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노조의 이상과 현실 '해답은 없는가'
2006.04.24 21:45 댓글쓰기
산별교섭 시즌이 돌아오면서 병원계에도 춘투(春鬪)가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첫 의사 노조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뜨겁다. 중도 포기자가 속출할 정도로 열악한 수련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전공의의 바람과 '의사'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선배들의 우려, 병원 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원장들의 한탄과 더불어 의사 파업으로 인한 진료권 침해를 걱정하는 일반 국민의 시선까지…데일리메디는 2006년 의료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전공의 노조 설립의 배경과 문제점, 병원계에 미칠 영향 및 대응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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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노조, 이상과 현실의 차이

5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전공의 노조가 이미 설립 총회를 갖고 노동부 신고 절차만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해도 전공의 노조의 실효성에 대해 묻는다면 그 누구도 선뜻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이 전공의 노조 설립이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인정하며 큰 관심을 보이지만 전공의 노조의 참여 대상 및 영향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공의 노조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 교수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전공의들이 참여할 것이며 얼마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현장에서 전공의들과 부딪히며 생활하는 한 교수는 "전공의들의 실상과 전공의협이 외치는 구호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전공의들은 근무시간, 당직 및 급여보다는 얼마나 교육을 알차게 받을 것인지가 관심이라는 것. 그는 "현실적으로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노조라는 이름 자체가 의사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교수 역시 "근시안적인 생각을 버리고 의사라는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타 직종과 같은 방법으로 풀어가기엔 어려운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사 관계에 정통한 한 병원계 인사는 "노조가 출범한다고 해도 수련기간이 한정돼 있는 전공의의 특성상 유지가 쉽진 않을 것"이라며 "출범 후 2~3년 내 노조의 위상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전공의협은 봉직의 노조와의 연계 가능성을 열어두며 이 같은 우려에 반박했다.

전공의협은 "전공의 노조는 열악한 수련환경 개선을 목표로 설립하는데 반해, 봉직의 노조는 급여 관련 성격이 짙긴 하지만 전공의가 수련과정을 거쳐 봉직의로 편입하는 등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기 때문에 큰 틀에서 두 단체가 연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을 비롯한 전반적인 모양새가 갖춰지면 각 병원의 회비를 일괄 징수하는 등 노조활동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핵심 멤버로 부상했듯이 노조 설립을 통해 또한번 전공의 파워를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합법적 파업시 진료공백 불가피 우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 병원계는 노조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아직까지 다소 느긋한 입장을 견지하곤 있지만 실상은 날로 시름이 더해만 가는 실정이다.

특히 대학병원에 비해 전공의 수련 환경이 열악한 중소병원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병원장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병원환경에서 보건의료노조와는 별개로 의료인 신분의 노조까지 설립된다면 병원경영 측면에서는 정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심각한 상황임에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병원협회도 최근 성명을 발표 "전공의 수련교육을 전적으로 개별병원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조 설립만이 유일무이한 해결책이 아니"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아래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전공의 노조 설립과 관련, 병원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1만6000명의 전공의들의 단체행동권이다. 노조 설립 이후 이들이 단합해 합법적인 파업을 하면 타 직종과 달리 진료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한 대학병원의 교육연구부 관계자는 "전공의 노조 취지는 이해하나 현실성이 결여된 무리한 주장"이라며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산별적 협상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무턱대고 대형병원의 수련환경을 따라가기엔 중소병원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고 처우가 열악한 중소병원 하나 때문에 전 수련병원에서 파업이 진행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대한병원협회도 무엇보다 전공의 노조 설립에 따른 국민의 진료권 훼손과 전문의 양성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전공의노조 준비위원회는 "단위병원별교섭 혹은 산별교섭 둘다 가능하나 어떤 경우에도 파업은 신중히 결정한다는 조항을 노조 설립 정관에 명시할 것"이라며 "파업은 노조 지도부만의 뜻이 아닌 모든 전공의의 동참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전국 수련병원장協은 중재자…노조 앞선 수련개선이 핵심

처음 전공의 노조를 추진했던 지난 2004이래 말많고 탈많던 전공의 노조 출범이 불과 한달 안팎으로 다가왔다. 이에 병원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주요 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공의 노조 설립 대책회의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지난 3~4년간 필요성이 제기돼 온 '전국수련병원장협의회(가칭)'를 발족키로 결정했다.

김성훈 회장(가톨릭의료원)은 "주요 메이저병원을 제외한 지방중소병원 등에서는 전공의 처우가 생각보다 열악하다"며 "전공의 노조는 이미 막을 수 시대적 흐름"이라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개괄적인 정도로만 논의가 이뤄졌으며 민감하게 대처할 필요는 없다"며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추이를 지켜보면서 개선방안을 마련하자고 뜻을 모은 정도"라고 소개했다.

또 그는 "오히려 전국수련병원장협의회(가칭)가 전공의 노조 입장에 서서 열악한 수련 환경 개선에 앞장설 수도 있다"며 "사측 대 노측이 아닌 선후배 혹은 사제지간, 파트너처럼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소재의 한 병원장은 "대부분의 전공의가 노조설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현실에서 결국 문제의 핵심은 노조 설립 자체라기 보다는 어떻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 문제의 핵심이 열악한 수련환경 개선에 있다면 현재 추진중인 노조 설립이 과연 유용한 방식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찌됐든 의료수요자인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중대 사안인 만큼, 전공의 노조 문제는 모든 의료인의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중론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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