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병원 '기대만발·돌풍예고賞' 주역은
2006.12.25 21:53 댓글쓰기
매년 이맘때 한 해를 정리하며 성대히 치뤄지는 각종 시상식은 '별들의 경쟁'으로 단연 최대 이슈가 된다. 만약 병원계에도 이러한 시상식이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올해 활약이 독보인 기대주에게 주어지는 '신인상'은 누가 거머쥐게 될까? 레드카펫 위에 선 최고의 남자, 여자 배우에게 주어지는 '최우수상'은 어떤 병원에게 돌아갈까? 데일리메디가 마련한 송년특집. 올 한 해 좋은 일 혹은 좋지 않은 일 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병원들을 조명, 병원계 대소사를 패러디 형식으로 꾸민 '2006 병원 대상' 시상식을 가져봤다.[편집자주]

'기대만발賞'

의료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최근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까지 성공한 부산대학교는 기대를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하다.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비롯 1000병상 규모의 제2양산 병원, 연구와 조기검진 중심의 부산지역암센터, 한방병원, 어린이병원 건립 등이 속속 계획돼 있다. 제2부산대병원인 양산부산대병원은 2008년 500병상 부분 개원 후 2011년 3월 대학병원700병상, 치과병원 200진료대, 간호센터 140병상을 갖춰 전면 개원할 예정이다.

2008년에는 200억원을 투자, 지하2층 지상9층 규모의 부산지역암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며 같은 해 한의학전문대학원, 연구동, 200병상 규모의 한방병원까지 세워진다.

부산대학교는 이 모든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단연 동남권 의료허브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다. 향후 5년 내 의생명공학의 메카를 목표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부산대학교. 부러움과 시기의 눈총도 받고 있지만 가장 기대되는 곳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賞'

여의도성모병원은 최근 '진료비 과다청구'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백혈병환우회측은 성모병원이 급여청구가 가능한 부분까지 환자들에게 비급여로 청구하고 있다며 병원의 부도덕성을 비난했다.

하지만 병원은 이번 사태가 비단 성모병원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며 자신들은 잘못된 정책의 희생양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성모병원 사태 발생 직후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공동 TFT를 구성하는 등 정부의 부당한 급여기준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성모병원은 현재 불법 진료비 징수의 표본이 될 것인지, 의료계가 주장하는 임의비급여없이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급여기준 등 제도를 혁신하기 위한 순교자가 될 것인지, 그 기로에 놓여있다.

'돌풍 예고賞'

건국대병원은 개원 1년 만에 국내 정상급 대학병원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병원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병원은 지난 8월 개원 초 하루 외래환자가 1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경부터는 2000명을 돌파했고 월 평균 외래는 4만 여명을 육박하고 있는 상황.

내시경 시술 1만례 달성, 5대 주요암 수술 400례 돌파 등 각종 검사와 시술, 수술에서도 건대병원은 국내 정상급 대학병원으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 2호선 건국대역과 7호선 뚝섬유원지역 근방으로 고급 아파트 단지와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이-마트 등이 조성되면서 유동인구 1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어 건대병원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불운 고배賞'

명실상부 병원 부분 최고 브랜드 가치를 자랑하며 기쁨을 누렸던 삼성서울병원이지만 더불어 올 한 해 탈락의 아픔도 적지 않았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 지정 지역임상시험센터와 11월 혁신형 연구중심병원 선정 모두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

특히 지역임상시험센터의 경우에는 빅5병원 중 삼성만이 지정을 받지 못해 더욱 충격이 컸다. 강력한 후보가 연거푸 탈락되니 '삼성서울병원은 대규모 국가 지원 사업에는 운이 없다'는 위로(?)가 회자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돈 많은 삼성이라서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아니냐'는 설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일부 '삼성'의 덕을 보기도 했겠지만 도리어 '삼성이라 도움 안되는' 상황도 벌어지는 것인지, 안타까운 탈락이 많았던 삼성서울병원의 마음은 '삼성이라 속상해요'가 아닐런지.

'의기양양賞'

서울아산병원은 정부로부터 높은 연구수준에 대한 인정과 막대한 연구 지원금을 거머쥘 '혁신형 연구중심병원'의 주인공으로 꼽히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 응모에는 서울아산병원 이외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의 내로라하는 대형병원과 전남대병원 등 지방 대학병원들도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암’이라는 공통 주제를 놓고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경합을 벌였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

병원은 앞서 지난 4월 가톨릭 강남성모병원 및 전북대병원 등과 함께 올 보건복지부 지정 지역임상시험센터로 선정돼 5년간 4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올 한해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고의 시설과 인프라를 갖춘 병원으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잔류賞'

국내 최고의 명성과 실력을 자랑하는 서울대병원은 올 한해도 '최고'에 걸맞는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했다.

우선 그동안 논란이 됐던 '국립대병원의 복지부 이관'과 관련, 다른 국립대병원들은 모두 복지부 소속으로 편입이 결정된 반면 서울대병원은 유일하게 교육부에 잔류키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는 "복지부로 이관될 경우 교육 및 연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온 서울대병원의 뚝심(?) 때문.

서울대병원은 또 뉴비전을 선포하며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인천 경제특구 진출을 천명,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겠다고 나서 그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천국의 계단賞'

전남대병원은 올해 초부터 직원들의 잇단 자살로 상당한 충격 속에서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11월 수술 간호사의 자살로 시작된 병원 직원들의 연쇄자살은 올 4월 행정직 간부와 또 다른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병원측의 비인격적인 대우를 문제 삼으며 자살 원인을 과도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주장해 보건노조 차원의 진상조사 활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직원의 자살은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도 하는 등 병원내 고질적으로 존재해온 직역간, 상하급자 간 갈등이나 처우와 관련된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계기가 됐다.

자살의 원인을 떠나 생을 달리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직원들의 연쇄자살로 마음이 편할리 없는 전남대병원도 내년에는 새롭게 분위기를 쇄신해 광주·전남 지역을 벗어나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는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탄탄대로賞'

주변의 우려 속에 새병원을 오픈한 연세의료원이 어린이병원 오픈과 NCSI 2위 등극이란 기염을 토하며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3개과 이상의 전문의가 협진하는 발달장애 전문클리닉 등 모험적이고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다양한 진료시스템 도입해 화제를 낳고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과 어린이환자 유치에 불을 당겼다.

그간 4~5위에 머물던 NCSI 등급도 평점 4점이 오른 78점을 얻으면서 지난해 5위에서 단숨에 2위로 등극했다.

의료원은 작년 5월 새병원 개원으로 본격적인 시스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저력을 발휘한 것.

새병원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내년 암센터를 착공과 2008년 오픈을 준비 중인 장례식장 등으로 의료원은 탄탄대로를 걸을 일만 남은 듯하다.

'환자 바뀐賞'

2006년 새해 벽두부터 의료계는 건양대병원의 '환자 바꿔치기 의료사고'로 떠들썩하게 한 해를 시작했다.

건양대병원은 암환자와 갑상선질환자의 차트가 바뀌면서 위암환자의 갑상선을 제거하고 갑상선환자의 위를 절제하는 어처구니 없는 의료사고를 내고 말았다.

당시 이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와 마취의, 외과의 등 의료진 9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등 건양대병원은 '의료사고'에 따른 홍역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십 수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추진에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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