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의원·병원은 망할 수 있다'
2005.11.03 21:47 댓글쓰기
의료인·의료기관의 진료방법 등에 대한 광고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앞으로 의료광고의 범위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반기는 병의원들은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대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000억원대의 의료광고시장이 열린다며 호들갑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다는 냉철한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병원계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넘어야할 산적 과제들은 무엇이 있으며 또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이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上: 족쇄풀린 의료광고시장 폭발? 눈치만 치열
中: "겉과 속이 다른 의원·병원은 망할 수 있다"
下: "작지만 큰 중소 병의원도 살 길은 충분"


전화번호, 위치 등 가장 기본적인 사항 외에는 광고를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 중 의료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된 특정 시술방법이나 치료기술, 첨단 장비 등 ‘정보’로 판단되는 항목에 대해서는 광고에 적시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또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TV와 라디오 광고는 아직 어렵더라도 최소한 월 2회로 제한돼 있는 신문광고 횟수 제한과 인터넷 광고 금지 등은 철폐될 가능성이 크다.

더 똑똑해지는 환자들을 두려워하라

이에 그동안 병원의 첨단기계와 우수한 치료기술 및 성과 등을 제대로 알릴 수 없던 병의원들은 이러한 의료광고 규제 완화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성서울병원 서동면 홍보팀장은 “의료광고 규제는 고객(환자)들의 알권리와 병원정보 취득 기회를 제한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의료소비자에게 보다 적극적인 선택권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어느 병의원이나 장밋빛 전망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 전문병원 관계자는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 쏟아지는 각종 의료정보의 홍수 속에서 환자들은 그만큼 더 똑똑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정보습득 창구는 굳이 의료법 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벌써부터 일선 진료현장의 의료진을 당혹케 할 만큼 막강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대항병원 송재순 기획실장은 “과연 누구나 장밋빛 전망만을 꿈꿀 수 있는가”라며 “더 많고 정확한 정보를 습득, 갈수록 똑똑해지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병원의 차별화된 특성을 인지시킬 수 있는가는 병의원들의 더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단순히 ‘유혹’에 그치는 과대광고성 정보를 제공한 병의원들은 결국 현명한 의료소비자들로부터 냉혹히 외면당할 것이고 철저한 경쟁체제 속에서 큰 시련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송재순 기획실장은 “개정될 의료법 역시 ‘객관적 사실로 인정된’선에서임을 강조하듯 허락되는 자유만큼이나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책임도 커질 것”이라며 “겉과 속이 다른 병원은 망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원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 우려

한편 이처럼 쏟아지는 의료정보 속에서 더욱 현명해진 환자들은 더 시설이 좋은, 더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한 병의원을 찾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최첨단 장비와 편안한 시설, 고급인력 확보가 용이한 병의원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 질 것임을 의미한다.

즉 이들을 확보할 수 있는 자금력을 보유한 대형병원에게는 호재인 반면, 중소 병의원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앞으로 전문병원이나 피부과, 성형외과, 비뇨기과, 네트워크 병원들이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력, 경쟁력이 없는 병의원들의 도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서울병원 서동면 홍보팀장은 “의료광고비 지출이라는 복병은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경영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다”며 “자칫 지나친 경쟁이 자금력이 약한 병의원들의 과도한 투자를 부른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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