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교수 급여 대준 경희의료원 '이젠 못해'
2009.03.19 21:58 댓글쓰기
[기획 上]경희대와 경희의료원이 기초교수 급여문제로 시끄럽다.

경희 의·치·한 3개 대학장과 기초 주임교수, 배종화 경희의료원장 등은 지난 9일 공영일 의무부총장 주관 하에 긴급회의를 열고, 기초교수 급여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경희의료원이 기초교수에게 지급하던 급여 일부를 앞으로 누가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와 ‘이 금액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여부가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기초교수 영입위해 추가수당 지급

지난 70년대 경희대는 의사면허를 가진 우수인력, 즉 MD를 기초교수로 영입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이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타 단과대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대학교원으로서의 기본급여 이외의 금액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명목은 연구비였다. 그러나 이 돈은 해당 기초교수들의 연구실적과 관계없이 지급됐다. 의사면허를 갖고서도 어렵게 기초교수의 길을 택한 이들에 대한 금전적 예우였기 때문이었다.

기초교수란 환자 진료를 보지 않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해부학, 조직학, 병리학 등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를 말한다. 이들은 엄연히 대학소속이다. 따라서 병원과 대학에서 각각 환자 진료수당과 학생 교육수당을 받는 임상교수와 달리, 기초교수는 급여 전체를 대학에서 받는 게 일반적이다.

30년간 360억 부담한 경희의료원

그럼에도 기초교수에게 지급하는 이 연구수당은 경희대가 아닌, 경희의료원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는 당시 사정이 좋았던 병원이 대학으로 보내는 일종의 전출금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경희의료원은 지난 81년부터 30년 가까이, 경희의대 소속 기초교수들에게 연구수당을 지급해왔다. 액수로 따지면 총 360여억 원이다. 구체적으로는 2004년 16억6000만원, 2005년 18억2000만원, 2006년 18억5000만원, 2007년 19억2000만원에 이어 지난해는 19억 6000만원이 전달됐다.

사실상 기초교수가 연구든 진료든 병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음에도 경희의료원은 이 금액을 책임져왔다. 심지어 이들 기초교수들에겐 몇 년 전까지, 경희의료원 임상교수가 진료를 하고 받은 특진비의 3%가 지급되기도 했다. 당시 기초 정교수는 이 제도로 한 달에 약 100만원, 조교는 약 40만원씩을 받았다. 이는 기초교수들의 “우리도 면허가 있는데, 왜 임상교수와 우리를 차별하냐”는 반발에 대한 것들이었다.

"경제사정 어려워 더 이상은 못 내겠다"

그러다 최근 경희의료원이 대학측에 문제해결을 요구했다. 예전과 다른 병원의 경제사정을 적극적으로 알린 것이다.

부담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장기간 감수해온 경희의료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고충을 호소해왔다. 특히 병원사정이 어려워진 2~3년 전부터 내부에서 “인건비 비중이 너무 크다”며 “현재 의료원이 부담하고 있는 기초교수의 급여만이라도 해결하면, 병원 살림이 좀 풀릴 것 같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병원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가 어렵고 병원 간 경쟁이 심화돼, 최근 10여 명의 직원을 명예퇴직 시켰을 정도로 의료원 사정이 힘든데 매년 저 큰돈을 내보내니 말이 되냐”면서 “이제는 대학이 부담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모 교수도 “병원경영이 잘 될 때는 원래 병원에서 지급하는 게 아님에도 줬지만, 이제는 전국적으로 의료경영이 어려워져 못 드린다”며 “병원교수들이야 기초교수들과 동료니까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다른 직종 사람들은 이걸 납득하겠냐”고 반문했다.

2010년부터 대학이 전액 부담…논란은 여전

이에 대학측은 의료원의 거듭된 주장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경희의료원이 기초교수들에게 지급해온 금액에 대해, 대학과 의료원은 올해는 절반인 10억씩 나눠 부담하고, 2010년부터는 대학이 전액을 부담하는데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의료원의 고충은 해결됐지만 기초교수들과 대학 간 새로운 갈등이 시작됐다. 이 문제로 지금, 경희대는 논란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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