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변화하는 패러다임 '다학제 진료'
조영덕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학제간 협업진료위원장)
2016.01.03 20:00 댓글쓰기

#직장암 진단을 받은 77세 김모씨가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을 찾았다. 주치의를 맡은 외과 교수는 CT 영상을 통해 직장암과 함께 림프절 전이를 확인하고 대면 진료인 다학제 진료를 요청했다.

 

종양혈액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소화기내과, 병리과 교수는 ‘1차 협업진료’를 통해 수술 전 선행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결정하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각 분야별 전문의들의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통해 전반적인 치료 계획을 설명했다.


약 한 달간 치료를 시행한 결과, 직장암 3기에서 2기로 병기가 감소해 복강경 수술 및 회장루 조성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어 ‘2차 협업진료’에 돌입해 진료항암치료를 2~3개월 시행한 뒤 회장루 복원수술을 진행했다. 환자는 빠른 회복속도를 보였다.

 

이처럼 기존의 진료형태에서 벗어나 내과, 외과를 비롯해 임상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방사선 종양학과, 핵의학과와 같은 진료지원과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를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환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환자에게 맞는 최상의 치료법을 도출해 치료성적을 높이는 진료시스템으로서 최근 암 치료의 대세로 떠오르는 미래형 진료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학제 진료 수가도 신설됐다. 다학제 통합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상급종합병원과 국립암센터,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지역암센터, 한국원자력의학원 등으로 지정됐다. 

 

암 환자 1명 당 외래진료 3회 이내이며 중환자는 추가 산정을 인정하기로 했으며 각 분야별 전문의 4명의 의료진이 협진하면 11만3210원, 5명이 협진 하면 14만1510원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

 

환자 본인은 암 환자 산정특례 규정에 따라 5%만 내면 되므로 부담은 많지 않다. 산정 횟수는 원발암(전이되는 경우 포함)은 3회, 재발암의 경우 소견서를 참조해 2회 이내에 한해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암환자를 대면진료를 통해 다학제 진료를 실시하는 경우는 전체 암환자의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수가산정이 없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환자에 따라서는 5~6회까지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은 수가가 신설되기 이전부터 학제간 협업 진료를 활성화 하고 있었으며, 환자가 앓고 있는 질환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전문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직접 제공하는 환자 중심의 진료를 구현하도록 노력 중이다.

 

현재 본원에서는 수가와 상관없는 암 이외의 질환에도 다학제 진료를 시행 중이며 그 예로 ‘당뇨발 학제간 협업 진료팀’, ‘척추 감염 학제간 협업 진료팀’이 그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일련의 경험을 통해 느낀 다학제 진료는 철저한 근거중심에 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치료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치료 과정이나 치료 후 나타나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와 더불어 환자와 환자의 가족이 가진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환자가 갖고 있는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거나 예방해 궁극적으로 치료성적을 향상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도 고려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지난해 9월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는 이 같은 발전방향을 고민하기 위한 학제간 협업 진료 심포지엄을 개최해 각 진료 분야별 전문의들과의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향후 매년 심포지엄을 열어 다학제 진료의 발전방향을 연구하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진료 패러다임의 변화는 시작됐다. 이제는 각 분야별 전문의들의 고민을 통해 더 나은 다학제 진료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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