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개량신약 잠재력은 특허정책이 좌우
2009.03.03 22:00 댓글쓰기
[초점 下]바둑 격언 중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살아난 후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가야 한다는 뜻이다. 즉, 자신의 위험을 살피지 않고 무모하게 공세를 취하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보기 쉽다는 의미다. 작금에 전개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 행보와 당국의 특허정책은 이 격언에 잘 들어 맞는다. 상대적으로 복제약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사들은 그동안 오리지널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들과 특허권을 놓고 사투를 벌여왔다. 국내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특허권을 무너뜨려 거대 오리지널 시장에 진입하고자 했고 다국적사들은 국내사들의 '묻지마 복제'에 혀를 내두르며 '에버그리닝 전략'으로 응수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국내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이 특허권에 대해 유한 태도를 보이면서 특허분쟁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사와 법원 모두 작금의 상황이 곧 자충수로 귀결점을 찍게 될 것임을 아직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 숨은 틈의 허실을 데일리메디가 집중 조명해본다.[편집자주]


[上] 대한민국 개량신약 '자충수의 덫' 되나


[中] 개량신약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 만들어야


제약 선진국도 개량신약이 대세

미국 유럽 등 의약산업 선진국들도 보험재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개량신약 개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50%를 점유하는 거대시장이면서도 신약과 개량신약, 그리고 제네릭이 균형을 이루도록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07년 4월까지 10년간 미국 FDA에서 허가 받은 신약 및 개량신약에 대해 분석한 결과 신물질 신약은 28%에 불과했다. 오히려 개량신약이 64%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제네릭 뿐 아니라 개량신약의 활발한 개발이 이뤄지는 미국은 특허보호에서도 우리나라보다 한 발짝 더 앞서 있다.

미국에서는 개량신약에 대해 3년간 데이터 독점권을 인정해 준다.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인·허가 전문가와 함께 특허전문가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그 만큼 특허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잘 키운 개량신약, 오리지널 안 부러워

지난 해 7월 발매된 한미약품의 '에소메졸'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넥시움'의 개량신약으로,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50억원을 돌파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정도 성장세면 오리지널 신약의 매출까지도 조만간 따라잡을 기세다. '에소메졸'의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 규모인데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 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미국에서 임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올해 말이나 2010년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2006년 기준 6430억달러로 메모리 반도체시장 규모인 608억달러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제약업은 부가가치율(34.3%)이 일반제조업(20.9%)의 1.5배, 영업이익율(10.6%)은 일반제조업(5.3%)의 2배가 되는 등 타 산업에 비해 높은 부가가치와 성장성을 자랑한다.

이에 비해 국내 제약시장의 규모는 14조원으로, 세계 의약품 시장의 2%에 불과하다.

따라서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 개량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글로벌 개량신약, 특허정책이 판가름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량신약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특허 정책과 특허권 보호가 시급하다.

1987년 처음 시행된 물질특허제도는 신물질 특허가 전무했던 우리나라의 화학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실제 결과는 국내 물질특허 관련 출원이 크게 증가되는 등 국내 업계의 신물질 개발 역량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미 13개 국내 제약업체가 15개 품목의 발매허가를 완료했고, 현재는 39개 업체가 총 170여 개 품목의 개량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특허보호를 통한 국내 제약사의 연구 개발 투자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미래로 가기 위한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국내 제약업체들의 개량 신약 연구 개발 활성화를 위해 대법원에서 곧 최종 심의할 예정인 '플라빅스'의 특허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한-미, 한-EU FTA 체결 등 국내 제약시장이 세계 제약시장과 당당히 어깨를 겨누고 경쟁하게 될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화 추세에 맞는 개량신약 특허 정책의 변신은 국내 개량신약이 세계를 무대로 뻗어나가기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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