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 로봇수술 이끄는 전승현 교수
2009.07.13 21:50 댓글쓰기
[기획 인터뷰 上]국내 첫 로봇수술을 꿈꾸다 재단 반대에 부딪혀 올해 2월에서야 국내 병원 중 15번째로 다빈치 에스를 도입한 경희의료원. 병원 내부에서는 도입 직전까지도 ‘이미 선두를 뺏겼는데 승산이 있겠느냐’, ‘병원 인근 지역 환자들이 로봇수술을 받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등 반대가 많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사정마저 좋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원·달러 환율 1050원에 계약했지만 실질결제가 이뤄진 건 1570원이었다. 환율에서만 약 6억원을 손해 본 것이다. 경희의료원은 오랜 우여곡절 끝에 로봇수술을 도입, 현재 월평균 10건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등 선발 주자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경희 로봇수술의 속사정을 ‘경희 로봇수술의 대들보 3인방’에게 직접 들었다. 비뇨기과 전승현 교수와 외과 이길연 교수, 산부인과 정민형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편집자주]

“처음부터 우리는 로봇수술로 돈을 벌 순 없다고 판단했어요. 시기도 너무 늦었고 주변 정황상 로봇수술로 신환이 늘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요.”

로봇수술준비위원회로 활동하며 경희의료원의 다빈치 도입 사업을 추진했던 비뇨기과 전승현 교수(40)는 "당시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마음을 다독인 건 의대부속병원 장성구 원장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과가 불안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장 원장님이 ‘진료실적은 걱정하지 말라’면서 ‘로봇수술 도입은 교육기관인 대학병원으로서 없어서는 안될 첨단 의료기기를 갖추는 것이다. 여기서 뒤쳐지면 영원히 도태된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주셨죠.”

미국 수련병원의 절반이 다빈치를 도입한 이때 로봇수술 없이는 전공의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지금은 비록 어렵더라도 이들 로봇수술 임상 1세대가 자리를 잡았을 즈음에는 모든 수술이 로봇으로 대치될 것이고, 그때 전임의와 전공의가 뒷받침이 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경희의료원의 로봇수술은 비뇨기과를 중심축으로 외과와 산부인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년간 경희 동서신의학병원에서 근무했던 전승현 교수가 경희의료원으로 돌아왔다.

의료원은 올해 내 100건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이마저도 녹록치는 않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동대문구와 중랑구, 성북구, 경기도 구리시와 의정부시 등에서 오시는 환자가 많은데, 이 지역은 솔직히 비싼 수술비를 지불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다”면서 “때문에 환자들에게 로봇수술을 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다른 과 수술에 비해 비뇨기질환은 로봇수술의 장점이 가장 두드러지다보니 환자가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로봇수술을 선택한 것 같진 않아 마음이 쓰이죠.”

아직 6개월이 채 안된 경희의료원의 로봇수술은 여러 난관에 부딪히며 과도기를 겪고 있다. 전 교수는 그러나 “수술 케이스는 선점 병원에 비해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지만, 모든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단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희망을 그렸다.

그는 최근 클래식 기타를 구입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손을 놓은 지 오래된 피아노도 다시 시작했다. 손목과 손가락 놀림이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져 로봇수술을 보다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가까운 미래엔 구멍 하나로도 로봇수술이 가능해지는 등 로봇수술도 점차 개선돼 보다 섬세한 동작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제 나이 50세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경희의료원의 미래를 책임질 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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