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나지 못하는 '도박중독자' 양산 방지책 시급'
2008.12.26 22:30 댓글쓰기
[기획 下]최근 유명연예인을 비롯해 운동선수들까지 억대 인터넷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해 도박 중독의 폐해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공인 아닌 공인으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과 대상이 되는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왜 도박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도박중독자들은 대부분 본전을 찾기 위해서 도박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지만 도박중독은 더 이상 마음이나 의지의 병이 아닌 뇌기능장애, 즉 병이다. 특히 현실로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내성이 생긴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도박 중독의 원인은 무엇이며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주]

ADHD 등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도박의 덫' 원인

한판만 더 하면 대박이 터질 것 같은 허황된 환상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잃어버릴 때까지 멈출 수 없다는 도박, 한국은 지금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고 도박의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도박중독자들은 대부분 본전을 찾기 위해서 도박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로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도박에 내성이 생긴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개인적 성향(병적요인)과 사회 환경적 요인을 도박중독의 원인으로 뽑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요즘과 같은 경제 불황에 타격을 받은 경우 도박이나 복권 같은 운에 의존하려는 심리와 어느 곳에서든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 문제다.

특히 인터넷 도박은 아무도 모르게 어디서나 할 수 있어서 더 빠져들기 쉽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클리닉 신영철 교수[사진]는 “왜 똑같이 도박을 하는데 어떤 사람은 중독에 빠지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일까? 심리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 성격과 타고난 요인 등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답을 하기란 쉽지가 않지만 충동조절장애와 ADHD가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ADHD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장애의 경우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질병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최근 어렸을 때 제대로 관심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돼서까지 증상을 가지고 있는 성인 ADHD환자들도 많다.

신영철 교수는 “충동적이고 위험을 즐기는 사람, 약물 의존자, 주의력결핍과 행동장애(ADHD)환자들이 도박 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가장 흔한 도박중독자의 유형은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경쟁적이고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며 호기심 많고 늘 강렬한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하는 탐닉형 유형들이다.

또 정서적인 이유로 도박에 빠진 사람들, 현실도피형 중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도박을 하는 동안 만사를 잊을 수 있어 쉽게 도박에 빠진다. 이런 사람에게 도박이란 일시적인 항우울제라고 할 수 있다.

도박중독자들은 통제력을 통해 도박충동을 조절하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도박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니지 못하게 하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 지갑에 돈과 신용카드가 어느 정도 있는지 검사하고 필요한 경우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느 정도 치료에 의지를 보이면 시간 계획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관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인지행동치료는 일반적으로 인지적 교정 및 문제해결과 사회 기술 훈련, 재발방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치료의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한국 실정에 맞는 기술이나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환자 치료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가족에 대한 교육과 치료가 필수적이며 병원 치료와 함께 단도박 모임의 참석을 권유하는 것도 좋은 치료방법이다.

병적도박의 약물치료는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과거 lithium이나 carbamazepine 등을 사용한 증례 보고가 있었고 최근에는 이중맹검 연구 등을 통해 SSRIs와 naltrexone 등이 병적도박 환자들의 도박욕구를 감소시키고 있다.

신 교수는 “임상에서는 환자의 유형에 따라 이들 약물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필요에 따라서는 두 약물을 병용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외에도 동반질환에 따라 stimulants나 bupropion 등의 약물도 도움이 되며 알코올 중독에 효과적인 acamprosate나 naltrexone의 간독성을 줄인 nalmefene 및 현재 연구 중인 다양한 약물들이 향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신영철 교수는 “더 이상 도박중독을 개인적인 문제로 버려둬서는 안 되며 지금이라도 중독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