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박정연 기자] 상급종합 쏠림도 옛말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위기의식을 느낀 전공의들은 경쟁을 불사하고 인기과로 뛰어들고 있다. 별도정원 조차 받아가지 못하는 기피과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지난 2일 2021년도 전반기 레지던트 지원현황을 집계했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총 76곳의 수련병원이 집계됐다. 이 가운데 45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대표적인 인기과들은 올해도 강세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 입국이 제한되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피부과, 성형외과는 올해도 지원자가 넘쳐났다.
안과 역시 중소병원들도 정원을 충족하며 인기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역시 높은 지원율을 이어갔다.
빅5 병원의 아성은 여전했다. 전반기 모집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서울아산병원이다. 특히 안과(3:1)와 성형외과(3:1)는 전체경쟁률(1.34:1)을 크게 상회했다.
정형외과(2:1)와 재활의학과(2:1) 역시 적잖은 지원자가 나왔다. 특히 내과의 경우 경쟁률은 1.64:1로 전체 경쟁률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숫자로 보면 25명 정원에 무려 41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또한 피부과(1.5:1), 안과(1.33:1), 성형외과(1.67:1) 및 정형외과(2.25:1), 재활의학과(1.50:1), 영상의학과(1.6:1) 모두 전체 경쟁률(1.16:1)을 웃돌았다.
서울대병원 역시 피부과(1.67:1), 안과(1.33:1), 성형외과(1.5:1)과 정형외과(1.38:1), 재활의학과(2.5:1), 영상의학과(1.29:1) 6개과 전부가 총 경쟁률 (1.24:1) 보다 높았다.
모자병원 정원을 포함시켜 집계하는 세브란스병원도 주요 인기과의 정원을 모두 충족했다. 피부과(1:1), 안과(1.2:1), 성형외과(1.75:1)와 정형외과(1:1), 재활의학과(2.6:1), 영상의학과(1:1) 등이었다. 세브란스의 경우 모자병원 정원이 포함됐다.
통합 모집을 시행하고 있는 가톨릭의료원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는 5명 정원에 11명이 몰려 2.2:1의 경쟁률을, 피부과는 5명 모집에 17명이 지원해 3.4: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형외과 또한 16명 모집에 34명이 몰렸다.
보통 정원충족에 애를 먹던 지방 병원들도 인기과 정원은 어렵지 않게 충족했다. 일례로 제주대병원은 총경쟁률 0.79:1을 기록했지만, 정형외과(1:1)와 재활의학과(1:1)는 정원을 채웠다.
전체경쟁률이 0.75:1이었던 원광대 산본병원도 정형외과 정원 1명에 1명 지원가 나왔다. 총경쟁률(0.95:1)이 아쉽게 미달된 계명대 동산병원도 성형외과(1.5:1), 재활의학과(1:1), 피부과(2:1) 정형외과(1:1) 모두 모집인원을 꽉 채우거나 초과했다.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 ‘선방’한 지방거점 병원인 조선대병원(총경쟁률 1.1:1)도 정형외과(1.33:1), 성형외과(2:1), 안과(2:1) 등은 특히 많은 지원자가 몰렸고, 건양대병원(전체 경쟁률 1.07:1) 역시 피부과(1:1), 정형외과(2:2), 성형외과(2:1), 안과(2:2), 재활의학과(2:1), 영상의학과(1:1)도 인기과 경쟁률이 높았다.
레지던트 모집이 ‘하늘에 별따기’인 중소병원들도 인기과는 전공의들의 선택이 이어졌다.
성가를로병원도 정형외과 1명 모집에 1명이 지원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광명성애병원의 경우 정형외과(2:1), 성형외과(2:2)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의병원도 재활의학과 1명을 뽑는 자리에 지원자 1명을 충족했다.
지방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올해는 이례적으로 내과 정원이 미달이었는데,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같은 과는 여전히 높은 지원률을 보였다”며 “병원 규모보다 진료과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올해도 엿보였다”고 말했다.
“인턴이 금턴 됐는데...” 속타는 소청과
인기과 경쟁률이 치열했던 만큼 비인기과의 실적은 참담할 정도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정원을 채운 병원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대병원마저 16명 모집에 14명이 지원해 미달을 기록했다.
그러나 가톨릭의료원이 13명 모집에 3명, 세브란스병원이 14명 모집에 3명을 받은 것을 견주면 서울대병원의 사정이 차라리 나은 수준이다.
전공의 정원이 많은 편에 속하는 전남대병원에도 4명 모집에 2명이 지원했고 한양대병원과 아주대병원, 인하대병원 등 수도권 대학병원에는 지원자가 줄줄이 0명을 기록했다.
산부인과의 미달 현상도 여전했다. 다만 소청과보다는 조금 낫다. 서울아산병원은 소청과는 미달을 기록했지만 산부인과는 8명 모집에 9명이 지원했다.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인하대병원 등은 모집 정원을 채웠다. 강원대병원은 2명 모집에 2명 지원, 충남대병원은 3명 모집에 3명이 지원했다.
반면 전북대병원, 제주대병원, 원광대병원 등은 지원자를 받지 못했다. 부산대병원도 3명 모집에 2명이 지원해 미달됐다.
흉부외과와 외과, 병리과도 예년과 같이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세브란스의 경우 흉부외과 5명 모집에 지원자 2명, 병리과 6명 모집에 지원자 1명으로 미달됐다. 가톨릭의료원은 흉부외과 6명, 병리과 5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지역의 경우 경상대병원은 흉부외과 1명 모집에 1명이 지원해 정원을 채웠고 전남대병원은 1명 모집에 1명 지원, 계명대 동산병원은 2명 모집에 1명 지원, 단국대병원은 1명 모집에 0명이 지원하는 등 기관별로 편차가 나타난다.
현장에서는 비인기과의 미달 사태를 미리 각오하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수도권 소재 A대학병원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 비인기과에서 어레인지가 한 명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결과를 보니 착잡하다”며 “전공의가 부족하면 인턴에게 기대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지역 소재 B대학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최대 피해 과가 소청과”라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번에 의원이나 대학병원을 막론하고 소청과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진 것을 보고 영향을 받아 인턴들이 대거 이탈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C대학병원 관계자도 “학생들이 과 선택을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동안 코로나19 국면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라며 “소아 코로나19 검사도 계속되고 있다 보니 기존 인력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량이 문제”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