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주는데 유지보수비용만 '月 1천만원' 훌쩍
2009.03.25 21:55 댓글쓰기
[기획 上]설치형 의료기기인 자기공명영상장치(MRI)는 대당 10억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의료장비다. 단가가 센 만큼 인터넷에서는 ‘MRI 구매포인트 8가지’란 이름으로 구매시 유의사항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도입 단가만큼이나 의료 현장을 힘들게 하는 것은 비싼 유지보수 비용 탓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제조·판매사가 독점하고 있는 MRI 유지보수 시장을 짚어 본다.[편집자주]

시장지배력 무기로 유지보수 비용 높게 책정

국내 MRI 시장은 다국적 의료기기회사가 독점하다시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MRI 유지보수 비용마저 높아 이를 두고 최근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GE와 지멘스, 필립스 등 외국계 회사가 국내 MRI 시장을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유지보수를 명목으로 일선 개원가에 청구하는 비용이 과다하게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영상의학과 개원의협의회 양우진 회장(서울중앙클리닉 대표원장)은 “비싼 유지보수 비용으로 회원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며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다국적 회사들의 유지보수 비용은 현재 기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한달에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선 개원가에서는 “가뜩이나 환자가 줄어 힘든 상황에서 유지보수 비용을 대지 못해 폐업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양 회장은 “회원들의 불만사항을 확인해보면 고장이 났을 때만 수리를 청구하는 온 콜(On-Call) 계약의 경우 불러도 빠른 시일 내 해결되지 않는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비용을 물고 매달 점검해 주는 단위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지보수 전문업체 등장해야 가격 인하

다국적 회사들이 유지보수 비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유지보수 시장 역시 독점 형태로 운영해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양 회장은 “다국적 회사가 독점 형태로 유지보수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며 “유지보수만을 전문으로 하는 신생업체가 나와 경쟁 상황이 돼야 가격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MRI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만 8300여개에 다다르는 상황에서 이들을 활용한 유지보수 전문업체들이 전체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개원가 역시 더 많은 업체가 나타나야한다고 입을 모으며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MRI의 유지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한 병원 관계자는 “유지보수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더 많이 등장해야 시장에도 경쟁바람이 불어 가격이 낮춰질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정부가 모든 수가를 관리하는 만큼 MRI 유지보수 비용도 수가 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다국적 회사들은 의료계의 이 같은 냉랭한 분위기에도 “의료기기로 허가된 품목인 만큼 허가받은 업체가 유지 보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정성 및 유효성 문제들 역시 제조·판매한 업체가 관리해야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양 회장은 “한국의료영상품질관리원으로부터 영상품질 관리를 받고 있는 만큼 유지보수 업체가 담당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해당 업체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되는 게 시장원리이니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사용자인 의사와 공급자인 의료기기 업계의 입장이 서로 다른 가운데 국내에서 GE사 MRI만 유지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설립,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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