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政 끝없는 힘겨루기 '의사 자율징계권'
2008.07.01 21:59 댓글쓰기
[기획 상]의사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의료계 단체가 자체적으로 정화한다는 취지로 대한의사협회가 복지부에 요구하고 있는 의사자율징계권. 특히 지난해 통영에서 벌어진 진료 의사의 환자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새 정부는 자율징계권에 대해 이전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의료계의 바람이 있지만 현재 복지부는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것. 데일리메디는 의사자율징계권과 관련해 의협 및 정부의 입장과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되짚어 보고 18대 국회에서도 쟁점화가 가능한지를 분석해 봤다.[편집자주]

“자율징계권이 없으면 전문직이 아니다.” 한 사회학자가 전문직이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로 자율징계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와 견줄만한 전문가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면허의 등록부터 관리까지를 변호사법에 의거 협회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현 의료법상 부당행위를 한 의사의 회원권을 단순하게 정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 의협 관계자는 “의협이 자율징계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면허를 정지시키거나 개업을 못하게 할 수 없으므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정부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 전체를 매도할 것이 아니라 자율징계권을 부여해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醫 “징계권 달라” vs 政 “복지부장관 고유 권한”

반면 복지부는 기존 입장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변호사협회는 법무부로부터 회원 개업불가 등 행정조치 권한을 이관 받았으나 의협은 현 의료법상 불가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의협의 자체적인 징계는 실효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정부의 외부징계와 의협의 내부징계가 병행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의사면허 관리 및 행정처분 등에 관한 결정은 복지부장관이 최종적으로 내려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의료법상 의사면허와 관련된 제반 사항의 결정은 복지부장관의 고유권한이다”며 “단, 의료단체에 위탁 운영 중인 ‘보수교육 및 취업상황 신고의무사항’ 등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내려야 할 경우 의료단체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자율징계권에 대한 국회 발의는 지난 2006년도(17대 국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먼저 한나라당 안명옥 전 의원이 의료계 요구를 적극 반영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징계권은 복지부장관의 고유권한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수렴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안명옥 전 의원의 개정안 골자는 대한의사협회와 약사회가 회원들의 면허 발급 및 관리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의료인 및 약사 면허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의 일부 또는 전부를 중앙회장에게 위임하도록 했다.

의료계 입장 반영 한나라당의 힘겨운 싸움

부대사항으로는 의료인이나 약사 등이 전문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했거나 국민 보건상 중대한 위해를 끼쳤을 경우도 징계이유가 되고 의료인이 개업 또는 휴·폐업 및 재개업시 중앙회에 신고하지 않거나 정관·회칙, 윤리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 징계종류도 개설허가 및 면허 취소, 1년 이하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자격정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으로 강력한 처벌이 특징적이다.

하지만 당시 복지부는 안 의원의 개정안이 지나치다며 행정처분권은 넘겨줄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면서 “정부 통제없이 의료계 단체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반대했다. 국회 관계자 역시 “보건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좋지만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며 “안 의원의 개정안은 상당부분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반면, 민주당 김춘진 의원 발의안은 의사자율징계권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최종 결정은 복지부장관에게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사항이다. 징계사유가 있는 회원이 있다면 단체는 중앙회를 통해 복지부장관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징계처분은 여전히 징계위원회를 거쳐 복지부장관이 행사하도록 했다.

또한 단체의 요구가 없다 하더라도 필요시 복지부장관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의료인을 징계할 수 있게 했다. 단체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국민 정서를 감안, 단체장에게 자율징계권을 100% 넘겨주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모 의원은 “복지부 또는 단체들의 자율징계 범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고 행정처분의 이양은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며 “전문직으로서 능력 부족이나 도덕성 해이는 자율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위법행위에 대한 징계나 처벌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의사자율징계권) 역시 김춘진(민주당) 의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정부 발의안을 보면 보수교육, 품위유지, 취업상황신고 의무 위반자에 대해 의료단체에서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의료인 중앙회 자율성을 높이면서도 의료법령을 위반했을 시 단체장의 징계권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대 국회 자율징계권 쟁점화 여부 '미지수'

의사자율징계권 개정안 통과 여부는 18대 국회로 넘어왔다. 하지만 친 의료계라고 할 수 있었던 안명옥 전 의원(한나라당)이 현직 의원이 아니고 김춘진 의원(민주당)의 경우 18대 국회에서도 활동을 하게 돼 의료계 요구가 반영된 개정안 통과가 가능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용정부 역시 징계권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형국인지라 18대 국회에서도 개정안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나라당 및 민주당 역시 자율징계권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현 정부도 의료산업화가 급선무라고 판단, 자율징계권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징계권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18대 국회에서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 된다”며 “의료계에서도 이전처럼 강력하게 요구를 하지 않고 있으므로 쟁점화 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새 정부는 18대 국회에서 의료산업화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반 법안 통과에 전력할 것이다”며 “쟁점화 되지 않은 법안의 경우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지난 의약분업 투쟁 이후 국민들에게 이익단체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됐다. 언급됐듯이 국회 일각에서도 의사자율징계권에 대해 국민 정서를 고려한 개정안 발의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의협에서 자율징계권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의료계 스스로의 위상 적립이 우선이다”며 “국민들이 의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변호사협회 자율징계의 경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의협은 연구보고서(2006년 의료정책포럼)를 통해 대국민 의식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국민들의 의식변화가 전제돼야 자율징계체제를 진일보 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윤리위원회의 재정비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불분명한 윤리규정과 시스템으로는 징계위원회 징계심사청구를 위한 사전심사기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해 낼 수 없다고 한다.

보고서는 "윤리위원회를 재구성, 그 기능을 강화시켜야 하고 윤리위원회의 구성도 공공성이 담보돼야 하는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전제 하에서 현행 의료법의 품위손상과 관련된 규정은 삭제하고 품위손상 문제는 전적으로 중앙회 윤리위원회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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