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의사' 되고픈 GP들의 용감한 도전
2009.03.16 22:10 댓글쓰기
[기획 인터뷰 上]유난히 호기심 많은 ‘까칠한’ 의대생은 의약분업 사태 등을 겪으며 의료계의 왜곡된 구조에 염증을 느꼈다. 공보의를 마친 그는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개원했다. 처음 의대에 진학하면서 생각했던, 의사의 모습 그대로를 담은 ‘동네병원’을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홍대 앞 카페의원 ‘제너럴 닥터’를 운영하는 김승범 원장[사진 左]의 이야기다.

지난 2007년 제너럴 닥터(이하 제닥)의 문을 연 김 원장은 다음해 우연히 카페를 찾은 3년차 비뇨기과 레지던트를 공동 원장으로 맞이하게 된다. 정혜진 원장[사진 右]이 그 주인공.

이제 개원한지 2년 남짓, 갓 서른을 넘긴 이 젊은 의사들은 흰 가운을 벗어던지고 환자와 소통하는 1차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해왔다.

“저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가 있어요. 4차 기관이라고. 1차→2차→3차 병원을 다 찾아도 소득 없이 끙끙 앓던 환자분들이 여기 와서 효과를 보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그 분들이 그간 병원에서 겪은 사연만 들어줘도 한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죠.”



동네 주민들의 친숙하고도 친절한 '의사 선생님'

제닥이 다른 병원과 가장 차별화를 둔 부분은 환자들에게 약물처방보다 비약물처방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가령 감기 증세로 찾아온 환자에게 감기약을 처방해주는 대신 충분히 쉬고, 물을 많이 마시며, 손을 자주 씻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환자가 수긍할 때까지 친절히 설명해준다.

어디가 아픈지 꼼꼼히 들어주고, 왜 아픈지 상세히 말해주는 덕에 제닥에서 한 명의 환자를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30분에서 많게는 반나절까지 걸린다. 가뜩이나 낮은 건강보험 수가체제에서 수지타산이 맞을 리가 없다.

“하루 최대 20명 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금은 평균 10명이 좀 안 되는 수준이에요. 카페 운영으로 얻는 수익이 전체 수입의 90% 정도를 차지하죠.”

실제로 ‘카페’의원 같기도 하고 의원‘카페’ 같기도 한,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이 공간에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의학 전문지에서부터 경제지, 일간지, 심지어 패션잡지까지 제닥을, 친근한 동네 오빠누나 같은 이 젊은 원장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김승범·정혜진 원장은 인기 블로거이기도 하다. 그들은 지난 10일 그간 제닥을 운영해오면서 겪은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생활 속 건강정보를 담은 블로그 글들을 모은 첫 에세이집을 냈다.

‘제너럴 닥터-어느 이상한 동네병원 이야기’(이상미디어)[사진]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에는 건강과 소통, 참된 의사의 가치와 같은 그들이 이제껏 고민해온 이야깃거리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제닥에서 키우는 고양이 나비, 바둑이에 대한 유머러스한 성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5월에 추가로 책을 출간할 예정이에요. 살짝 힌트를 드리자면, 이야기가 있는 젊은이 건강백서랄까. 이번에는 건강정보 전달 위주의 실용서가 될 거예요.”

환자를 위한 소통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웹 2.0 시대의 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두 ‘제닥’의 용감한 도전은, 과감하면서도 영리한 방법으로 차분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