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도·브랜드 평가 등 이대로 괜찮나
2006.11.13 21:50 댓글쓰기
지난달 발표된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지난해 3위로 떨어졌던 삼성서울병원이 올해 다시 1위를 탈환, 화제가 됐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의료계에서는 1등에 올라선 삼성에 대한 칭찬보다는 평가 차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급기야 '돈 평가?'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최근 10여 년 전부터 의료기관 등 병원계에 등장한 각종 고객만족도 및 브랜드, 서비스 평가 조사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조명해본다.[편집자주]

신뢰도 추락으로 순위 '색안경'…삼성도 피해자

일부 기관에서 진행 중인 의료기관평가의 경우, 1위 선정 이후 광고 계획이 없다면 순위 자체가 변경된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각종 고객만족도 평가의 신뢰도는 현재 밑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평가 후 광고 게재 여부를 묻고 대답에 따라 순위가 변경되는 곳도 있다"며 "이런 조사 기관에서 진행하는 평가는 거부하고 있다"며 불만감을 피력했다.

조사에 대한 불신감의 팽배는 1등을 한 의료기관의 명성에도 흠집을 자아낸다. 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이 회자된다. 만족도 조사에서 7~8차례 연속 1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압도적 위상과 인지도를 가졌지만 병원계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마뜩치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조사의 신뢰도 하락으로 1등을 하고도 떳떳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고 급기야는 설이 난무한다. 삼성도 피해자인 셈이고 억울함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평가중 일부만 신뢰…'있는 병원들 잔치' 비아냥

현재 의료계에는 40여개가 넘는 각종 고객만족도 및 브랜드 평가가 난립하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병원계의 신임을 얻는 평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신뢰도에 대한 각종 의혹에서 그나마 자유롭다. 병원 분야를 포함, 고객만족도와 브랜드 평가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기관의 평가마저도 최근에는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조사 선정 대상과 관련된 부분이다. 한국생산성본부 담당자는 "병상수와 인지도 등을 고려, 자체적인 기준에 의해 매년 대상 병원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NCSI나 NBCI 경우 각각 4개, 7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다"며 "조사 대상이 변경될 여지는 있지만 누구나 꼽는 인지도가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평가를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8년~2006년까지 NCSI 평가 대상 병원은 강남성모, 경희의료원, 고대안암, 서울대, 신촌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등 7개로 변함이 없다.

이에 대해 평가 대상이 되지 못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이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7개 병원에만 한정, 순위를 매기는 것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자 하는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고객만족도에 대한 평가의 객관성을 인정받으려면 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만족도'라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요인을 객관적으로 산출하는 근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어떤 기대감을 갖고 찾아오느냐에 따라 그 만족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병원계에서는 이를 두고 ‘호텔과 모텔을 찾는 사람들을’ 예로 들기도 한다.

상황에 따른 가변적 요인이 병원과 일반 기업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그런 상황에서 1~2점 차이로 줄세우기 방식의 순위를 매기고 이를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시키는 방식에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밖에 7개 병원에 한정된 평가는 전체 병원계의 신임을 얻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NCSI 뿐만 아니라 그 밖의 조사에서도 평가 대상이 되는 병원은 4개~5개 정도로 정해져있다. 브랜드를 조사하는 NBCI는 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신촌세브란스 등 4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KCSI의 경우에도 강남성모병원을 포함, NBCI와 같은 5개 병원이 대상이다.

'가장 잘 나가는 병원'만을 대상으로 한 고객만족도 및 브랜드 평가는 결과적으로 "상업성과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몇 천만원대 광고비 지출이 가능한 병원만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다"는 의혹으로 불거져 소위 '있는 병원들만의 잔치'로 한정시키고 '평가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새로운 개념 or 민관 통합 조사 등 고려

'만족도'를 평가하는 의료의 질 측정 방식이 현재까지 공감대를 얻고 있지 못한 것도 신뢰도 추락의 이유로 꼽힌다. 진료의 질 자체를 계량화시키기도 어렵지만 수많은 질병을 놓고 중요도의 유무를 따져 점수화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평가에서도 '임상수준'을 평가할 모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처럼 현재 병원들에 적합한 평가 지표는 정착되지 못한 실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시행되는 의료기관평가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 난립한 조사를 통합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관이 공동으로 조사하는 방법과 신뢰할 수 있는 시민단체의 참여도 방편일 수 있다. 이도 쉽지 않으면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 조사를 격년으로 하는 방안도 피력된다.

"복지부나 심평원 등에서 각종 자료를 공개하고 있으니 민간병원 평가는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의 주장으로 객관성과 이를 통한 신뢰를 담보하는 평가방법과 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절대 다수가 인정하는 객관성을 통해 국민건강 제고와 진료 선택권이라는 공익에 부합하는 평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결국 앞으로 '의료기관평가'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진광길 이근주 천승현 박동준 기자 (webmaster@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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