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대가치점수 과제는 '진료과간 벽 허무는 것'
2006.09.04 21:44 댓글쓰기
건강보험 수가를 둘러싼 논쟁이 이젠 새삼스럽기보다 따분한 얘깃거리가 돼 버렸다. 그만큼 수가에 대한 불만과 문제점들이 많다는 것이다. 수가의 높낮이도 문제지만, 행위별수가체계하에서 지난 2001년부터 사용해 오고 있는 현행 행위별 상대가치점수들이 과연 제대로 매겨진 것인지조차 알 수 없을정도로 허술한 게 사실이다. 이에 복지부, 심평원, 그리고 의협을 비롯한 의약단체들은 지난 3년여동안 공동으로 현행 상대가치점수에 대한 전면 개편 작업을 벌여, 최근에서야 그 아웃라인을 도출했다. 데일리메디는 그동안 진행돼 온 신상대가치점수 개발작업의 배경서부터 개발방법, 주요 결과물 및 쟁점사항, 그리고 향후 개선 과제들을 상, 하로 나눠 2회에 걸쳐 심층 분석했다.[편집자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의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은 신상대가치점수 개발작업의 전제조건을 크게 3가지로 잡았다.

즉, 현재 한 개의 점수로만 돼 있는 상대가치점수에서 우선 의사비용과 진료비용을 분리하고, 갈수록 고가화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 행위별 점수에 녹아있는 치료재료 중 별도산정할 수 있는 재료들은 따로 분리해 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료위험도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건강보험 재정중립이란 대원칙하에 진료과별 상대가치점수 총점은 고정시키면서, 진료위험도만 순증시키는 조건하에 진행됐다.

따라서 신상대가치점수 체계에서도 진료과별로 돌아가는 요양급여비의 파이는 현행 급여비용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서 머문다.

실제로 아직 최종 확정된 수치는 아니지만, 신상대가치점수에서 진료과별 총점은 산부인과가 110.7%, 흉부외과 110.6%로 10% 이상의 변화가 나타났을 뿐, 나머지 과들은 현행 총점과 별반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체적인 총점 변화는 위험도 상대가치 별도 산정으로 인해 약 1.67%가 증가하는 수준에 머문다.

◆ 새로 달라지는 상대가치점수 핵심 = 진료과별 상대가치 총점은 고정이지만, 과목 내부의 행위유형별 점수간에는 큰 편차를 보일 수 있다.

예를들어 인터벤션시술의 상대가치는 177.3%로 대폭 증가한 반면, 방사선종양치료(98.7%), 검체검사(99.6%), 기능검사(99.6%)의 상대가치는 소폭 감소했다.

또 그동안 임의비급여 재료였거나 병원측이 부담해야 했던 재료대로서 별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치료재료에 대한 별도보상도 검토됐다.

상대가치연구개발단이 의료단체 임상전문가 패널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재료비 변환지수를 적용한 결과, 재료대 기준으로는 현행 상대가치 점수 대비 약 2.2%(약 2400억원)의 증가요인이 발생했다.

이처럼 별도보상 검토 치료재료들로 상대가치 총점이 크게 증가한 진료과목들은 주로 수술이 많은 과목들이다.

정형외과는 총점이 22.5%가 증가하면서 가장 많이 늘었고, 안과(20.7%), 외과( 18.0%), 비뇨기과(16.1%), 신경외과(15.4%) 순으로 각각 늘었다.

그러나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재활의학과, 응급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정신과 등은 총점증감율이 0.0%로 나타났다.

또한 행위료에 포함되는 재료들이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별도 보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것들은 변환지수를 적용한 결과, 신경과에서 6.9%가 증가요인이 발생했고, 성형외과 5.1%, 외과 3.4% 등이 올랐다.

아울러 위험도 상대가치 연구도 이번 상대가치점수 연구개발작업을 통해 얻은 큰 수확 중 하나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진료과목별 의료사고 해결비용을 조사해 이를 의사수로 나누어 의사 1인당 해결비용을 도출해 진료과목별 위험도를 수치화한 결과, 신경외과가 192.6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흉부외과 154.9, 산부인과 138.1 등으로 타과들에 비해서 비교적 위험도가 높게 조사됐고, 전체적으로는 1.67%(변환지수 적용 기준) 증가했다.

◆ 의료계 반론 = 의료계는 신상대가치점수와 관련, 모형개발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즉, 서울대 안태식 교수가 지난 2004년 진료비용을 연구한 결과, 현행 수가의 원가보전율이 8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상대가치 총점을 고정한 상태에서 진행된 이번 작업은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의료계는 상대가치개발단에서 제안한 것처럼 내년에는 신상대가치점수의 20%를 점수에 반영하되, 2008년부터는 진료비용, 의사업무량, 위험도에 대한 점수산정을 위한 재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의사업무량의 경우 각 과목간 총점을 다시 분석하고, 동일행위에 대한 재분류 작업, 그리고 유사행위들의 진료과목간 순위 편차 등에 대한 분석도 주장한다.

진료비용도 이번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종전보다 무려 3.38배나 높게 나타나 장비가동률, 표준화시간, 대학병원의 이상적인 상황 등에 대한 보다 정확한 검증과 데이터 보완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위험도 또한 의료사고와 관련한 각종 데이터들이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고, 신상대가치점수에 부가시키는 급여 방식, 즉 신상대가치점수에 미반영시켜 급여비가 순증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약 2100억원 정도에 달하는 위험도와 관련 의과, 치과, 한방, 그리고 약사들이 배분방식을 놓고 서로 이견이 있어, 의견조율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협회 박효길 부회장은 "그동안 한번도 하지 않았던 상대가치점수에 대한 전면 개편작업을 지난 3년여동안 벌여온 심평원 직원들의 노고를 높이 사고싶다"며 "하지만, 원가보전율이 81%에 불과한 상태에서 총점을 고정시킨채 진행하다보니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운운하며 비급여 항목들을 보험급여권으로 끌어들일려면 수가도 최소한 원가는 보존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며 "진찰료 같은 공통분모 수가를 차츰 인상시켜 비급여를 양산시키는 의료왜곡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향후 개선과제 = 신상대가치점수 개발 결과, 행위별로 볼 때 절반으로 줄거나 2배 이상 증가한 행위도 있어 의료기관에 실제 적용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연구개발단에서도 신상대가치점수 반영률을 1차 연도는 20%만 반영하고, 2차 연도부터 1년 단위로 20%P 늘려, 5년에 100%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평원 이충섭 상대가치점수개발단장은 "신상대가치점수가 완전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연차적인 자료 보완작업과 오류 수정작업이 진행돼야 하며, 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단계적인 상대가치점수 조정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현행 의사업무량의 경우 행위시간당 관련성이 불분명한데다, 단위시간당 강도도 큰 편차를 보이고 있어 향후 관련단체들의 지속적인 평가와 관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직접비용, 위험도도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추가작업이 과제로 남게 됐다. 즉 직접비용 자료에 포함되는 재료 및 장비 분류를 표준화해 자료의 정확성을 높여 나가야 하며, 위험도와 관련한 점수도 의료사고 빈도와 비용자료를 주기적으로 수집해 진료과별 위험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특히 이충섭 단장은 "앞으로는 진료과간 상대가치점수 총점에 대한 조정이 매우 중요한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연구개발단은 1차 연도에 10% 이내의 범위에서 진료과간 점수조정을 검토하고, 다음해에는 조정폭을 40%로 확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에 대한 원가보상을 원칙으로 하면서, 그동안 비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MRI, 초음파, PET, 식대 뿐만 아니라, 병실료차액까지 급여확대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급여확대에 따른 손실을 급여수가의 단계적 인상을 통해 보상하는 기전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충섭 단장은 "급여행위 원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꼭 필요하며, 주기적인 기관단위 비용조사와 행위별 직접비용 자료가 근거자료로 확보돼야 한다"며 요양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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