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의대 보내고자 불법 저지르는 '의사 부모'
작년 광주 이어 금년 부산서 시험지 유출···중고생 자녀, 논문 저자 등재도
2019.02.20 06: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의과대학 교수 자녀라는 이유로 유명 학회지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이를 입시에도 활용해 의대에 진학하는 반칙은 그 사정이 어찌됐든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의대 입학을 위해 시험지를 유출하는 불법적인 행태도 마다 않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도덕적인 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의사 부모 과욕이 자식들에게 오히려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


최근 한 의과대학 교수가 자신이 재직 중인 의대에 아들을 진학시키기 위해 면접시험 문제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학교법인 고신대학교를 운영하는 고려학원은 지난달 말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대학 의대 A교수를 지난 12일자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A교수는 지난해 1∼2월 고신의대 편입학 전형의 면접시험 문제를 미리 빼낸 뒤 편입학 지원자인 아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에 앞서 교수들이 합숙을 하면서 문제를 내고 답안과 채점 기준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답인 내용이 포함됐다가 이후에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 면접시험을 본 지원자 중 한 명이 그 오답을 그대로 읊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면접관들은 의심을 품고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의견을 교환한 후 이 지원자에 대해 ‘불합격’ 의견을 냈고 대학측은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했다.


자녀를 의대에 보내기 위한 편법 및 불법 행위는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 한 사립고등학교에서는 행정실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이던 학부모에게 시험지 유출 사건과 관련, 실형이 선고됐다. 


당시 광주지법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광주 모 고교 행정실장 B씨와 학부모 C씨에 대해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성형외과를 운영 중이던 의사 C씨는 아들이 의대에 진학하길 바랐으나 성적이 떨어졌고 이에 성적을 올리기 위해 B씨에게 부탁해 시험지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선량하게 공부하는 학생들과 이를 묵묵히 뒷받침하는 학부모들에게 크나 큰 충격과 분노·불신을 초래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C씨는 시험문제 중 일부를 정리해 고3 아들에게 기출문제인 것처럼 건네 미리 풀어보고 시험에 응시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는 의사 부모의 욕심과 도덕적 불감증이 빚은 사건은 수 년 전에도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바로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방법 등이다.


의료계에서도 "대다수 의사들 명예 실추" 비판

지난 2009년에서 2010년까지 당시 성균관대 의대에 재직 중이던 D교수는 두 차례에 걸쳐 고등학생 아들을 자신의 논문에 저자로 기재했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던 아들은 이런 연구 실적을 생활기록부에 적었고 수시 전형을 통해 서울 명문 의대에 입학했다.
 

D교수는 “아들이 참고문헌을 찾아오고 초록을 번역하는 작업을 맡았기 때문에 기여를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피해갈 수 없었다.


2015년 고등학생 아들을 자신의 논문 제1저자로 올린 국립암센터 E전문의도 보건복지부 내부 감사에서 적발된 바 있다.
 

복지부는 “E전문의는 자신이 교신저자인 논문 3편을 발표하면서 당시 16살이던 아들을 암센터 직원으로 표시해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립암센터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논문에 대한 기여도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 E전문의에게 감봉을 비롯한 징계를 내렸다.


서울 소재 의과대학 한 교수는 "의사 학부모의 잘못된 선택은 대다수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기에 충분하다"며 "문제는 이들 사건의 경우 시스템 점검, 교육강화 만으로 막기 힘들다는 점에서 또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회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의사들이 단지 자식을 위한다는 이유로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며 "과욕은 자칫 낭패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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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도 잘못이지만, 입시제도 자체가 잘못된거다. 02.20 11:54
    수능 종생부가 웃기는 것이다. 교육부에선 무슨 고등학생들 보고 논문을 쓰라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하는가? 고등학생들은 수학문제, 물리문제, 영어문제 하나만 더 잘 해결해도 충분히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저리니 법대교수, 의대교수같은 유력자들 자녀들만 편법으로 뒷작업이 가능하도록 만든것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처럼 대학들어가는게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하는 건 어쩌면 국민성과 문화도 한몫한다. 미국처럼 기부금입학도 불허하는 관용없는 입시문화에선 절대평가가 답이다. 과거 수능과 학력고사 시절이 훨씬 객관적이었고 공평했다.
  • 익명 02.20 07:26
    의전원때 의대 교수들 자녀들이 대거 의대에 진학했다고 함. 내 주변 의대 교수들 자녀들이 다 의대 나오거나 다니고 있음... 전수 조사가 필요함.