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정부가 지역별 의료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지역의사제’ 도입을 천명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모습이다.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양성한 의사를 10년 동안 출신 대학 소재 지역에서 의무복무토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각종 편법을 통한 이탈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계획이 발표된 이후 여당을 중심으로 관련 법률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의료법, 공중보건장학법, 의료법 개정안 등 형태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당정이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중에서도 지역 내 중증·필수의료 분야에 10년 의무근무를 조건으로 지역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지역의사제’는 모든 법안의 공통분모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예기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당초 의도했던 바와 달리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우려다.
우선 공공의대 졸업 후 10년 동안 지역에서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10년 후에는 의사면허를 재발급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법령에는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고, 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의무복무를 수행하지 않은 잔여기간 동안 의사면허를 재교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즉, 의무복무를 거부한 의사는 의사면허가 취소되기는 하지만 의무복무 기간인 10년이 지나면 다시 면허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공공의대 졸업 후 일반 대학생들처럼 대도시에서 취업, 대학원, 창업 또는 해외유학 등 10년 동안 다른 커리어를 쌓고, 10년이 지나 의사면허를 재교부 받으면 된다는 얘기다.
공공의대 졸업생들의 미국행(行)도 예견되고 있다.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미국 의사면허 시험 응시가 가능한 만큼 미국의사가 되기 위한 디딤돌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다가 10년 후 한국 의사면허를 교부받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도 가능하다. 한국에서 미국 전문의 수련기간을 인정해 주는 제도가 이들을 기다린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무복무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사 자격시험은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의대 재학생들도 뜻 있는 사람들끼리 그룹을 형성해 준비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면허 취소 기간에는 바이오 의약 계열 기업에 취업했다가 10년이 지나 다시금 의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의학 전공자들은 의사면허가 없더라도 일반 자연과학 전공자 대비 취업에 유리한 만큼 일단 취업해서 경제활동을 영위한 상태에서 시점이 되면 의사면허를 재교부 받는 전략이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는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순기능만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정부의 오산”이라고 일침했다.
정부 역시 제도의 한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수긍했다. 다만 별도의 유인책을 통해 지역 내 근무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지역의사제를 통해 양성된 모든 의사들이 10년 의무복무를 마친 후 해당 지역에서 계속 머물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에서 계속 복무할 수 있는 양질의 의료기관을 양성하고 재정적인 추가 조치들을 병행함으로써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