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엠빅스 특집기사 '불법 or 합법'
2009.01.20 21:58 댓글쓰기
[기획 하]지난 금요일(16일) 유명 일간지에는 건강특집을 다룬 4개면의 섹션지가 함께 배포됐다. 내용은 SK케미칼의 전문의약품인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를 주로 다룬 기획기사들이 담겼다.

대중광고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이 기사 형식을 빌려 3개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그리고 마지막 면엔 SK케미칼의 일반의약품인 기넥신 전면광고가 실렸다.

현행 약사법은 시행규칙 84조 2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의약품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전문지를 통해 의료 전문인을 대상의 전문의약품 광고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만약 제약사가 일반인에게 전문의약품 광고를 노출했다 적발될 경우 6개월의 판매금지 처분을 받게 된다. 이는 허가취소 바로 전 단계로 이후 유사행위로 적발될 경우 곧바로 허가취소로 이어지는 중징계다.

SK케미칼의 엠빅스는 그러나 중징계를 피하면서 일반인에게 제품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은 듯했다. 광고가 아닌 기자 바이라인(기자 이름)을 단 기사형태를 띤 것이다. 전문의약품이 일반대중에 광고형태로 소개될 때는 문제가 되지만 기사일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기자 바이라인만 있으면 전문의약품도 일반인에 광고 가능?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식약청은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서는 광고여부와 위법소지 등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면서 “기사는 광고로 보지 않기 때문에 약사법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괘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식약청이 언론과 전면전을 하기 어렵고, 소비자가 이걸 광고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기 때문에 기자윤리로 다뤄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는 기자 바이라인만 있으면 아무리 광고 성향이 짙더라도 식약청의 징계를 피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 또한 “기자 바이라인만 달리면 전문의약품의 광고성 기사는 괜찮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러한 광고성기사는 기사형광고와 달리 식약청은 물론 언론 쪽에서도 마땅한 심의규제가 없다. 신문발전위원회 관계자는 “기자 바이라인을 단 광고성기사에 대해 따로 심의하지는 않는다”면서 “어쩔 수 없이 언론사 스스로가 매체 신뢰도를 위해 노력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제약사의 광고성기사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모 주간지 기획기사에 실린 바이엘쉐링의 아스피린프로텍트의 제품 사진과 노골적인 제품설명 내용이 문제가 됐다. 당시에도 ‘광고성기사가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제약사가 규정을 악용한 편법적 광고행위를 할 수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됐다.

기사가 광고대행사 통했을 경우 문제?

그러나 지난 금요일 SK케미칼 엠빅스 특집기사는 예외적인 관점이 적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는 섹션지 엠빅스 특집을 다룬 회사가 언론매체가 아닌 광고대행사이기 때문이다.

해당 신문은 20일 “그 내용은 우리가 발행한 신문이 아니고 관계사도 자회사도 아니다”라면서 “지국에서 발행하는 광고전단지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특집기사 제작사 관계자도 "우리는 신문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확인하면서 "사업자등록을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광고전문대행사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확인결과 이 회사는 일간지의 정식 섹션지 발행 매체가 아닌 ‘광고주에게 최고의 홍보효과’를 주는 광고대행사로 알려졌다. 부동산특집을 주로 다루는 이 회사는 ‘일간지 등 신문에 삽지 형태로 배포하는 신문형식 4페이지 분량의 전단’을 주요 마케팅 홍보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들은 자사 홈페이지의 회사소개에서 ‘기존의 전단 형식으로 구성되는’ ‘특집 전단을 탈피해’ ‘섹션신문처럼 읽혀질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해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식약청 “광고대행사 기사라면 불법”

이에 식약청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광고대행사일 경우에는 SK케미칼에 대한 처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업체가 광고대행사일 경우, (바이라인의 해당자가) 기자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고 거듭 말했다.

따라서 향후 식약청이 이번 SK케미칼의 엠빅스 특집기사에 대한 조사를 어떻게 진행해 나갈지 주목된다.

한편, SK케미칼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그런 기사가 났냐’는 질문에 “취재에 적극 응한 것 밖에 없는데, 생각보다 기사가 크게 됐다”면서 “평소에 기자 분이랑 친해놔서, 명절 때는 좀 이렇게도 써주시는 것 같더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또한 ‘취재를 요청한 게 광고대행사냐, 아니면 광고대행사에서 취재도 요청하나, 광고대행사에 광고를 요구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누구랑 취재를 한 건지 뭔지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SK케미칼 담당 엠빅스 PM 또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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