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수가계약은 협의는 없고 일방적 통보'
2009.02.16 21:50 댓글쓰기
[기획 하]의약분업을 기점으로 도입된 건강보험 수가계약에 대한 의료공급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급기야 최근 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의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제도 도입 이후 계속된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고, 여기에 의사 과잉공급 현상에 따른 생존경쟁이 맞물리면서 사상 초유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한계를 느낀 의료계는 그동안 수가인상률에만 연연하던 모습에서 탈피, 이제 적극적으로 제도의 개혁을 외치며 국회와 손을 잡는 등 건강보험 계약자인 공단과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대해 전방위 공격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세계적인 의료보험 성공모델을 만들었다'고 자찬(自讚)하며 수가계약 개혁의 목소리에 크게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편집자주]

[上] 비현실적 수가, 신음하는 의사들
[下] 일방통행식 계약, 균형감 상실은 오래

사라진 계약, 고시만 존재할뿐

의료계는 현 수가계약이 건강보험 계약자인 공단과 의료공급자인 의료기관의 협상에 의한 계약이 아닌 일방적 통보에 의한 고시로 전락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핵심은 바로 수가계약 과정에 관여하는 두 개의 심의기구 구성에 있다고 의료계는 입을 모은다.

의료계가 문제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기구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법 31조에 요양급여비용의 계약 및 보험료의 결손처분 등 보험재정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법적 기구이다.

특히 공단 이사장이 의료계 대표와 보험수가 계약을 체결하는 때에는 재정위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어 보험수가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재정위는 보험재정을 부담하는 건강보험의 가입자들로 구성, 보험재정에 대한 가입자의 참여도를 높이고 재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재정위가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구성돼 있어 건강보험 계약자와 의료공급자의 동등한 시각적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균형감 잃은 재정운영위원회

국민건강보험법 제31조에 따르면 재정위원회는 직장가입자 대표 10인과 지역가입자 대표 10인, 공익대표자 10인 등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현재의 재정위 구성은 정치적 이념이 뚜렷하거나 사회의 여러 직능을 대표하는 단체나 권력화된 시민단체로 이뤄져 있다고 의료계는 불만을 터뜨린다.

시민단체들은 관료화와 권력화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만큼 가입자 대표기구로서의 객관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게 의료계가 갖고 있는 견해다.

때문에 의료계는 시민패널제도 도입과 독립성 확보 등 재정위의 재구성 내지는 새로운 개념의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정위 구성과 조직에서 가입자 대표가 독립되면 수가계약은 보험자와 공급자가 이해상충의 대립각을 세우다 끝내 결렬되고 마는 과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즉,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한 합리적인 주장을 펼침으로써 가입자 대표들을 설득하고 가입자 대표는 보험자와 공급자에게 양보를 구하는 설득의 의사소통적 행위가 펼쳐지는 과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

병원계 한 인사는 "가입자 대표기구의 독립만으로도 수가계약 체결의 가능성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위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건정심=인상률 인하' 공식은 당연

현행법상 수가계약이 결렬되면 복지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한 의결을 거쳐 정관이 수가를 결정하고 고시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건정심에 대해서도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가계약 역사를 되짚어 보면 협상 결렬로 건정심에 갔을 경우 당초 인상안 보다 낮은 인상률을 제시 받았기 때문에 '건정심=인상률 인하'라는 공식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건정심에 회부될 경우 공단의 입장에 일방적으로 편향돼 결정되거나 우월적 협상력을 통해 공단 측에 유리한 수가체결을 강요 당하기 때문이라고 의료계는 토로한다.

의료계 한 인사는 "작금의 건정심은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가 깨진지 오래고 언젠가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시민 불복종 대상이 되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건정심의 결렬된 수가계약 중재 기능 상실의 원인은 결국 그 구성 문제로 귀결된다.

정부가 건정심을 보험재정의 유출입을 조절하는 밸브의 조작을 맡은 중심기구로 인식하면서 정부의 직접 조정 아래 예속시키려 하다보니 그 구성도 정부의 지배가 가능하도록 짜여졌다는 것.

현재 건정심은 보험자 및 가입자 VS 공급자 VS 공익대표의 구성비가 14:8:2로 구성돼 있다.

더군다나 공단에 속한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이 다시 건정심의 위원이 되는 겸직자가 상당수에 달하고 특히 이 가운데는 보험자에 유리한 연구를 수행한 교수까지 포함돼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건정심이 결렬된 수가 계약의 당사자들을 중재할 가능성이 없음은 자명한 일이라고 의료계는 성토한다.

병원계 한 인사는 "결국 건정심은 보험자와 가입자를 한편으로 세워놓고 정부가 자신의 보험재정정책의 관철을 정당화하는 사이비 절차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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