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or 생존' 개원가의 양면거울 딜레마
2006.09.04 21:50 댓글쓰기




개원가가 극도의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불기 시작한 탈병원 현상에다 매년 4000명씩 쏟아지는 신규의사, 여기에 점점 강화되고 있는 진료비 심사까지... 개원의들은 "내일이 없다"며 '헉헉'소리를 내고 있다. 의약분업 초기 호황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병원문을 닫는 의원들은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개원가는 불황탈출의 대안으로 소위 '돈 되는 시술'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은게 사실. 이에 데일리메디는 2회에 걸쳐 2006년 오늘을 사는 개원가의 모습을 정밀분석한다.[편집자주]





[上]개원가 '돈 되는 시술' 열풍 속으로


[下]'양심 or 생존' 개원가의 양면거울 딜레마




위기의 개원가, 선후배도 없다



개원가에 불어닥친 경영난으로 선후배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이미 오래. 최근에는 '면허범위 넘나들기'가 횡행하고 있다고 개원의들은 입을 모은다.



개원의들이 앞다퉈 수익창출 수단을 강구하다보니 전공과 진료영역 외의 진료나 시술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



'돈 되는 시술'을 안하면 월세도 못낼 상황에서 개원의들에게는 더 이상 선후배나 전공 따위를 챙길 여력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료과 영역 붕괴에 따른 직역간 갈등 초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요실금 수술의 경우 비뇨기과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산부인과에서 수술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양측간 갈등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안과에서는 라식과 쌍꺼풀을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시술하고 있으며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이미 영역구분이 모호한 부분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메아리 없는 자성의 목소리





J원장은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내과전문의이다. 그는 몇 달 전부터 환자가 줄고 의원 경영난이 가중돼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를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주위의 조언대로 600만원을 주고 레이저 시술기를 구입하고는 점을 빼고 문신을 지우는 일을 시작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난 뒤에 수입은 약간 늘어서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J원장은 아예 의원 이름을 'J내과'에서 'J피부미용클리닉'으로 바꿔 달고 피부관리사를 고용하고 화장품을 판매하는 일까지 해볼까 생각중이다. 가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자괴심에 빠지지만 그렇다고 적자를 보거나 놀 수는 없지 않겠냐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개원의를 위한 의료윤리사례집'이란 자료집을 제작, 개원의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 사례집에는 개원가의 경영난으로 선후배 관계가 소원해지고 면허범위까지 넘나드는 사례가 횡행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자료집 편찬을 맡은 이화여대 의학교육학교실 권복규 교수는 "돈 되는 시술 증가 원인이 경영난이라면 이는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의사 집단 내의 과다경쟁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특히 "적정 수준의 진료를 제공해야 하는 전문직 집단의 윤리적 의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를 표했다.



즉, 개별 의사의 선택은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하나 의사집단과 사회는 순수하지 못한 동기에서 진료과목을 변경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의료계 내부적으로 '돈 되는 시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일선 개원의들은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개원의는 "개원가 현실에서 윤리적 의무는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불법시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에게 득이 되는 시술이 대부분인데 문제될 것은 없다"고 피력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돈 되는 시술'에 대해 정부는 시장논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당 시술을 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고 이들의 욕구충족을 위해 시술이 이뤄진다면 전혀 문제 될게 없다는 것.



특히 이들 시술 대부분이 필수 영역이 아닌 부가적 영역이고 결정권 자체가 철저히 환자들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에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급여팀 손영래 사무관은 "환자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병원은 수익보존을 할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이 비급여로 진행되고 있는 이 시술들이 필수적 의료영역으로 재편될 경우 보험적용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 시술의 의학적 타당성 여부를 확실히 증명해야 하며 의사들이 시술법을 충분히 숙지해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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