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의 지갑을 열어라!'
2006.11.19 21:46 댓글쓰기
최근 VIP 고객을 유치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동네의원을 비롯 병원들간 경쟁이 뜨겁다. VIP 병동을 속속 열고 있는 종합병원들 뿐만 아니라 전문클리닉들도 각종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며 VIP 마케팅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호텔 안으로 진출해 명품 진료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의원들에게 럭셔리한 인테리어는 기본. 최근에는 VIP 전담팀을 별도로 운영하는가 하면 유명인사들을 위한 경호시스템까지 설치하는 등 VIP 유치 경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대한민국 1%를 잡기 위해 병의원들이 펼치는 각고(刻苦)의 노력을 들여다 봤다.[편집자주]

의사의 능력, 인테리어가 말한다?


고급화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바로 개원가.

어느 시점부터인지 인테리어가 병원의 가늠자로 통하면서 '붐'이라고 할 정도로 상당수 개원가에서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선유도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한강변에 자리잡은 서울참병원은 천연 무늬목 등 고급마감재를 사용하고 채광과 환기효과를 높여 럭셔리한 분위기를 한층 살렸다.

아울러 휴식공간마다 벽에는 그림 작품을, 여유 공간마다 조각 등 조소작품을 배치해 잘 갖춰진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테마 피부과의 경우 젊은 층이 많아 붉은 색과 흰색의 원색을 이용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강남점은 부유층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대리석을 사용, 단아하면서 차분한 느낌을 주는 호텔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개원의는 "환자들은 의사의 능력만큼 인테리어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인테리어를 보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종합병원, "럭셔리가 대세다"


생존을 위한 고급화 전략은 비단 개원가의 모습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형병원들도 줄이어 1%의 VIP 고객을 잡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관 20층에 위치한 VIP 병동은 마치 호텔을 연상케 한다. 병실 안에서는 한강을 넘어 남산까지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규모는 46평형으로 환자실과 보호자용 침실, 응접실, 사무실, 회의실 등 방 3개와 거실 1개로 꾸며져 있다. 하루 입원료는 무려 175만원.

국내 초특급 호텔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바닥의 대리석이며 모든 자재를 명품급으로만 골라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내시설은 모두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지난 6월 오픈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13층에 마련된 VIP실은 국내 VIP 병실 중 평수가 가장 넓다. 100평에서 1평 모자란 99평이다.

병실에는 PDP TV와 PC, DVD 등 최첨단 가전으로 장식돼 있으며 별도의 파우더룸과 욕실에는 월풀 욕조가 마련돼 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다른 병원들과 마찬가지로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병원은 미국 백악관 아시아태평양지역 공식 후송병원으로 유일하게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질병에 걸렸을 경우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하게 된다.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다


일부 병원들은 아예 VIP 고객을 잡기 위해 '호텔 입점'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도 했다. 즉 앉아서 1%의 고객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 나선 것.

고운세상피부과, 예치과, 자생한방병원, 서울수면센터 등 4개 병원은 지난 6월 신라호텔에 새로운 분원을 오픈하고 명품진료를 시작했다.

이들 병원은 규모와 인지도 면에서 각 분야 상위에 있기 때문에 호텔에서 제공할 품격있는 의료서비스의 이미지와 잘 부합된다는 평가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입점한 병원들 모두 관련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호텔 이용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차별화된 의료시스템을 가동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병원은 국내 최초 호텔 내 병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시설 및 인테리어를 최고급으로 마치고 VIP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고급화 그 허(虛)와 實(실)

병의원의 고급화 전략은 '수익 창출'이라는 이면에 적잖은 고충과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고급화가 필요조건이 돼 버린 개원가 입장에서는 환자들의 눈 높이에 맞춰야 하는 탓에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비용은 적잖은 부담이다.

실력이 아무리 좋은 의사라 하더라도 병원 시설이 뒤떨어지면 환자 구경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인테리어 고민을 하는게 개원의들이다.

대형병원들의 고급화 전략에 대해서는 의료의 본질에서 벗어난 지나친 상업주의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잖다.

하루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초호화 병실은 서민층에게 허탈감을 주고 결국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대형병원들은 VIP 병실은 국내 자산가 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을 유치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며 고급화 전략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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