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포기는 개인과 병원 모두 피해자'
2008.10.06 22:00 댓글쓰기
레지던트 중도 포기는 의료기관과 전공의 개인 모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병원은 중도 포기로 발생하는 업무공백이 불가피하며, 남은 인원들의 업무과중이 심화된다. 개인 레지던트 또한 적게는 몇 달에서 많게는 수년의 수련 기간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전공 진료과의 적성과 비전, 수련병원의 조직문화 등이 중도 포기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적인 성향이 중도 포기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병원계와 레지던트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다르게 해석하는 듯하다. 수련환경 개선 등 해묵은 과제는 차지하더라도 상호 극명한 인식차를 보였다. 데일리메디는 수련 업무와 관련해 병원계와 레지던트 대표자를 만나 각자의 생각을 들어봤다. 문제의 원인과 해법 등에서 극명하게 때로는 비슷한 의견을 엿볼 수 있었다.[편집자주]

"레지던트 중도 포기는 병원 입장에서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레지던트 중도 포기율이 9% 수준에 달했다. 개인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신중한 전공선택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수련교육자협의회 김성훈 회장(가톨릭의대)은 병원계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레지던트 중도 포기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중도 포기 사태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고민이 많다고도 했다.

김성훈 회장은 "오죽하면 레지던트 중도포기를 하겠느냐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며 "과거에도 전공의 과정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요세 전공의 가운데 일부는 인내심이 적은 경우가 종종 목격되곤 해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혹은 전공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중도 포기하는 주된 이유이겠지만, 병원에 미치는 피해는 큰 상황"이라며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전공을 선택할 때 심사숙고해야 한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연수과정 초반기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중소병원의 경우 업무공백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성훈 회장은 "요즘 시대에는 과거와 달리 각 과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리고 인턴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시간이 주어진다"며 "각 과를 돌면서 세심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판단이 서기 어렵다면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고된 업무와 함께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으나, 휴가보장 등 복리후생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꼽은 레지던트 중도 포기 원인은 진료과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과 적성, 수련병원의 조직문화 등이다. 진료과의 적성 여부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는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형병원 내과, 이비인후과 등 이른바 인기과에서도 중도 포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공 선택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인턴제도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각 진료과를 돌며 자신이 적성에 맞는 과를 유심히 관찰하고 고민할 필요성이 크다"며 "선배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내부 분위기를 철저히 파악하면서, 대형병원을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일치한 과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회장은 "사실상 레지던트 중도 포기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없다.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병원계도 복리후생 개선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수련 시스템·레지던트 유급제 등 고민”

김성훈 회장은 레지던트 중도 포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병원간 이동수련 시스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수련병원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만 과의 특성을 고려해 이동수련 가이드라인을 크게 내과계와 외과계 등으로 구분하며, 1~2년 저년차를 중심으로 기회를 주는 방안을 거론했다. 또 대학교의 학부제 개념으로 각 진료과를 한달간 심층적으로 관찰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도 생각해볼만 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현재 인턴제도가 있지만 비교적 유사한 진료과를 선택해 폭넓게 관찰할 기회가 더 생긴다면, 레지던트 중도포기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며 "병원과 레지던트 모두에게 피해가 가는 중도 포기 사태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계와 레지던트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합의를 전제로 레지던트 유급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대다수가 착실히 수련에 임하지만, 소수 레지던트가 전문의 취득만을 목적으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미래의 후배를 가르쳐야 할 레지던트 일부의 불성실한 태도는 우려스럽다"며 "각 연차별로 최소한의 기준에 미달하는 레지던트는 유급을 적용해 의료서비스 질 하락을 막을 필요성도 있다"고 전했다.

레지던트들이 잇따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종소병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정부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의무적으로 응급실을 운영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중소병원의 레지던트 선발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인식이다. 때문에 이들 병원이 전문의만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김성훈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교육의 의무가 없는 의료기관은 레지던트를 선발하지 않고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며, 더 많은 레지던트가 일정 규모를 갖춘 병원에서 양질의 수련을 받을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일부 대형병원에서 교수, 전문의와 레지던트가 익명성을 보장한 채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상호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상당히 만족스러운 평가를 얻었다"며 "상호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수련권리 향상 등 병원계 많이 노력해야”

그는 레지던트들이 양질의 수련을 받을 권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들 역시 수련자 입장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너무 찾아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올해부터 휴가 일수가 14일로 확대되는 등 병원계가 꾸준한 개선노력을 이어가는 만큼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수련을 중도에 포기한 레지던트가 이른 시일 내 타병원으로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재 각 진료과는 수련병원 이동시 연차와 과 연계성 등을 감안해 적게는 1년에서 2년 정도의 경력을 인정하고 있다.

김성훈 회장은 "현실성이 낮은 이야기지만, 레지던트의 급여를 전문의 80% 수준까지 올려주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다. 실상 일부 중소병원이 레지던트를 값싼 임상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병원계는 지속적으로 수련환경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전공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대형병원에만 1만 병상 이상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레지던트 선발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병원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이 같은 점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었다"며 "장기적으로는 전문의가 병원 진료에 차지하는 비율을 점차 확대하고, 레지던트들은 수련에 더욱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상호 신뢰를 더욱 높이고, 중도 포기하는 사태가 개선되도록 고민하자"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7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음상준 · 신의연 기자 (webmaster@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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