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의료계지만 넘어야 할 산
2009.01.02 03:11 댓글쓰기
[기획 4]해마다 3000명이 넘는 의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형병원 뿐만 아니라 개원가에서도 인력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연이나 지연에 의존한 주먹구구식 스카우트는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의사 헤드헌팅업체로서는 이 모든 것이 호재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 호기 있게 발을 내딛었던 업체들은 이내 벽에 가로막혀 버린다. 병원이 가진 배타주의적 성격과 까다로운 요구가 그것이다. 사례를 통해 헤드헌팅 업체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알아봤다.[편집자주]

의료 인력시장의 헤드헌팅 시대가 개막됐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녹록치 않은 곳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학연과 지연은 물론이고 대형 의료기관의 경우 배타주의적 성격이 강해 헤드헌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헤드헌팅 전문업체 C사의 경우 벌써 수년째 의료제약 부서에 별도 의사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팀을 구성해 활동해 왔지만 그 성과는 말을 아끼고 있다.

C사 의사전담팀 한 관계자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 분야는 어떤 문의 및 의뢰 건이던지 비밀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따라서 병·의원에서 직접 의뢰해 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구인 정보 접근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설령 의료기관에서 문의해 왔다 할지라도 전문 과목은 당연하고 그의 대인관계 뿐 만 아니라 출신까지도 특정학교에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며 “까다로운 조건이 성사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헤드헌팅 업체는 수년째 의사 구인에 목이 마른 병원들에게도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관계자들은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헤드헌팅업체 A사는 최근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의사 2명을 회원으로 맞이했다. 해외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그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의사의 이력을 구인하는 병원 몇 곳에 보냈지만 병원들은 “다른 의사는 없냐”는 답만 보내왔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이들 중 한 의사는 전공의 시절 병원 내에서 선배와의 불화를 겪었던 일이 있었고, 다른 의사는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형외과 및 피부과 등 일부과목의 경우 의사의 외모를 묻는 경우도 있다. 이들 과목의 여의사들의 경우 성형시술을 권유받기도 하는 등 그가 가진 진료역량보다는 외적인 가치에 치중하는 사례도 있다.

헤드헌팅 업계 종사자들은 병원에서 가지는 폐쇄성에 혀를 내두른다. 병원들이 갖고 있는 경계감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문의가 재활의학이나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등 일부 과에 편중되고 있는 점도 의사 헤드헌팅의 고충이다.

헤드헌팅업체 A사의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의뢰하는 과목들의 경우는 대부분 소위 잘나가는 과목이 대부분”이라며 “이들 과목의 의사들은 회원 가입 사례도 찾기 힘들뿐 아니라 있다 해도 최상의 대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사 측은 올해 초 서울 인근의 한 병원에서 영상의학과를 이끌 과장 대우의 전문의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침 이직을 원하는 40대 후반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O씨를 소개,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이 역시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급여수준이나 대우에 대해 전문의 O씨는 만족감을 표시했고, 병원에서도 이 수준까지는 해줄 수 있다는 의견이 오갔지만 병원 내 타 과목의 과장들이 자신들과 차이가 있는 대우에 불만을 표시, 사직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히 맞섰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어느 직역보다도 자존심과 자부심이 큰 그들이기에 적당히 맞추려는 생각은 버리는게 좋다”며 “당사자와 병원의 입장 외에 주변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기관에서는 헤드헌팅 업체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원내 핵심인력 유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인맥을 통하거나 신문 구인광고를 전전긍긍하던 병원들로써는 헤드헌팅의 등장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들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핵심인력이 유출될 경우 병원의 타격은 상당하다. 진료수입 뿐만 아니라 침체된 병원 내 분위기까지 계산한다면 피해는 상상외로 막심하다. 다시 그만한 역량을 가진 인사를 모시기는 쉽지 않아 되도록 사태 발생에 앞서 사전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직시장이 의료계 특성상 어려움이 많고 아직 활성화되지 않음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기반이 닦여 있는 몇 곳 업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등 빠르게 역할이 인식되고 있는 만큼 다른 분야보다 높은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8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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