제위기는 업계 간 짝짓기를 가속화하며 `영원한 적군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제약계 역시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잇따라 대형 제네릭(복제약) 업체 인수·합병(M&A)에 나서는가 하면 제네릭 업체들도 경쟁 회사 인수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판매하던 국내제약사들은 판권 회수 후 자신들이 판매하던 오리지널의 제네릭을 출시해 서로 등을 돌리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판권 회수 후 불어닥칠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오리지널 의약품을 소유한 다국적제약사로서는 화가 나는 것이 당연지사다. 따라서 왕왕 어제의 동지였던 이들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국내제약사들은 다국적제약사와 손을 잡고 세계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코마케팅, 코프로모션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경우도 다수 발생한다. 다국적제약사들은 국내제약사의 영업력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과 국내제약사들은 새로운 제품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편집자주]

한국애보트 - 일성신약, 협력자서 경쟁자

최근 앨러간과 애보트 등 외자사들이 한국내 판매권 계약을 맺었던 국내사들로부터 판권을 회수, 직접 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한국애보트의 경우 그동안 일성신약에서 판매해 왔던 비만치료제 '리덕틸'의 한국내 판권 계약이 종료되는 4월부터 직접 시판에 나섰다.

리덕틸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제니칼(한국로슈)’과 함께 리딩품목으로 군림하던 제품이다. 지난 2007년 200억원을 넘는 등 일성신약 매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번 판권 종료는 회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때문에 일성신약이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치료제 개량신약을 우여곡절 끝에 재출시 하게 됐다.

시부트라민 시장에 개량신약을 출시하며 판도변화를 예고했던 일성신약은 ‘리덕틸’에 대한 예전 계약관계에 있던 한국애보트사의 항의에 따라 제품명과 포장재를 달리해 ‘리노반’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애보트사는 기존 리덕틸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일성신약의 제품 출시를 주시해오다 이 회사가 지난 4월초 ‘리덕트라’라는 이름으로 발매하자 제품명과 포장이 유사하다는 지적재산권을 이유로 항의서한을 보내 출시를 중단시킨 바 있다.

7년동안 비만치료제 시장을 지켜오면서 상당한 의원급 처방처를 보유한 일성신약이 시부트라민 개량신약인 ‘리덕트라’를 지난달 10일 출시, 본격적인 마케팅을 개시했다. 하지만 애보트가 ‘리덕트라’의 상표와 포장에 대해 항의했고, 일성은 애보트와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상표명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일성신약은 비만치료제 ‘리노반’으로 시부트라민시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한달 여의 시간이 늦어졌지만 출시와 함께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간 상태다.

이달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비만치료제 ‘리노반’ 15캡슐(sibutramine malreate)은 리덕트라와 동일한 성분과 용량이며 기존 '리덕틸'에서 염만 다른 동일한 비만치료제로 고용량 17.76 mg제품이다.

‘리노반’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쳤으며, 서울아산병원에서 제1상 임상시험을 통해 기존 오리지널과 비교하여 동등한 임상효과를 보이면서도, 특히 이상반응은 감소된 결과를 보였다.

일성신약 관계자는 “제품 출시에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리노반 15캡슐’을 출시함으로써 비만치료제 전문 국내 회사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부트라민 비만약 시장은 약 460억대 규모로 알려졌으며, 지난 2007년 ‘리덕틸’ 특허만료로 현재 10여개 이상의 개량신약들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80년대 후반 이후 10여 년간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던 중외제약과 한국MSD가 최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특허권을 놓고 법정 싸움을 벌이는 등 대치상황을 연출했다.

지난 90년대 2~3년간 한국MSD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공동판매한 뒤 판매권을 돌려준 경험이 있는 중외제약이 최근 ‘피나스타’를 출시하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10년우정 깨진 ‘중외-MSD’ 법정분쟁

한국MSD는 “특허만료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외제약이 특허를 침해, 내년 약 60억원의 영업손실이 우려되므로 피나스타의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며 법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중외제약 역시 피나스테리드 특허는 신규성은 물론 진보성이 결여돼 있어 MSD 특허권은 무효라며 맞소송을 진행, 양쪽 신경전이 극에 달한 실정이다.

두 회사의 신경전은 지난 200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외제약은 한국MSD에서 레니텍(고혈압치료제), 메바코(고지혈증치료제), 티에 남(항생제), 프리니빌(항생제) 등 4개 제품을 들여와 10년 이상 국내 판매를 맡아왔다.

이들 제품은 2001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중외제약의 확실한 효자품목 구실을 했다.

하지만 한국MSD가 재계약을 거부하고 2002년 1월 판매권을 회수하면서 두 회사의 10년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대. 그 후 중외에서 잇따라 경쟁품목을 출시, 양사의 관계에 서먹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중외제약이 한국MSD의 레니텍과 메바코를 겨냥한 레니프릴과 메버스틴을 자체 개발해 시판한데 이어 이번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까지 출시하자 양사의 대립 감정이 극에 달한 것이다.

결국 한국MSD는 중외제약에 대해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서울지방법원 민사50부(이태운 부장판사)는 지난 2004년 3월 15일자로 ‘피나스타 정(피나스테리드)’에 대한 MSD의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마무리됐지만 예전과 같은 돈독한 우정은 날아갔다.

이와 관련, 한 제약계 인사는 “제약사들도 어차피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이기 때문에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특허가 만료된 제품에 대해 국내사 누구도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며 오리지널을 고집하지 않는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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