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병원) 좋고 매부(의사) 좋은 격
2009.01.02 22:01 댓글쓰기
[기획 5]헤드헌터 생명은 신뢰와 비밀보장. 때문에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직을 했고 취업을 했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처진다. 특히 다른 분야에 비해 규모가 한정돼 있는 의료계는 더욱 입소문을 조심해야 하는 곳. 헤드헌팅을 통해 취업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에게 아무런 잡음없이 구직이나 구인을 성공시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헤드헌터들.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는 그들이 전해주는 생생한 성공 체험기.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 헤드헌팅의 성공사례를 모아봤다. 또 헤드헌팅이 발달된 이웃나라 일본의 의사 취업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주]

알음알음의 관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힘들었던 예전과 달리 이젠 당당하게 일한 만큼 대우받고 보수받고 인정받자는 인식이 의료계에서도 널리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헤드헌터를 거쳐 간 의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 1
대구 모 대학병원장을 역임한 후 정년퇴직한 60대후반 신경정신과 전문의 A씨. 의사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죽는 날까지 환자와 함께인 삶을 살아가고픈 그는 헤드헌터를 찾았다. 명예롭게 그의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병원에서 평소 공부해온 신학의 꿈도 함께 키울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대학병원장을 역임한 그가 추구하는 연봉, 지역, 향후 개원 여부, 목표 등을 파악한 후 헤드헌터가 소개한 곳은 300병상 규모의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신설 병원이었다. 그 곳에서 그는 지금껏 갈고 닦은 진료 노하우는 물론 행정력 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대형병원이 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고 있다. 기반이 닦이지 않은 신설 병원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진료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는 것. 그는 이후 후임 진료과장 등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초빙하기 위해서라도 종종 헤드헌터를 찾으며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 2
서울 수도권에 위치한 모 노인병원에서 근무했던 30대후반 가정의학과 전문의 B씨. 어느날 병원사정이 좋지 못해 월급을 인하해야겠다는 병원장의 말은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몇 달 전부터 환자가 많이 줄어 매출이 급감해서 어쩔 수 없이 월급을 감해야 한다는 것. 헤드헌터를 찾은 그는 프로필 및 경력기술서 등을 보냈고, 서울이 아닌 충청북도 소도시에 있는 600병상 규모의 노인병원으로 이적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권의 경우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포화상태여서 마땅한 자리가 없었을 뿐 아니라 서울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지방 병원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서울에서 800만원 받던 월급이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1200만원으로 50%인상됐으며, 주5일 근무가 철저히 지켜졌고 당직제 또한 자율적인데다가 철저히 당직수당이 따라 붙어 일하는 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30평형대 사택이 제공돼 서울에서의 근무여건과 비교하면 오히려 꿈의 직장을 얻은 셈이다.

가족과 주말에만 만날 수 있다는 것과 주말마다 서울과 충청북도를 오가야 한다는 불편함도 3년이 지나니 적응돼 오히려 결혼생활의 활력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물론 처음에는 지방으로 떠나야 한다는 부담도 많이 느꼈지만 몇 해가 지나니 노인병원에서 임상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으로 만족해하고 있다.

▣ 3
능력을 인정받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전북의대 출신 30대의 산부인과 전문의 C씨. 그녀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주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녀. 어느날 그녀의 남편이 전라남도 순천시 여수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 그녀 또한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헤드헌터를 찾게 됐다. 마침 대전에 위치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여의사를 급히 구하고 있어 젊은 인재, 그녀가 낙점돼 직장을 옮기게 됐다.

산부인과를 개원하려면 타 과에 비해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한 그녀는 젊었을 때 페이닥터로 일하면서 자본금 모으기에 전념했다. 몇 년이 지나 개원 초기 자본을 모은 그녀는 현재 서울에 위치한 산부인과를 개원해 흑자를 내며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산과, 부인과, 산후조리 등 산부인과에 관련된 토털 서비스를 하고 싶어 한 그녀의 생각이 현실화 됐다. 페이닥터로 일할 때마다 찾은 헤드헌터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적재적소에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와 헤드헌터는 상호 보완적 관계

의사와 헤드헌터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이기 때문. 의사가 헤드헌터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헤드헌터는 의사를 위해 구직, 구인을 봐준다.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인 것.

위의 경우처럼 다양한 사례를 겪다보면 나름 자부심이 들 수밖에 없다. 헤드헌트는 의료, 교육 사업과 마찬가지로 면세사업이다. 즉, 따로 내야하는 부과세 등이 없고 소득세만 내면 된다는 의미다. 그 만큼 국가에서 권장하는 사업으로 국가,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헤드헌터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헤드헌팅을 하다보면 적잖이 놀랄 때가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의사들 사이에서 안 좋게 소문난 소위 ‘블랙리스트 병원’이 사실과 다를 때가 많이 있다는 것.

블랙리스트 병원이란 재정적으로 어려운 병원, 고도의 노동을 요구하면서 월급이 적은 병원, 의료사고가 많은 병원, 사무장 병원 등을 말한다.

여의도에 위치한 H 헤드헌트업체 관계자는 “의료계가 워낙 좁아 선후배 사이에서 안 좋은 병원으로 소문이 나 ‘들어가지 말자’란 분위기를 타면 그런 병원들은 의사들 채용하는데 애로사항이 굉장히 많다”며 “블랙리스트 병원은 알고 보면 편견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 온라인 매체의 발달로 좋은 정보는 물론 안 좋은 혹은 사실과 다른 정보도 실시간에 퍼진다. 이런 편견을 깨주는 업무 또한 헤드헌터들의 몫이다.

실제로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병원으로 정평이 나있는 병원에 구인을 위해 병원을 찬찬히 간파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파악해 헤드헌팅을 해준 사례가 있었다. 이럴 경우 잘못된 편견이 오히려 의사들의 좋은 ‘자리’를 막는 케이스가 될 뻔 한 일이다.

이처럼 헤드헌트업체는 도심과 지방을 구분하지 않고 진료하는 의사에게 맞는 병원환경과 포지션을 추천하며 일차적인 검증을 통해 병원과 의사간에 갑작스런 이직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전공과목별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외과, 정형외과 등 각 전공에 맞는 컨설팅을 통해 서로 원하는 것을 조율해 나간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고급인재 스카우트가 보편화돼 있다. 특히 의사를 전문으로 헤드헌팅하는 모 일본회사는 전 일본을 대상으로 지난 2005년 기준 연간 300명의 의사를 헤드헌팅하고 있다. 일본은 의사가 무슨 취업이냐는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한국에 비해 헤드헌팅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업체 등에 따르면 일본은 젊은 의사들의 경우 점차 페이닥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음알음 관계로 인해 근로계약서 자체를 작성하기 힘들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당당하게 일한 만큼 대우받고 보수받고 인정받자는 인식이 넓어져 가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의사는 지금

일본은 내년 의사확보비도 148억원을 마련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일본은 의사확보와 공급 관련, 10년 전부터 힘들어 해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저하되고 근본적인 의사 부족과 개원가 경쟁으로 인해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설명이다.

일본종합병원정신의학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일본 전체정신과병상수의 20%가 감소했으며, 이중 병원은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지방에 위치하며 의사초빙이 어려운 이유가 병상 혹은 병원 감소의 이유로 분석했다.

이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의사의 헤드헌팅이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가속화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이에 한국 정부도 의사확보에 대한 대비책과 재정 마련에 힘써야 한다”며 “의사 등 전문직 헤드헌팅 인식을 넓혀서 서로 윈-윈하는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8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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