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등록금에 허리 휘는 의대생들
2008.12.26 01:30 댓글쓰기
[기획 上]“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네. 힘이 들고, 날아가고 싶다. 딸아, 미안하다” 대학입학금 걱정에 애태우던 어머니가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 다음날, 끝내 고귀한 생명을 던지며 남긴 한 줄의 글이다. 생계가 어려워 자살한 대학생이 있는 현실에서 그야말로 사람 죽이는 등록금이란 얘기가 빈말은 아니다. 대학 등록금이 1000만원을 훌쩍 넘긴 시대에 살아가는 학생들. ‘해도 너무한다’는 학생들의 외로운 외침이 곳곳에서 울린다. 차라리 빨리 졸업해서 취업하자는 맘으로 열심히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등록금에 보태는 학생들에게 어김없이 돌아오는 건 인상된 고지서뿐이다.[편집자주]

현재 국립대 의과대학의 등록금은 500만~900만원, 사립대는 700만~1200만원선이다. 의학전문대학원 등록금은 사립대 의과대학의 2배를 웃돈다. 매년 인상되는 등록금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08년 전국 의과대학 중 가장 높은 등록금을 받는 학교는 고려대 의대로 연 평균 1152만원이다. 건국대 의대는 1131만원, 이화여대 의대는 1128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등 여러 이유로 제외된 가천의과대, 고신대, 아주대, 연대원주의대, 포천중문의과대, 경북대를 뺀 사립대 25곳과 국공립대 10곳, 총 35곳을 조사한 결과 1000만원이 넘는 학교는 총 17곳이었다.

지난해 고려대 의대를 비롯해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1000만원이 넘는 의대가 7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배 이상이나 늘었다.

고려대, 건국대, 이대를 비롯해 등록금 1000만원 넘는 의대는 성균관대 1123만4000원, 울산대 1117만4000원, 한림대 1094만6000원, 가톨릭대 1046만6000원, 중앙대 1044만2000원, 인하대 1041만4000원, 동국대 1025만9000원이다.

또한 영남대 1019만원, 한양대 1017만8000원, 계명대 1016만2000원, 연세대 1014만1000원, 을지대 1010만3000원, 대구가톨릭대 1009만원, 건양대 1003만9000원 등 17곳으로 조사됐다.

국공립 의과대학은 서울대 의대가 969만7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강원대 의대 727만5000원, 충남대 의대 682만5000원, 경상대 의대 599만5000원, 전북대 의대 568만4000원이었다.

서울소재 S대학 기획예산팀 관계자는 “의과대학의 경우 장비 구입과 공간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드는 비용이 다른 대학보다 많다”며 “동물실험실에 필요한 예산도 만만치 않으며 실습실 기자재 값도 높다”고 말했다.

커리큘럼을 다양화하고 의사국가고시에 추가되는 기술시험을 대비해 최첨단 임상실습기자재를 보충하기 위한 예산도 모두 등록금이 인상되는 데 한 몫 한다는 설명이다.

등록금은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교육개발비, 인건비, 운영비 등 직 간접 비용에 사용되며 경제여건 등으로 매년 인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의과대학의 경우 오히려 운영면에서 적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등록금이 높다고 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록금이 높은 측에 속하는 K대학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지불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겠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넉넉하지 않고 오히려 적자다”며 “등록금 외 기부금, 기타 수입비용으로 학교가 운영되는 것이지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 가정형편이 좋지 않거나 자기 용돈을 벌어 써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높은 등록금은 최악의 경우 학교를 그만두거나 휴학까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은 커리큘럼 자체가 1년 과정으로 짜여있어 그 마저도 현실적으로 힘들어 딜레마에 빠진다는 게 학생들의 반응이다. 높은 등록금으로 부담을 느끼지만 정작 휴학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방 소재 국공립대에 다니는 본과 4학년 김모씨는 “해마다 높아지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늘리거나 휴학까지도 생각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번 휴학하면 1년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그 다음 복학했을 때 따라가기 너무 버겁다는 설명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8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