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주권 상실하는 신식민시대 도래?
2006.09.04 03:09 댓글쓰기
한미FTA 협상이 체결되면 과연 국내 제약사 중 망하는 회사가 나올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메디가 항간에 떠도는 '국내 제약사 고사설'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특허권 5년 연장을 가정해 주요 국내 제약사들의 피해액을 산출해 봤다.이 내용을 2회에 걸쳐 다뤄본다.[편집자주]

특허권 5년 연장은 20년 효과 가능

미국의 요구 사항을 살펴보면 특허권 5년 연장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내 해치왁스만 법과 유사한 법이 국내에 도입될 경우 평균적으로 2.3년이 연장된다.

여기에 신속허가심사법이 도입되면 다시 2년, 소아독점권 같은 미국내 법까지 도입되면 평균 6개월 연장돼 최소 5년이 되는 것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 출시 후 20년부터 25년 사이의 매출은 특허를 받은 뒤 부터 벌어들인 액수와 맞먹는다”면서 “미국이 5년 연장을 주장하는 것은 챙길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 성사되면 제네릭 위주 국내 제약사 '휘청'

데일리메디는 특허권 5년 연장 하에 국내 제약사들이 얼마나 타격을 받을까를 분석했다. IMS헬스 데이터를 이용했으며 최근 1년간 상위 20개 제약사(10개품목)가 대상이다. 분석은 품목별ㆍ제품별 상관관계를 고려해 이뤄졌다.

우선 특허권 연장이 갖는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 20개 제약사들의 주력 상품 10개 품목이 5년간 생산 중단됐다고 가정하고 그 피해액을 산출했다.

참고로 이는 최근 1년간의 매출액을 5배하는 단순 계산법이 사용됐으며 실제 신약 특허가 20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날 때 피해액은 앞서 언급한대로 더욱 커질 수 있다.

조사 대상 10개 품목과 예상 피해액(2005.7-2006.6까지의 IMS 자료)은 아래의 표와 같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국내 매출 2위를 자랑하고 있는 한미약품이 3162억원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대웅제약(1232억원), 동아제약(1168억원), 종근당(1087억원), 유한양행(1086억원)도 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나머지 5개 제약사도 최소 20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이는 10개 품목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해당 회사들이 받을 피해액의 일부에 불과하다. 회사별로 50여개에서 200개 이상의 제네릭 제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1 최근 1년동안의 10개 대표품목 매출액 및 제약사별 순위(단위:백만원)]


FTA 체결시 당장 피해액만 6140억원

한미FTA 체결은 당장 나타날 현상은 독점권이 유지되고 있는 품목들의 특허 연장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가 직접적으로 닥칠 피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된다. 이 역시 데일리메디가 추정해 본다.

가격 추산은 제네릭 진입시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각각 1:1로 시장을 점유한다고 전제했다. 근거는 지금껏 오리지널 약의 특허권이 풀렸을 때 나타나는 국내 시장 상황을 참조로 했다.

분석은 특허권이 유지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 제품 중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품목(아래표 참조)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 제약사는 5년간 제네릭 출시가 지연되면서 결과적으로 무려 6140억원의 손실을 보게된다. 가져갈 수 있는 돈을 다국적 제약사에 넘겨주는 꼴이다.

[표2 제네릭 진입 실패에 따른 매출 손실액(단위:백만원)]


꿈같은 희망이지만 신약 개발이 해결책

사실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활발히 하면 고민할 것은 없다. 하지만 이 해결책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는 평균 10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의 굵직한 제약사들은 매출이 3000억~5000억원에 불과한 실정. 지금껏 혁신적 신약을 하나도 개발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부는 시장 개방을 통해 국내사들의 신약 개발 의지를 불태운다는 복안이지만 과연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시설도 문제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면서 과연 20년을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고은지 연구원은 “한미FTA협상시 의약품 특허권 5년 연장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국내 제약사들은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 "앞으로 10년간 더 큰 품목의 특허 도래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제약사들은 매출 발생 구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충언했다.
특별취재팀(진광길 이상훈 천승현 ) 기자 (webmaster@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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