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거니 뒤서거니 빅5 병원 '백중지세'
2005.12.27 15:24 댓글쓰기
의료시장개방 등 급격한 환경변화를 앞둔 올 한해, 병원계는 치열한 생존 경쟁을 본격화했다. 각 병원들은 특성화·전문화를 내세우는 동시에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소위 ‘빅5’ 병원들은 이제 국내가 아닌 세계화를 내세우며 각각 최고 기반을 다지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지 않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각자 ‘최고’를 지향하고 있는 이들 '빅5' 병원들은 올 상반기 복지부의 의료기관평가 공표부터 민간기관의 브랜드조사 등까지 각종 사안에 번갈아 가며 희비가 교차하기도 했다. 그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온 서울대병원 뿐만 아니라 이제 누구하나 감히 그 우열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백중지세(伯仲之勢)’다. 새해를 앞두고 올 한해 빅5 병원들의 명암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上>양극화 심화된 병원계 '누란지세'
<下>서울대 '위기'-아산·삼성·세브란스 '권토중래'-가톨릭 '무난'


잘나가던 서울대병원, 개원 이래 ‘최대 위기’

올 상반기 4월까지 서울대병원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울대병원은 5년 연속 브랜드파워 1위,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최우수병원 선정, 의료기관평가 1위 등 잇단 경사에 차분한 한해를 보내는 듯 했다.

이후에도 대형 암센터 건립 추진과 지역임상시험센터 지정, 수의대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로 인한 줄기세포 임상연구 등 세계 유수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병원의 행보에는 큰 걸림돌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 국회 교육위 구논회 의원이 ‘서울대병원설치법 폐지안’을 발의하면서부터 서울대병원의 시련은 시작됐다.

이른바 '특권을 누리고 있는 지배세력'을 교체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서울대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국정감사에서 병원설치법 폐지안을 의식한 열우당과 민노당 의원들은 서울대병원에 대한 특혜 및 경영, 공공성 등을 문제 삼아 쉴 새 없는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또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도 내년부터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되는 방침이 본격 추진된다. 병원은 두 법안의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지만 다소 역부족인 듯 하다.

여기에 병원의 장밋빛 전망을 가능케 했던 황우석 교수의 최근 몰락은 병원 입장으로선 당황스러울 만큼 그 역작용이 심한 상태다.

올해 세계줄기세포허브의 개소를 위해 병원 자체 예산금 65억원 가량을 쏟아 부은 서울대병원은 이 돈의 회수는 커녕 향후 허브 운영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허브가 황우석 교수의 주도로 설립된 만큼 그에 대한 정부 지원이 운영 예산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마당에 과학기술부가 연구비 지원 중단 등의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방편으로 서울대병원은 현재 성체줄기세포 위주로 허브를 운영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도 장담할 수만은 없다.

최소한 올 한해만 봐서는 국가중앙병원이자 국내 최고 병원으로서의 위치를 자신할 수 없게 된 서울대병원은 개원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래도’ 서울대병원이라는 자부심과 그 막강한 위상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위기와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내 의료계의 총체적 발전을 이끄는 서울대병원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아산·삼성·세브란스, 초반 부진 딛고 자존심 회복 ‘권토중래’

복지부가 공개한 종합병원급 78개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기관평가 결과는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빅5 병원들의 희비가 엇갈린 최대 핫 이슈였다.

평가 결과 서울대병원이 가장 높은 등급(평점)을 받았고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 의정부성모병원이 그 뒤를 이었다.

아깝게 각각 2, 3위에 머문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나름대로 내심 평가결과에 불만을 표출할 만도 하다. 세브란스병원은 당시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다소 불리한 측면으로 인해 중위권에 머물며 더욱 자존심을 구겼다.

그래도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복지부가 매년 40억원씩 향후 5년간 200억원을 지원하는 지역임상시험센터에 선정돼 실리만큼은 확실히 챙겼다. 반면 서울아산과 삼성서울은 이 선정에서도 작년에 이어 또 고배를 마시며 쓰린 속을 달래야만 했다.

서울대병원과 더불어 국내 임상시험센터의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이들 두 병원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올해를 교훈삼아 내년만을 기약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세병원은 각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서울아산과 삼성서울은 각각 '대규모 독립 암센터' 건립을 추진, 그에 따른 최고 제반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세브란스는 새병원 완공과 더불어 유비쿼터스병원의 새 장을 열었다.

특히 서울아산은 외래환자수와 장기이식 등 진료부문 실적에서 서울대병원을 넘어 1위를 기록하며 그 위상을 확고히 다졌고, 연구부분에서도 올 분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해 정점의 경지로 치달았다는 평가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도 마찬가지다. 각종 통계 수치에서 순위상 3, 4위일 뿐 1, 2위 간에 근소한 차이를 나타내 자존심을 지켰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국 92개 지역응급의료센터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국내 최고령환자 심장이식 성공, 새 유전자질환 'CMTX-5' 세계 최초 발견 등 괄목한만한 연구 성과를 뽐냈다.

더불어 GBCI(글로벌 브랜드 역량지수), 브랜드스타, NBCI(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 'Korea Brand Conference 2005' 브랜드올림픽 제품브랜드 조사 등 각종 브랜드 및 고객서비스 평가에서 1위를 휩쓸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7월 로봇수술시대를 연데 이어 8월엔 국내 첫 로봇 위암수술을 성공리에 마치며 본격적인 미래 의학에 한발 다가섰다.

또 병원은 중증 파킨슨병 등의 난치성 뇌질환 치료의 최고봉에 올라섰다. 의료선진국에서도 일부 전문병원에서만 있을 만큼 많은 뇌심부자극술을 시술, 치료 성공률 85% 이상을 보인 것.

그밖에 세브란스는 최근 전사적 차원의 고객서비스 혁신활동에 착수했다. 서울아산이나 삼성서울에 비해 그동안 고객만족을 위한 노력에 미진했던 점을 자각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와 향후 성과가 더욱 기대된다.

가톨릭, 강남 새병원 착공등 ‘내실 중심’ 청사진 마련

올해 가톨릭의료원은 대학 개교 150주년을 맞아 ‘재창조 실천의 해’로 선언했을 만큼 차분히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며 무난한 한 해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교육, 연구, 진료 모든 분야에서 크게 눈에 띄는 행보보다는 초일류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작업에 ‘소리 없이 강한’ 움직임으로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의료원은 현재 강남성모병원이 위치한 반포캠퍼스 내에 새병원 건립을 착공했다. 단일 병동 최대 규모로 지어지는 이 새병원에 의료원은 조혈모세포이식센터와 암센터, 장기이식센터 등을 설치해 센터 중심 병원으로 특수화한다는 구상이다.

연구 분야에서도 결코 작지 않은 획을 그었다. 올해 초 의대는 국내 처음으로 외국 제약사가 실시하는 백혈병 관련 다국적 신약 임상시험 참여연구소로 지정됐는가 하면 성체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재단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가톨릭 의료원은 국내 혈액암 치료의 새 장을 열고 있다. 국내 백혈병 환자가 처음으로 유럽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는 낭보를 전한 것.

그러나 지난 7월 부당노동행위와 주5일 근무제등 작년 산별 단체협약을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보건의료노조의 타깃이 되면서 병원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4월 공개된 복지부 의료기관평가 결과와 외래환자수 등 각종 통계에서 각각 4, 5위에 그치며 빅5 병원중 사실상 꼴찌를 기록한 점은 의료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일 듯 하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