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인테리어는 저희가 책임질께요'
2009.03.23 22:20 댓글쓰기
[단독 기획 하]데일리메디에는 이달 초 매우 민감한 제보가 들어왔다. 내용은 최근 극도로 예민하게 여겨지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된 것이었다. 정부도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상당한 강수를 두고 있을 정도로 긴장을 늦추지 않는 상황이다. 평소 의약계 분야에 어느 정도의 마진 성격을 지닌 거래는 있을 수 있다고 여겼지만 제보된 내용은 뇌물 이상의 수준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제보자는 내용이 충분히 입증될 만큼 구체적으로 기술했고 리베이트 전달 방법도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본지는 조심스럽게 취재에 들어가 상당부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리베이트로 제공된 돈이 회사 비자금 성격의 현금이어서 물증이 될 수 있는 문서 형태의 관련 자료를 입수하지 못했다. 고민 끝에 본지는 우선 확인된 제약사와 해당 병원을 익명(본문 기사의 영문 이니셜은 회사 및 병원 이름과 관련 없음)으로 처리하되 리베이트 수수 방법을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차후 물증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취재를 지속할 것이며 사회 정의와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 필요성이 판단되면 공개할 방침이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하며 상, 하에 걸쳐 확인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서울 강북에 소재하는 A제약사와 강남 유명 병원의 '검은 거래'는 처방 대가성 현찰 2억 제공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들의 검은 거래가 시작된 건 지난 2007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제약사는 당시 개원을 앞두고 있던 이 병원에 은밀한 접근을 시도했다.

A제약사는 병원이 건물 신축에 따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간파하고 원장에게 가구류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대신 결제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당시 강남의 노른자위에 새 건물을 올리느라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C원장으로서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결국 원장은 A제약사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제약사는 약속대로 인테리어 업체에 병원을 대신해 비용을 결제했다.

A제약사가 병원을 대신해 결제한 금액은 무려 1억2000만원.

취재 결과 A제약사는 2007년 5월과 추석 무렵 전후 각각 600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인테리어 업체에 병원 대신 비용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인테리어 비용 대불 조건은 자사 제품 처방이었다. A제약사는 1억원이 넘는 인테리어 비용을 지불해 주는 대신 병원 측에 자사 제품 처방을 요구했다.

데일리메디 제보자는 이와 관련, "전체 비용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비췄고 이를 받아들인 원장의 요구로 세금계산서를 2회에 걸쳐 인테리어 업체에 제약사 이름으로 끊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우리 말고 몇몇 제약사도 이 병원 개원때 전산과 관련된 각종 기기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볼 때 해당 병원 원장은 개원을 하면서 자신의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비용 처리한 셈이다.

병의원 개원시 컴퓨터 등 일부 집기류를 제공하는 것이 통상적인 마케팅 방식임을 감안하더라도 1억원 이상은 상식적인 기준을 훨씬 넘는 수준이란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제약계 고위 인사는 "솔직히 우리 회사도 개원하는 병의원에 집기류를 제공하지만 1억원은 도가 지나치다"며 "이는 관계 개선 차원의 단순 지원을 넘어 명백한 불법 리베이트"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사 임원은 "이런 영업방식은 제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제품력과 선의의 경쟁을 통한 마케팅 정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테리어 비용 대불 리베이트 역시 병원 원장은 취재 도중 사실을 시인했지만 A제약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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