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 현재 진행형이다. 감염병 종식을 기대했지만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등장해 5차 유행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신종 감염병의 장기화로 인해 보건의료 분야의 각종 제도 및 정책도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2021년 올 한해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보건의약계의 굵직한 현안을 짚어 봤다.
1. 절망 속 희망, 코로나19 백신접종 시작
물량 부족 등 각종 시행착오를 겪고 우리나라도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2월 26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그 첫 물꼬를 터 의료인을 비롯해 요양병원 입원자와 종사자, 사회필수인력, 60~74세 고령층을 대상으로 접종이 진행됐다. 2021년 11월 30일을 기준으로 AZ 백신의 신규 1차 접종이 모두 종료됐으며, 앞으로는 화이자와 모더나 위주 접종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때 화이자 백신 물량이 공급일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접종 일정이 미뤄지거나 갑자기 당겨지는 등 돌발 사태도 있었으나 요양병원·시설 백신접종 이후 확진이 85% 감소하고, 10월 말 성인 80%가 예방 접종을 마치는 등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의 준비가 완료됐다. 그러나 12월 초 기준 확진자가 7000여 명을 육박하고 돌파감염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을 위한 준비가 여전히 요구된다. 정부는 12월부터 2차 접종을 완료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2. 감시 받는 수술실···CCTV 설치 의무화
의료계에서 사활을 걸고 반대하던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CCTV 촬영은 녹음을 제외한 채 영상으로, 녹화본은 폐쇄회로 방식 저장, 법원 및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및 환자-의료진 동의 시 제공 가능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수술실CCTV 설치법 통과로 의료계는 반발했다. 물론 공포 후 2년 유예기간 및 시행령 마련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대한의사협회 산하 단체에서는 ‘상시투쟁체’ 설립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강경한 목소리도 여전하다.
3. 불편한 진실 ‘PA(진료보조인력)’···서울대병원 과감한 시도
서울대병원이 진료보조인력(PA)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파란’을 몰고 왔다. 병원은 PA를 임상전담간호사(Clinical Practice Nurse·CPN)로 명명하고, 합당한 역할과 지위 및 보상체계 등을 부여키로 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PA 관련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 10월 18일 정경희 의원(국민의힘)이 국립대병원 14곳의 PA 운영 현황을 파악한 결과, 국립대병원 소속 PA는 총 1091명(2021년 기준)이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CPN제 도입 후 56명(2020년)이었던 PA가 162명(2021년)까지 늘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10월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료법과 간호사 면허범위 하에서 체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CPN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4. 반목 청산에 화합 기대, 이필수 신임 의협회장 당선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이필수 前 전라남도의사회장이 당선됐다. 이필수 신임 회장은 최대집 前 회장과 다르게 ‘투쟁’보다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의협 회장 이취임식이 있었던 지난 4월 25일 제73차 정기대의원총회에는 여당 의원만 무려 9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을 필두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허종식·서영석·신현영 의원, 김두관·박성준·이용빈 의원 등이다.
최 전 회장 시절 보이콧 했던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이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앞으로 3년간 정치적 균형감을 가지고, 의협의 발전과 회원의 권익을 지키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품위 있고 당당한 의협’,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의사’를 만들어가자”고 다짐했다.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통과 이후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부드러운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의협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5. 위례, 청라, 하남 등 주요 대학병원들 분원 춘추전국시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잇따른 대학병원 분원 선언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은 곳은 위례신도시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 하남시까지 걸쳐 있는 4만4004㎡ 규모의 의료복합타운에 10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유치된다. 이곳에는 길병원이 낙점됐다.
청라의료복합타운은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인하대병원과 차병원, 세명기독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등 5개 병원의 컨소시엄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승자는 서울아산병원이 됐다. 병원은 이를 위해 3500억 원 규모의 자체 예산을 추가 투입하고 병상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남 16만2000㎡ 규모 부지에는 광명·파주 등에서 고배를 맛봤던 명지병원이 마침내 분원을 설립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학병원 몸집 불리기에 비판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주민들의 의료인프라 요구가 높을뿐만 아니라 운영을 중단하기 어려운 의료기관 특성상 낙후된 시설 개선을 위해서는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어떤 병원이 설립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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