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미래의료 선점' 경쟁 가속
원격 질병관리 플랫폼 개발·인공지능(AI) 범위 확장···한국 기업·병원 존재감 미미
2016.03.23 12:30 댓글쓰기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플랫폼 기업들의 미래 의료 선점 경쟁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구글은 ‘알파고(Alphago) 흥행‘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을 의료로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쳤다. 애플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 22일 원격 질병관리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케어킷 (Carekit)’을 플랫폼에 새롭게 추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고 의술과 ICT 기술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기업과 병원의 존재감은 여전히 희박한 실정이다.
 


애플, 정밀의료 구현 '생태계 조성' 박차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 개최된 스페셜 이벤트에서 케어킷을 선보였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관리자(COO)는 “이미 애플은 리서치킷을 통해 의료 연구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제는 케어킷으로 환자의 치료를 효과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1년 전 공개한 연구용 플랫폼인 ‘리서치킷(ResearchKit)’이 의료진을 위한 도구였다면 케어킷은 환자들이 질병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치료 계획과 과정을 의사, 간호사, 가족이 공유하도록 해 환자가 건강관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게 특징이다.


가령, 수술 후 환자가 퇴원하면 의료진은 케어킷을 통해 약 복용을 제 때 하는지, 지시대로 식단을 관리하고 적절한 강도로 운동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이행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애플워치와 아이폰에 내장된 센서가 환자의 체온, 피로감, 통증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치료 진행 상황을 화면에 시각화 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의사는 입력 및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면 진료 여부를 판단한다.


케어킷 등장으로 개발자들은 다양한 질환 관리 앱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미 파킨슨병 환자, 수술 후 관리, 가정에서의 건강 모니커링, 당뇨 관리, 정신건강 및 산모 건강을 위한 앱 개발이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텍사스 메디컬 센터(Texas Medical Center) 케어킷으로 개발한 수술 후 관리 앱을 통해 8백만 명의 환자들의 회복을 효율적으로 도울 예정이다. BIMDC(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는 만성질환자 관리 앱을 개발하고 있다. 원드롭(One Drop)은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당뇨병 관리를 돕는 앱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케어킷에 앞서 1년 전 출시된 리서치킷은 의학연구 패러다임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폰 및 애플워치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방데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간편하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유수의 대학과 병원들은  리서치킷을 활용해 천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 당뇨, C형간염, 악성 흑색종, 산후우울증, 수면장애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에 유전자분석기업 23앤미(23andMe)가 디자인한 모듈이 이번에 새롭게 추가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유전체 정보까지 활용해 보다 면밀한 질병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길까지 열렸다.


애플은 건강정보수집 툴인 ‘헬스킷’(HealthKit)과 리서치킷, 케어킷을 자사의 플랫폼에 추가함으로써 개인 건강관리, 임상 연구, 원격 질병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헬스케어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구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셈이다.


의료AI, 수술용 로봇 등 전 방위 영역 확대하는 구글


구글은 생명과학 사업부 버릴리(Verily)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구글 제프 수석연구원은 지난 9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AI를 당뇨관리 등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술 간 접목이 가져올 혁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구글은 ICT 기술 기반 당뇨병 관리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혈당을 자동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 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손잡고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채혈 없이도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렌즈 외에 미국의 혈당측정기 기업 덱스콤과 2014년부터 혈당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센서도 개발하고 있다. 사노피와는 지난해 9월 손 잡았다. 기술 제휴를 통해 원격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AI 기술이 적용된 수술 로봇도 개발 중이다. 수술 영상 라이브러리를 학습해 의사에게 절개 부위 등을 제안하는 기능이 구현될 수 있을 전망이다.


스마트 로봇 개발을 위해 버릴리는 지난해 12월 존슨앤존슨의 외과수술사업부 에티콘(ethicon)과 버브서지컬(Verc Surgical)을 합작으로 세우기로 했다. 로봇의 기본 프로토타입은 만들어진 상태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사의 로봇 크기의 1/5 정도다.


질병의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도 AI 적용이 기대되는 분야다. 구글은 2014년부터 개인의 유전자 정보와 질환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베이스라인(Baseline)’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75명의 건강한 성인 유전자 정보와 실제 환자들의 유전자 정보를 비교, 분석해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암 등 주요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다.


구글은 생명 연장에도 관심이 크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150세까지 늘리는 기술 개발을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애브비와 손잡고 노화방지연구 전문 연구기관 ‘캘리코’를 통해서다. 신경계 질환, 암 등 예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제한적 혁신’ 머무는 국내 기업


국내 기업도 꾸준히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구글, 애플과 같이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12월 ‘삼성디지털헬스플랫폼’(SDK)을 공개하고 개발자와 의료기관 등 24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헬스케어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4개 파트너 명단에는 클리블랜드클리닉, 휴매나 등 세계 정상급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시그나·애트나 등 미국의 주요 건강보험 회사도 포함됐다. 웰독처럼 재택 의료진단 서비스 업체는 물론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 캠퍼스(UCSF)도 있다.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에 웰닥과 손잡고 개발한 원격 당뇨관리서비스 '블루스타-에스'(Bluestar-S)를 선보이는 성과도 냈다. 건강정보수집 툴인 S헬스가 외국 병원에서 활용되는 선례도 나왔다.


글로벌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Noom)과 눔은 미국 뉴욕의 응급의료네트워크 씨티엠디(CityMD)사와 S헬스를 활용한 제2형 당뇨병 고위험군 관리를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하지만 괄목할 만한 혁신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 외에도 국내 의료정보기업을 중심으로 건강관리 콘텐츠를 보유한 스타트업들의 기술 제휴를 통해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척하려는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국내 최대 병원설비 및 의료기기 전시회인 KIMES에서도 비트컴퓨터, 인피니트헬스케어, 라이프시멘틱스사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진료 정보를 교류하고, 의사의 지시 대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지만 실용화되기는 어렵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제도 환경만 마련되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환자가 기술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혁신이 지연되는 이유를 제도 환경이 미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정부는 최근 의료행위와 건강관리서비스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정밀의료추진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난 8일 1차 회의를 가졌다. 맞춤형 의료 구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의료계 단체들이 ‘의료 민영화’ 수순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어 추진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한의료정보학회 백롱민 회장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1~2년 정도 벌어졌는데 지금 기술로 당장이라도 따라잡을 수 있는데 더 늦어지면 영영 뒤쳐질 수 있다”며 “시장의 수요가 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그 열매가 다시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선환구조가 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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