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논란 분분 속 '인턴 폐지 or 존치' 갈림길
2008.04.14 22:00 댓글쓰기
인턴제 폐지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보다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의료교육 제도 및 의료환경의 패러다임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 2005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됐고 오는 2010년부터 의사국시에 실기시험이 포함되면서 인턴의 수련업무를 의대에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PACS(의료영상저장전달시스템)와 EMR(전자의무기록) 등이 정착되면서 역할 정립에 혼돈을 빚고 있는 인턴제 폐지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40여 년 동안 유지돼 온 인턴제 폐지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적잖기 때문에 향후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찬성 “인턴제 폐지, 이젠 때가 됐다”

인턴제 폐지 분위기는 수련의 질 향상 및 의학교육의 효율성 제고에 공감을 표하는 의학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의학계는 현 수련제도는 전문의를 양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의사 인성교육 및 임상기회 부여라는 인턴제의 본말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전공의 과정을 제외하면 졸업 후 의학교육과정이 전무해 임상의학부분에서 추가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단과 전문과목의 전문의를 양성하는 과정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모든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단과 전문의로 양성되는 결과를 초래, 일반의사와 1차 진료 의사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수련을 담당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턴제 폐지'와 함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련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의 인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데다가 실제 진료의로서 배워야 할 업무가 아닌 잡무에 가까운 일들이 많은 만큼 더 이상 제도의 취지를 찾을 수 없다는 게 이들 교수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전국 수련 담당 교수들 모임인 전국수련교육자협의회도 현재의 인턴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련교육자협의회 김성훈 회장은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 인턴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젠 인턴제 폐지를 공론화하고 개선해 나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교육 주체로서의 위치 역시 인턴제 폐지의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

여러 과를 순환근무하다 보면 교육주체가 없는 상황에까지 방치, 교육주체가 아닌 노동력의 일환으로서 필요성에 따라 배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순환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느 과에서도 책임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레지던트 수련병원 자격 없이 인턴만 근무시키는 병원이 존재하는 등의 문제점도 발견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김재중 교수는 "인턴 제도가 과연 교육을 위한 과정인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며 "이 시점에서 퇴색될 대로 퇴색된 인턴제 폐지가 논의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저임금 노동력 착취'는 선배 전공의들이나 해당 인턴들이 문제로 삼는 부분이다.

그들은 인턴은 '의사가 아닌 삶'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즉, 수련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잡일을 하면서 1년이란 시간을 보내는게 인턴들의 현실이라는 것.

대한전공의협의회 변형규 회장은 "대다수 인턴들은 의사가 아니라 경리나 비서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턴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과도한 업무 속에서도 피교육자로서의 지위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피교육자로서의 신분보다는 면허를 가진 의사로서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이중적 잣대에 노출돼 있다는게 변 회장의 견해다.

변 회장은 특히 "병원의 경영 상황에 따라 수련보다 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곳에 인턴을 분배, 응급실에 장기 배치시키는 등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병원 경영논리에 묻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변형규 회장은 "6년 동안 배운 의학 지식을 인턴 1년 동안 잊어버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이런 제도가 더 이상 존치될 이유가 없다"고 피력했다.

반대 “폐지 만이 능사 아니다”

인턴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 또한 만만찮다.

이들은 "인턴이 의사로서 기본 술기를 습득하고 전문분야를 미리 탐색하는 과정인 만큼 필요한 제도"라며 인턴제 존치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현재 의사면허 취득 후 개원하는 비율이 극히 드문 것은 바로 의대에서 충분한 임상실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턴 과정에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것.

더욱이 의대 임상실습의 경우 의사면허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큼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대학병원 수련담당 교수는 "인턴은 의사로서 거쳐야 할 필수과정"이라며 "일부 문제점을 침소봉대하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대 커리큘럼을 보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인턴제를 폐지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대안을 찾은 후 폐지를 논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턴제 폐지에 반대하는 의사들은 제대로 된 수련환경이 갖춰진다면 굳이 제도를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인턴의 효율적 수련을 위해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 병원의 사례를 벤치마킹 할 수 없는 여건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실제 S대 병원의 경우 인턴을 위한 별도 근무지침이 마련되는 등 인턴의 효율적 수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인턴들 역시 교육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S대 병원 수련담당 교수는 "취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인턴제는 꼭 필요하다"며 "결코 폐지만이 능사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병원들의 경우 수련환경 개선이나 의사의 자질 함양과는 다른 시각에서 인턴제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병원의 경우 인턴제 폐지로 인한 인력난 및 재정적 부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인턴제 폐지가 공론화될 때마다 중소병원계는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의사 한 명이 절실한 상황에서 인턴을 파견 받지 못할 경우 진료공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형병원에 비해 수련환경이 좀 미약하더라도 직접 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술에 참여하는 등 풍부한 임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중소병원들이 주장하는 바다.

경기도의 한 중소병원 원장은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중소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인턴들은 대형병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임상경험을 쌓게 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위 내용은 오프라인 데일리메디 5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